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로 살아간다는 것(56)
얼마 전, 막둥이가 유치원에서 체험학습으로 농촌에 가서 고구마를 캐고 왔다고 했다. 그래서 가져온 고구마를 먹어보니 정말 맛이 있었다.
"응?, 정말 막둥이가 캔 거여?"
내가 이렇게 물어보니 와이프는 선생님들이 좀 도와주셨을 거라고 했다. 그러면 그렇지, 이렇게 큰걸 조그만 막둥이가 혼자서 캤을 리가 없지, 선생님들이 좀 도와주셨겠지~^^;;
이렇게 실한(?) 고구마를 삶아놨으니 안 맛있을 수가 없다. 와이프 말에 따르면 고구마를 캔 그날도 막둥이는 고구마를 보고 멀뚱멀뚱 있길래 선생님이 고구마 줄기를 끌어당겨 하나하나 캐서 아이들의 그릇에 담아주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캐 온 고구마를 맛보고 있으려니 지난여름 처갓집에 가서 감자를 캐었던 기억이 났다.
지난여름에 우리 가족은 농사를 짓는 처갓집에 내려가 감자를 실컷 캐왔던 것이다. 그래서 쪄먹고, 조려 먹고, 전 부쳐 먹고, 회오리 감자를 만들어 먹고도 남아서 이웃집(?)에 나눠 주기도 했었다. 그 감자 맛이 생각나면서 달큰한 고구마를 맛보니 또한 맛이 없을 수가 없었다. 막둥이는 이 감자와 고구마를 캐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 맛있는 것들이 땅속에 숨어 있다가 하나하나 나온다고 생각하니 신기하지 않았을까? 물론 외할아버지가 봄부터 여름까지 땀을 흘리며 땅을 일구고, 모종을 심고, 잡초를 뽑고 물을 준 일들은 생각하지 못했겠지만 말이다. 여하튼 호미를 들고 땅을 파는 족족 이런 보물 같은 놈들이 하나하나 나오니 신기하고도 재밌었을 것이다.
거기다 아빠와 삼촌과 할아버지가 감자를 리어카로 실어서 나르는 장면을 보고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어렴풋이나마 일(노동)을 해야 그런 보물들을 얻을 수 있고 그렇게 일하는 것이 기쁨이 된다는 사실을 예감했을까?
막둥이가 그런 노동(일)의 기쁨을 빨리 알았으면 좋겠다. 그런 일을 하고 땀을 흘려야만 얻을 수 있는 수확의 기쁨도 빨리 알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땀 흘리지 않고, 일하지 않고 얻으려 하는 못된 버릇을 들이지 않고 열심히 일한 만큼, 공부한 만큼, 노력한 만큼 그에 따른 달콤한 보상이 따른다는 사실을 빨리 알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