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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오그래퍼 May 05. 2020

[비 오는 10월의 브릭레인 - 힐링이 필요해]

런던의 다섯 번째 조각


       

 October rain, 젖은 바람 냄새


 런던이어야 했다. 꼭 런던의 10월 이어야만 했다. 그리고 꼭 런던의 10월 비가 내리는 날이어야만 했다. 이것들이 이 곡을 온몸으로 느끼기 위한 전제였다. 오롯하게 그의 감성을 흡수하기 위해 런던에 도착한 이후로 그의 앨범을 듣지 않았다. 10월이 되기 전까지. 물론 작사는 그가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그도 수긍을 하였기에 그런 음반이 나왔으리라는 가정을 하였기에. 혹자는 이런 시답지도 않은 이유가 그토록 네가 '비 오는 10월의 런던'을 갈망하던 이유였냐? 라며 폄하할지도 모르겠지만, 이것은 당신의 인생 어느 짜릿했던 순간만큼이나 내게는 가치 있는 순간이었다.


-힐링이 필요해


 10월의 젖은 바람 냄새는 그 자체가 마음속의 고통이었다. 가을이라는 범위 안에 속하는 10월이지만, 비에 젖은 10월은 가을과 겨울 그 어느 곳에도 종속되는 것을 거부하는 듯하였다. '가을과 겨울 각각의 끝에 줄을 매달아 그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한걸음 한걸음을 옮기는 듯한'이라는 수식이 어울릴 법하다. 이 바람을 표현하기에는...  가을 옷으로 오늘 하루를 감싸고 나왔지만, 젖은 바람은 한 줌의 휘날림 없이도 내 살갗에 직접 맞닿는 것 같았다. 체감온도의 감소는 오히려 마음속 깊이 꼬깃꼬깃 꾸겨놓았던 작은 아픔을 다림질한다. 추위에 몸을 웅크릴수록, 그 아픔은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  



 "그랬었지"

 

 선명하게 자신을 드러낸 아픔이라는 녀석을 향해 내뱉을 수 있는 말은 과거를 회상하는 탄식 섞인 한마디뿐이었다. 젖은 바람이 우리의 주위에 내려앉는 계절이면, 내 외투 호주머니에는 네 손과 네 손가락 마디마디를 어루만지던 내 손가락들의 부산함에 오히려 더 따듯했던 기억만 가득한데,  이 거리 위의 바람은 한 줄기마다 극심한 상처를 남기는 듯하다. 하물며, 각각의 이유에 행복한 저들의 얼굴 속에서.... 그때로 돌아가고픈 마음이 간절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되돌리기엔 너무 늦은, 이미 엎질러진 물이 돼버린

너라는 사실이 흐린 하늘 아래에서 지난 시간의 태엽을 감고 있는 나를 멈추게 한다.  


 이곳 하늘을 꿈꾸게 한 것이 '너'였건만, 이곳 하늘 아래에는 그런 너를 펼쳐보아야만 하는 '나'만 있구나. 그런 너는 내가 서 있는 런던을 이루는 '한 조각'이다.        


 


 


 


October rain, 젖은 바람 냄새
October pain, 아파했던 우리
힐링이 필요해 난 니가 필요해

But it's too late, 늦어버렸어
It's too late, 되돌리기엔
이미 엎지러진 물이 돼버린 너

그대를 빼앗긴 맘
시간의 길을 드라이브해
기억의 끝을 달려가
나를 고치고 싶어

October wind, 흐린 하늘 기억
October scene, 널 담았던 공간
힐링이 필요해 난 니가 필요해

그대를 빼앗긴 맘
시간의 길을 드라이브해
기억의 끝을 달려가
나를 고치고 싶어

Take me back in time
Take me back in time
Take me back in time
Take me back in
Take me back in
Take me back in
Take me back in time

시간의 길을 드라이브해
기억의 끝을 달려가
나를 고치고 싶어

그대를 빼앗긴 맘
시간의 길을 드라이브해
기억의 끝을 달려가
나를 고치고 싶어

And I miss you
And I miss you
그대를 사랑한 그대를 떠나간..
나...





