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그냥 가시진 않겠지, 설마
서점에 오실 때마다 늘 작은 선물을 가져오는 분이 있다.
방문 횟수가 누적되면서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것은 비교적 최근 일이다.
우리 서점을 정말 좋아하시는 듯했고, 빈손으로 오신 적이 없는 이분을
나는 다정한 단골손님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도 책은 구입하신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적어도 열 번은 넘게 오셨는데 말이다.
몇 번은 그냥 인사 차 들렀다 했고,
또 몇 번은 책도 보시고 이야기도 나누고 가셨다.
그때마다 서점에 있는 책갈피라던가 간식은 꼭 챙겨가셨다.
마지막 방문도 그랬다.
그때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겉으론 다정한데 속은 알 수 없는, 불편한 마음이 일었다.
이번에도 또 그냥 가시진 않겠지? 하는데 정말 그냥 가시고는
온몸의 피가 머리로 쏠리며 열이 올랐다.
운영시간이 아니었고, 다른 업무 중에 서점에 있는 중에
전화를 하고 방문한 것인데 어쩜 이럴 수가 있지?
역시 운영시간이 아니면 전화를 안 받아야 했는데
단골손님이란 생각에 어서 오세요~ 한 내 탓이다.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 해도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린다.
매번 방문할 때마다 책을 산다는 것이 부담스러운 수도 있겠다 싶었다.
마음에 드는 책이 없을 수도 있고.
그럼 여기 안 오고 싶을 텐데, 그게 참 이상했다.
저분은 여기 왜 오실까?
내가 무척 여유롭게 보였나? 일터가 아니라 놀이터로 생각하셨을까?
서점은 책을 판매하는 곳인데, 도서관으로 잘못 아신 걸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지만 그 손님 마음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마음이야 어쨌든 나는 30분을 그분을 위해 내드렸고, 책은 팔지 못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었을까?
책을 추천해드린다거나
서점의 운영이 얼마나 어려운지,
최저시급이 다 뭐야. 아직 고정지출 빼고 나면 거의 남는 것이 없다.
서점의 현실을 읍소라도 해야 하나.
그런다고 안 팔릴 책이 팔릴 것도 아니고, 달라질게 뭐람.
결국 여기선 사고 싶은 책은 없었다는 냉정한 마음을 마주하고
그만 의기소침해졌다. 그러곤 생각했다.
나도 소비자로 그럴 때가 있었다는 것을.
뭔가 둘러보고 마땅히 살게 없어 그냥 나오게 되는 일.
그럴 수 있어. 그럴 수 있어.
그럴 수 있는 일이다. 다만,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내 선택이 남았다.
직접 여쭤봐야지.
"마음에 드는 책이 없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