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로 살아간다는 것(21)
(사진 출처-게티 이미지뱅크)
고속도로 교통사고가 난 지 한 달이 지났다. 하지만 한 일주일 정도 입원을 하고 나서도 나는 병원을 계속 다니고 있다. 아직 허리가 좀 아프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일 안 하고 누워있어야 할 정도는 아니라서 계속 직장을 다니면서 일주일에 세 번, 통원치료를 하고 있다. 엄니와 같이...
엄니도 계속 어디가 아프다고 하신다. 어제는 허리, 오늘은 어깨, 내일은 머리... 이런 식이다. 하기야 그 나이에 그런 교통사고를 당했으니 아프지 않으면 이상할 일이다. 나도 이런데... 그래서 엄니를 모시고 일주일에 세 번 J한방병원을 다니고 있다. 화, 목, 토는 엄니 신장투석을 위해 B병원에, 그리고 또 3일은 한방병원에 침을 맞으러 가는 것이다. 물론 오전에는 엄니 신장투석을 위해 B병원에 갔다가 오후에는 한방병원에 가는 날도 있다. 야구로 치자면 일종의 더블헤더라고 해야 할까?
그러다 보니 일주일에 5~6일은 엄니를 만나고 내 자동차에 엄니를 태운다. 더블헤더가 있는 날은 본가에 가서 점심도 같이 먹는다. 그러다 보니 세상 누구보다 엄니와 더 가깝게 지낸다. 누구보다 많은 시간을 엄니와 함께 하기 때문이다. 보통 오전 8시부터 11시 반까지는 신장 투석이 있고, 2시부터는 한의원 진료가 있기 때문에 그 사이에 점심을 먹고 나서 삼십 분에서 한 시간 정도 TV를 보다가 한의원으로 향한다. 한의원에선 엄니와 나, 둘 다 같이 진료를 보고 같이 침을 맞는다. 한의사 선상님(?)께 각자의 증세를 이야기하고 침 맞는 베드에 드러눕는다.
'아, 아얏!!'
엄니의 비명이 들려온다. 오늘은 유달리 침 맞는 자리가 아픈가 보다. 효과가 있어야 될 텐데... 그다음은 내 차례다.
'앗, 아얏!'
나도 비명을 지른다. 엄니가 들으실까 좀 걱정이 되긴 하지만 한의사 선상님(?)의 침 맛은 매섭다. 펜싱선수의 칼과 같이 빠르고 정확하게 정곡(?)을 찌른다. 침을 맞고 물리치료를 받고 우리 모자는 같이 베드에서 일어난다. 물론 엄니가 좀 느리다. 엄니는 일어나면서도 고통을 호소한다.
'에구~에구~에구~'
이러다 보니 엄니와 내가 함께 꽤 긴 세월을 동행해 왔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이제는 엄니나 나나 점점 늙어가고 있는 것이다. 한 20년 전에도 엄니를 모시고 J한방병원에 다닌 적이 있었다. 엄니의 허리가 아프기 시작했을 때였다. 그때는 서부산에 그 분점이 없어 해운대에 있는 그 한방병원까지 내가 모시고 갔었다. 엄니는 그 병원에만 가면 허리가 시원하다고 해서 엄니를 모시고 다녔는데 이제는 내가 그 치료를 받아보니 '허리가 시원하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오늘도 우리 모자는 한의원 베드에 누워 있다. 침의 아픔을 속으로 삭이면서... 언제나 이 침치료가 끝나려나~ 언제나 엄니가 아프다고 하지 않고 나도 아프지 않은 그날이 올까? 그날은 천국 가는 날이지 않을까?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문다. 어느새 알람이 울리고 간호사가 와서
"침 뽑겠습니다. 따끔합니다."
하는 말이 들린다. 그날이 언제가 되었던 천국 가는 날까지 엄니와 나는 동행할 것이다. 50년을 이어온 동행, 그 마지막이 아름답길 바라면서 나는 대답한다.
"네, 수고하셨습니다."
엄니의 가는 길에도 이렇게 수고하셨다고 말해 주고 싶다. 80 평생 자녀를 키우고 뒷바라지하느라 수고하신 엄니, 엄니의 그 길을 마지막까지 온전히 동행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