-유즈만의 관한 이야기


 '네 인생에 가장 영향을 미친 사람이 누구야?'라는 질문을 받으면, 나의 대답은 항상 「윤건」이었다. 그럴 때면 "이해를 못하겠어" "부모님도 있고, 다른 훌륭한 사람도 많은데 왜 가수야?"라는 사람들의 가시 박힌 의구심에 해명을 해주어야만 했다. "그럴 거면 제일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물어보든가!"라는 생각을 덧붙여서 말이다.

 어린 시절,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해외에서 활약하는 축구선수가 되고 싶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친구들과 학교 운동장을 밤낮없이 누비고 다녔다. 부모님의 반대로 공부를 하는 척을 했지만, 내가 꿈을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고등학교 1학년 즈음, 중간고사가 끝난 어느 날 친구의 오토바이를 빌려 타던 중 사고가 났다. 모래 위에서 브레이크를 잡던 도중 뒷바퀴가 중심을 잃고 미끄러져 내가 큰 바위 위로 넘어지게 된 것이다. 그날의 그 순간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내 왼쪽 다리에 뜨거운 무언가가 흐르는 게 느껴졌다. 바위에 뾰족한 부분에 복숭아뼈 바로 아랫부분이 찍혀, 살이 밀려 뼈가 보이는 정도의 사고를 당하게 되었다. 나는 그렇게 축구선수의 꿈을 지웠다.

 지금의 시스템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운동을 할 당시에 운동을 하던 친구들은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 속에 있지 않았다. 방황의 연속이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공부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던 내가, 오직 단 하나의 목표만을 바라보고 달리던 내게서 그 목표가 부서지고 나니 인생의 방향이라는 것이 사라진 것과 같은 상실감이 하루하루 나를 덮어만 갔다. 그렇게 몇 달을 보냈는지 모른다. 그리고 어느 날 Brown eyes 2집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Brown eyes 1집을 너무 좋아했던 나였기에 앨범이 나오는 날, 방과 후 레코드 가게에 들러 그들의 앨범을 구입하였다. 거짓말 같이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 앨범을 쉼 없이 듣는 이틀 동안 밥을 먹을 수가 없었다. 가슴에 심하게 맺혀버린 이유모를 응어리에 무언가를 입으로 넘길 수 있음을 상상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렇게 며칠간의 앓음 이후에 그 응어리 속에서 무언가 싹이 트기 시작하였다. 하고 싶은 것이 생겼다. 새로운 인생의 방향이 생긴 것이었다. 나는 그처럼 음악을 만들 수는 없지만, 그처럼 글을 쓸 수는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꼭 그럴 것이라고 다짐하였다.


 현재 나는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그때 정한 인생의 방향을 잃지 않고 걷고 있다. 브라운아이즈가 잠정 해체한 이후, 잠시 글쓰기가 녹록지 않기도 하였지만, 군 입대 이후 그들의 3집 앨범이 발매되었고, 윤건과 나얼의 개인 앨범들도 상당 수준의 것들을 보여주었기에 나는 행복하였다. 고등학생 시절 친구들은 내 이름 앞에 '브라운'이라는 형용사를 붙여주어 나를 '브라운 00'라고 부를 정도로 그들에 빠져있었다. 그리고 지금 누군가가 내게 너의 글쓰기를 한마디로 정의하면?이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나는 가감 없이 '윤건스러움'이라 말할 것이다. 그의 곡에 의해 변하여진 나이기에.....  하여 이번 10월의 비 오는 브릭레인은 나에게 있어 성지순례와 같은 것이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작가의 생가를 찾는 것처럼, 혹은 영화 촬영지를 찾는 것처럼.... 나도 그가 영감을 받은 곳을 찾아가 그가 느꼈던 감정을 고스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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