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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희 Jul 12. 2022

4. 무소식이 희소식? 인스타그램에선 개소리

그림 작가들과의 연대감

  겨우 그림체가 자리를 잡아가는데, 여전히 반응은 시원찮았다. 물론 큰 욕심 없이 시작한 인스타툰이긴 했지만 그래도 가끔은 누군가 달아 준 댓글 하나가 간절했다. 그림을 신경 써서 그리면 그릴수록 내 그림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조금씩 커져갔다. 게시물을 올리며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며 좋아요를 눌러주는 사람의 수는 조금이나마 점점 느는데, 팔로워의 수는 여전히 제자리걸음 중이었다. 




  새벽 1시. DM 한통이 왔다. 영어로 된 메시지였는데 대충 해석해보니 돈을 지불하면 팔로워를 늘려주겠다는 내용이었다. 팔로워 늘리기에 간절한 사람이 얼마나 많으면 이런 사업을 하는 사람까지 있을까. 이런 식으로 누군가의 팔로워가 되어주며 돈을 번다던, 5년 전에 만났던 친구가 생각났다. 그때는 그 친구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도대체 얼마나 돈이 썩어 나면 고작 팔로워 100명에 돈을 지불한다는 건지. 그 당시에는 '고작' 팔로워 100명에 돈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무려' 팔로워 1명이 늘어났다는 인스타그램 알림에도 두근거리는 나를 보며, 경제학의 기본 원리인 수요-공급의 법칙이 틀리지 않았구나 깨달았다. 대신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법칙은 인스타그램에선 적용되지 않았다. 오히려 개소리에 가까웠다. 인스타그램으로 뭔가를 해보려고 하는 사람이라면 알림이 시도 때도 없이 울려야 했다. 팔로워가 유입됐다는 알림이, 좋아요가 눌렸다는 알림이, 댓글이 달렸다는 알림이 중요했다.


  누군가의 팔로워가 되어 주는 것이 돈이 되는 세상. 이렇게 늘어난 팔로워로 돈을 버는 세상. 그리고 그 세계에 편입하려는 나는 아직 '팔로워 늘리기'라는 개념이 낯설기만 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을 쓰지 않고도 팔로워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것도 되게 든든한 팔로워들을 말이다. 그 팔로워들은 바로 '인스타툰 초보 작가'들이다. 

  어차피 같은 사람이 하는 일, 온라인 세계인 인스타그램에도 오프라인 세계와 같은 법칙이 적용된다. 일단 제 일 법칙, '관심 순환의 법칙'이다. 내가 먼저 누군가에게 관심을 표하고,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좋아요를 눌러주면 그만큼의 관심이 나한테도 돌아온다는 법칙 말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두 번째 법칙. '모든 곳에는 무리가 있다'는 법칙이다. 인스타그램에도 현실 세계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무리가 있다. 그중에 내가 속한 곳은 '인스타툰 초보 작가 무리'이다. 연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팔로워 수는 적지만 초심을 불태우며 열심히 연재를 하고 있는 신규 입성 작가들로 구성된 이 무리는 주로 '그림계정맞팔' 등을 해시태그로 자주 사용한다. 이 무리에 속한 작가들은 서로가 서로를 팔로우해주며 응원을 더한다. 아무래도 기존 인기 작가들보다 알고리즘에 노출될 확률이 낮고, 뜨기 전까지는 나 자신과의 싸움을 해야만 하는 상황을 서로가 잘 알고 있다 보니 더 든든하게 응원을 해주는 것 같다. 

  나 역시 처음 연재를 시작했을 때, 노출이 극히 미미하다 보니 가끔 달리는 댓글이 너무 소중했다. 이렇게 달리는 댓글 대부분은 다른 인스타툰 작가들이 달아준 것들이었다. 응원과 격려가 담긴 댓글을 하나 받을 때마다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덕분에 나도 응원하고 싶은 계정을 만나면 아낌없이 댓글을 달아주기 위해 노력한다. 

  또 이렇게 같은 무리에 있는 작가들과 팔로워를 맺는 것은 굉장히 쉽고 편하기도 하다. 이 방법이 편한 이유는 내가 신규 입성 작가들을 굳이 찾아다닐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 순환의 고리 역시 알고리즘으로 시작된다. 인스타그램의 알고리즘은 귀신 같이 나 같은 신규 인스타툰 작가들을'회원님을 위한 추천'에 띄워준다. 알고리즘의 노예로 잘 학습된 나는 그 작가들의 계정을 구경한다. 또 그 작가들이 팔로우한 다른 작가들의 계정들 사이로 파도를 타며 유영해 나가다 보면 수많은 계정이 내 눈앞에 펼쳐진다. 이런 식으로 구경하는 동안 배울 점이 많은 계정, 그림이 귀여운 계정, 스토리텔링이 좋은 계정, 음식 사진이 끝내주는 계정 등 각자의 특징이 잘 녹아 있는 다양한 계정을 마주하게 된다. 그 계정들 중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싶은 계정들에겐 관심을 부어 넣는다. 그 계정의 최근 게시물에 댓글을 달고 좋아요를 누르고 팔로우를 하면 나에게도 그 피드백이 돌아왔다. 물론 내가 먼저 관심을 받을 때도 있는데, 나 역시 내게 관심을 보인 누군가에게 관심으로 화답한다. 

 


  사실 신규 입성 작가들에게 무엇보다 힘든 건 '무관심'인 것 같다. 자신이 시간을 들여 그리고, 다듬고, 써낸 게시물이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은 채 인스타그램이라는 거대한 바다에 잠기고 잠겨, 저 밑바닥에서 꺼내 올려지지 못한 채로 있다고 생각하면 연재를 할 힘이 쭉 빠져버린다. 이처럼 작가들 간의 연대가 인스타툰 초보 작가들이 무관심에 낙담하지 않고 연재를 유지할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 준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오늘도 다른 작가들을 응원하고, 또 그 응원을 돌려받고, 연재를 지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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