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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탄 지하철에 불이 난다면?

소방관으로 살아간다는 것(73)

by 소방관아빠 무스

(사진 - 연합뉴스)


지난 토요일엔 서울 지하철 5호선에서 이혼소송에 불만을 품은 한 남자의 방화사건이 있었다. 부산의 갈맷길을 같이 걷던 친구에게서 그 이야기를 들은 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https://youtu.be/wpN7lmCp2Qk


2003년에 있었던 대구 지하철 참사가 생각났다. 192명이 사망하고 151명이 부상을 당한 그 아비규환의 현장이 2025년에 다시 재현될 뻔한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국민들의 안전의식이 고취된 덕분일까? 기관사와 승객들의 발 빠른 대처로 불은 1시간 30분 만에 완진되고 경상을 입은 21명만이 병원에 이송되는 것으로 그 사건은 일단락됐다.


이렇게 자칫 대형사고로 번질 수 있었던 방화사건은 일단락됐지만 이번 지하철 화재에서 더 생각해 볼 점은 없을까? 요즘처럼 분노 조절 장애자가 많은 세상에서 언제 어디서 이런 사람들을 만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이 같은 재난현장에서 알아야 할 수칙들을 한번 생각해 보았다.


1. 지하철 화재가 나면 열차 앞칸으로 피신하자.

위 동영상에서도 나오지만 지하철 화재가 나면 거기에 탄 사람들이 일시에 패닉에 빠진다. 매연으로 인한 악취와 연기 때문에 눈을 뜰 수도 없고 숨도 제대로 못 쉬게 된다. 그래서 이번 사건에서 불이 나자 그 칸에 있던 사람들은 다른 칸으로 피신했고 그중 70여 명의 사람들이 열차의 출입문을 개방하고 선로를 따라 지하터널을 걸어서 다음 역까지 가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불이 난 후 만약 열차 진행방향의 뒤쪽으로 피신했다면 어땠을까? 만약 그랬다면 출입문을 개방하고 열차 선로로 내려서 불이 난 열차칸을 지나서 앞으로 가야 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열차 뒤쪽 방향으로 간다면 다음에 오는 열차와 맞부딪히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이 난 열차칸을 지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는 불이 빨리 꺼져서 다행이지만 불이 커질 경우 터널 안은 좁은 데다 연기와 열기 때문에 불이 난 열차칸으로 접근하기도 어렵고 맞은편에서는 반대뱡향 열차가 달려올 수도 있기 때문에 매우 위험할 것이다. 그래서 지하철 화재가 나면 일단 열차 진행방향 앞칸으로 피신하라는 것이다.


2. 다른 열차칸으로 피신할 때는 침착하고 질서 있게

위 동영상에서도 보듯이 패닉에 빠진 사람들은 연기와 열기를 피해 다른 칸으로 피신했다. 그리고 한 칸에 모여서는 열차 안 승객들끼리 문 열림 거라고, 밀지 마라고, 침착하자고 외치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사고가 난 후 누군가가 인터뷰하는 장면에서는 이태원 사고차럼 압사당할까 봐 두려웠다고 말하는 사람이 나왔다.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상황이다. 토요일 8시 오전시간이라 사람들이 많이 타고 있지 않아서 다행이지, 평일 출퇴근시간이었다면 압사로 인한 부상이나 사망자가 충분히 생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니 열차에서 불이 나서 피신할 때는 패닉에 빠지 말고 침착하게 차례차례 앞칸으로 이동해야 하겠다. 물론 그러기 어렵겠지만...


