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책방일지는 조금 늦었습니다. 아이들을 재우고 써야지 했는데, 아이들의 잠드는 시간이 늦어지고 있어요. 깜박 저도 잠이 들었는데 하마터면 못 일어날뻔했습니다. 아이들이 늦게 잠이 들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힘들지요. 겨울이라 그런지 아이들이 유난히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해요. 이불에서 나오기 싫은 그 마음도 충분히 이해는 가지만요. 집에서 나오기 싫은 마음도요. 요즘 책방 앞 골목은 매우 조용합니다. 책방은 더 조용하고요. 겨울이어서, 아이들의 방학이어서, 코로나가 걱정스러워서겠지요. 조용한 오늘은 딱 두 번, 손님의 방문이 있었습니다.
첫 손님은 저희 아이들이 다니는 미술학원 원장님. 오늘 학원비 결제하는 날인데, 제가 가겠다고 하니까 책방으로 오시겠다고. 그렇게 오셔서 원장님은 책을 사시고, 저는 학원비를 결제했어요. 아! 원장님은 앙증맞은 휴대용 카드단말기를 가지고 오셨어요. 책방 카운터를 사이에 두고 주거니 받거니. 오늘의 다정함이었습니다. 원장님의 둘째와 저희 첫째가 여덟 살 동갑이라 자연스레 초등입학을 앞둔 학부모 상담으로 이어졌어요. 원장님은 둘째니까 두 번째 초등입학 유경험자니까요. 그렇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엄마와 딸은 적당한 거리가 필요해요.” 여기서 적당한 거리란, 엄마의 학원과 딸들의 학교 간의 거리를 뜻해요. 저는 그 거리가 상당히 좁은 편입니다. 집과 책방과 아들이 들어갈 초등학교는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거든요. 물리적 거리보다는 심리적인 거리가 아닐까 생각해보았어요.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낸다는 것은 부모로서 또 한 번 성장한다는 것 같아요. 생각해보니 유치원 보내기 전에도 긴장했고 걱정했거든요. 초등입학을 앞두고 다시 예전 생각이 났어요. 가보지 않은 길 위에서 불안해하고 걱정했던 제가 떠올랐어요. 낯선 환경에서 적응하느라 많이 힘들어했던 첫째의 5살 모습도 생각났습니다. 지금 이렇게 잘 적응해서 졸업을 앞두고 있다는 것이 새삼 신기하고 감사해집니다. 초등입학도 그렇겠지요? 지나고 나면 아이도 엄마도 자연스럽게 언제 그랬냐는 듯 잘 적응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이 초등 예비소집 마지막 날이라 준비한 서류를 가지고 막 나가려는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바로 오늘의 두 번째 손님.
오늘의 두 번째 손님은 책방 문 열었나 전화를 주셨어요. 잠깐 볼일을 보고 오겠다고 말씀드리곤 전력 질주해서 근처 초등학교 예비소집에 다녀왔습니다. 멀리서 찾아오시는 것 같아서 마음이 급했습니다. 다행히 제가 다녀와서 땀을 식히고 나서 도착하셨어요. 7살 아이와 할머니가 아기를 안고 계단을 내려오셔서 좀 놀랐지요. 마르타의 서재는 지하여서 아이들 오기가 쉽지 않거든요. 어린이들도 엄마와 함께 오는 일이 드문 일이라 신기하고 반가웠습니다. 사실 할머니라고 하기엔 아이와 너무 닮아서 엄마일까 생각이 들만큼 젊은 할머니, 멋진 할머니셨어요. 어떤 온라인 매거진에서 기사로 소개된 책방 중에 꼭 한번 방문하고 싶으셨다고. 따님은 서울로 출퇴근하시고 아빠가 아이들을 돌보고 계신데, 오늘은 특별히 손자들만 데리고(둘째 손녀는 아빠와 있는 것 같았어요) 책방에 오신 거였어요. 늘 장난감 선물만 사주셨는데 책 선물은 오늘이 처음이라고 하시는데, 아차! 지금 생각하니 할머니의 메시지를 적게 카드라도 한 장 드렸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이제야 드네요. 손주에게 주는 첫 책 선물. 한 발 늦게 탑재된 센스는 다음 기회에 꼭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자, 여기서 정말 오늘 손님은 이 두 분 뿐이었냐 물으신다면, 맞습니다. 맞고요. 이래서 어떻게 책방 유지가 되냐고 물으신다면? 마르타의 책방 일기 다음 편을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