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된 강에서 낚는 것들 - 나이지리아의 상징
이 책 『어부들』은 한때는 사이좋게 잘 지내던 한 가족이 몰락해 가는 역사를 그린 것처럼 보인다. 아버지가 나이지리아 은행에서 근무하는 비교적 윤택한 가정이었고 어머니 또한 여섯 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잘 건사하면서 살고 있었다. 균열은 아버지가 다른 지역으로 전근을 가면서 시작된다. 혼자 남은 어머니가 여섯 명이나 되는 아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살필 수 없을 때, 아이들은 몰래 강으로 낚시를 간다. 그때부터 가족들에게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우게 된다. 그들이 낚시를 하러 가는 강은, 이미 더럽혀진 강이기 때문이다.
“오미알라는 무시무시한 강이었다. 아이들에게 버려진 어머니처럼, 아쿠레 마을의 주민들에게 오래전 버려진 강. 하지만 한때 오미알라는 최초의 정주민들에게 물고기와 깨끗한 식수를 공급하던 오염되지 않은 강이었다. … 아프리카의 많은 강이 그렇듯 오미알라도 한때는 신이라고 믿어졌다. … 상황이 변한 건 유럽에서 식민주의자들이 찾아와 성경을 소개했을 때였다.… 이제는 대체로 기독교인이 된 사람들이 차츰 그 강을 사악한 곳으로 보기 시작했다. 요람이 더럽혀졌다.”(25)
사악함이 감돌고 있다고 믿는 강에서 아이들이 낚은 것은 무엇일까. 자잘한 물고기와 올챙이를 건져 올리던 기쁨도 잠시, 그들에게 이미 무서운 강으로 각인되어 있던 그곳에서 잡게 되는 것은 두려움이다. 두려움이라는 감정은 사로잡히는 순간 빠져나오지 못해서 어느 순간부터는 그것에 볼모가 되어버린다. 아이들은 특유의 천진함으로 미신을 무시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아불루의 예언 앞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져버린다.
오미알라 강 앞에서 살고 있던 아불루는 정신이 온전치 못한 사람이다. 그는 자동차 사고로 정신을 놓아버린 이후에 동생을 죽이고 어머니를 강간한다. 그런 일을 벌이고 나서 정신병원에 잠깐 잡혀 들어갔다가 나온 후 버려진 트럭에서 노숙하며 살고 있는 중이다. 정신은 병들었지만 몸만큼은 튼튼해서 여간해서는 아프지도 않고 멀쩡하게 살고 있다. 문제는 아불루가 불길한 사건들을 예언한다는 것인데, 사람들은 그의 예언을 듣는 순간 두려움에 사로잡혀 버리고 그것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사실 아불루 자체가 분열된 나이지리아의 상징이기도 해서 그의 모습을 보는 것이 고통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낚시를 하러 갔다 집으로 돌아가던 아이들에게 아불루의 예언이 들린 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다. 첫째인 이켄나는 아불루의 예언을 듣는 순간부터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로 인해 비극을 빚어내게 된다. 비극은 도미노처럼 이어지게 되는데, 한때는 화목했던 가정이 결국 무너지고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꼴이 되어버린다.
멀쩡하던 이 가족이 무너지는 모습을 하나하나 보여주는 것을 읽고 있다 보면, 이것은 개인사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나이지리아의 역사에 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아가 나이지리아의 역사는 아프리카 역사의 상징으로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제국주의 국가들이 마음껏 유린하고 난 뒤, 제멋대로 국경을 만들어버린 곳에 남은 것은 오염된 오미알라 강의 지독한 악취일 뿐이었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정신적 분열과 혼란뿐 아니라 엄청난 두려움에 휩싸여있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독재자 아바차를 욕하며, 나이지리아에서 이보족이 한계로 내몰리는 상황을 성토했다. 그런 다음 아버지는 영국이 나이지리아를 하나의 국가로 만들려다가 결국 괴물을 만들어냈다고 불평했다.”(42)
어머니의 부모들은 비아프라 내전의 희생자들이었고, 이제 그녀의 자식들은 군정과 쿠데타, 온갖 부패가 난무하는 현실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지만 그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작품이 보여주는 형제 살해의 모티프는 나이지리아 내전의 상황에 대한 상징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 “바깥을 보니 세상이 반토막으로 썰리고 우리 모두가 그 균열의 가장자리에 불안정하게 서 있는 것만 같았다.”(155)
그들은 단지 "어부들"이 되고 싶었는데, 강이 너무 더럽혀져 있었다. 그들은 그들의 강에서 의미 있는 것이 낚아 올리고 싶었을 뿐이다. 그러나 한때는 어머니의 상징이자 신이었던 그 강이 오염되고 그것을 대체한 다른 신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오염된 강이 다시 깨끗해지려면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텐데, 과연 그런 날이 올 수 있을까 생각하다 보면 슬픔이 차오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