3. 무엇보다도 초기진화

이번 지하철 방화사건에서 최대 수훈갑은 결국 소화기로 초기진화를 한 기관사와 승객들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대구 지하철 화재 이후 바뀐 지하철 내부의 난연재료(불에 타기 어려운 소재)화다. 만약 초기진화가 되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열차 내부가 난연재로 바뀌지 않았더라면 2003년 대구지하철 때처럼 불은 순식간에 지하철 열차 전체로 옮겨 붙어 사람들은 암흑 속에서 연기와 열기 때문에 패닉이 왔을 것이고 비상문을 개방하지도 못하고, 혹은 개방했다 하더라도 지하철과 터널 안에 가득 찬 유독가스 때문에 몇 걸음 탈출하지도 못하고 쓰러졌을 것이다. 그러니 이번 화재 초기에 신속하게 화재를 진압한 기관사와 승객들처럼 소화기 사용법을 익혀 비상시에 긴급하고 적절하게 사용해서 초기진화를 시도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4. 다음으론 비상문 개방

앞 칸으로 탈출한 승객들이 '밀지 마, 침착해, 문은 열린다'라고 외치고 있을 때 누군가 비상문을 개방한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화재가 커지면 지하철 전기가 차단되면서 내부가 암흑으로 바뀌는데 그 시간이 오기 전에 비상문을 개방해야 한다. 지하철 비상문 개방방법은 자세히 보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지하철 좌석 밑부분을 열면 앞으로 돌리는 코크가 있는데 그것을 돌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하철 벽에 붙은 빨간 레버를 시계방향으로 돌리는 것인데 둘 다 그것을 돌리면 지하철 문을 수동으로 밀어 열 수 있게 된다.


b97c3c42a037e9c88f8ed242bf45be5f.jpg (좌-벽에 설치된 오른쪽으로 돌리는 레버, 우-좌석아래 설치된 앞으로 돌리는 코크)


이렇게 지하철 문을 비상개방하고 나면 선로를 따라 지하철 진행방향으로 다음 역까지 걸어야 한다. 물론 불이 커져서 화염과 연기가 분출된다면 그 연기의 이동속도보다 빠르게 뛰어야 한다. 그런데 그때도 선로와 터널은 암흑천지일 가능성이 높으니 패닉에 빠져서 한꺼번에 뛰지 말고 휴대폰 조명을 켜고 발밑을 보면서 질서 있게 이동해야 한다. 그런데 만약 사고로 인한 정차위치가 이번처럼 역과 역 사이가 아니라 바로 승강장이라면 스크린 도어도 통과해야 한다. 스크린 도어 개방방법은 아래와 같다.


FjTXU8lisKp.jpeg (위-지하철 출입문 개방방법, 아래-지하철 스크린도어(비상문) 개방방법)


5. 화재 안전용품 착용

이렇게 비상레버를 돌리고 출입문과 비상문을 열어 지하철 열차에서 승강장으로 나왔다면 승강장에 비치된 안전용품 보관함을 찾아야 한다. 일단 휴대용 비상조명등을 찾아서 그것을 켠 다음 화재용 마스크 보관함을 찾아 마스크를 쓰거나 물티슈로 입과 코를 가리고 계단을 통해 지상으로 대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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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안전용품 사용법, 중-화재용 마스크 보관함, 우-휴대용 비상조명등 보관함.)-네이버 블로그 '치유' 캡처


이렇게 지하철 화재 시 우리가 미리 대비해야 할 수칙들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일상생활에서 지하철을 자주 이용하면서도 이런 수칙들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해 볼 일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지하철 화재를 통해 우리가 평상시 이용하는 지하철은 언제라도 불이 날 수 있고 일단 불이 나면 많은 인명피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거기에 누군가가 희생되지 않으려면 이런 수칙들을 미리 알고 숙지해서 나와 다른 사람의 안전을 지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안전수칙들은 얼핏 보면 쉬운 것 같지만 미리 숙지하지 않으면 화재 현장에서 적용할 수 없고 그러다 자칫 패닉에 빠지면 많은 인명피해가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번 화재를 거울삼아 다음에도 지하철에서 화재가 난다면 이번처럼 신속하고 지혜롭게 이런 수칙들을 활용하여 단 한 명의 희생자도 발생하지 않는 안전한 대한민국이 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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