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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니고 Apr 01. 2024

'솔직'이 미덕입니다.

포장해서 말하지 마세요.

미국인상사들과 일을 하면서 겪었던 문화 충격 중 하나는, 대규모 구조조정이 있을때였습니다.


회사의 전략적인 방향성이 변경되어 대다수의 조직 구성원들의 직급/역량과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단순 업무를 하는 곳으로 재배치를 해야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누가봐도 구조조정이고 어떤 식으로든 솔직하게 회사의 상황을 설명하고 너가 어떤 이유로 이런 변화를 맞게되는 것이다라는 설명을 해주는 것을 기대했는데,

저희 조직의 리더는 

"너희가 다른 방향으로 더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이를 통해서 성장해보자"라고 얘기하더라구요.


저는 그렇게 불편하고 슬픈 소식을 너무나 밝게 희망적으로 포장하려하는 그 모습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사람들이 현상을 보는 관점은 크게 다르지 않을거라서, 많은 사람들이 저와 비슷하게 느꼈을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커뮤니케이션을 보며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은 어이가 없었을 것이고, 다른 조직원들도 회사에 대한 로열티가 크게 떨어졌을거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미국의 거대 테크기업들처럼 하루아침에 이메일을 통해 해고를 통지하고 시스템 억세스를 막아버리는 무자비함 보다는 나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누굴 바보로 아나" 라고 생각이 들만큼 상황을 애써서, 힘겹게 포장하여 미화한다는게

저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따로 대상이 된 조직원들과 한명씩 만나서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너가 열심히 해왔던 이 일은 회사의 방향성 변화로 인해 이제 더 이상 회사의 중요한 프로젝트가 아니며, 따라서 조직의 규모를 크게 줄이는 중이다.

이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당신이 잘못해가 아니니 오해없기 바란다. 당신은 최선을 다해서 일한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얼마나 열심히 했든, 얼마나 성과를 올렸든 구조적으로 성장의 한계가 있다는게 상부 리더십의 의견이고 이미 결정된 내용이니 조직원인 우리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원래 회사는 이런 곳이고, 특히나 우리조직처럼 빠르게 변화하고 성장하는 곳에서는 앞으로 계속해서 일어날 일이므로 이런 점들을 잘 감안했으면 한다."


이런 얘기를 들었던 조직원들은 오히려 저에게 너무 고맙다는 인사를 남겼습니다.


솔직함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거든요.

그리고 그들은 리더가 솔직한 모습을 보일때 이를 잘 받아들이고 상황을 소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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