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용 페이지 하나만 만들어 두면 온보딩 경험 디자인 끝
신규입사자는 입사 후 얼마간 읽고 보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다. 오늘은 우리 회사에 새로운 디자인 동료가 올 때마다 회사 온보딩을 위해 준비했던 노션 문서를 바탕으로 내 의견을 적어보려고 한다. 내가 처음 입사했을 때 먼저 계셨던 기획자 W님이 작성해 주셨던 앞으로 할 일의 우선순위에 대한 문서가 있었는데 그 문서가 큰 도움이 됐던 게 기억이 났고, 그 기억을 더듬어 나만의 원칙을 세우고 발전시켜 왔었다.
B2B 제품팀의 디자이너를 기준으로 작성된 내용이 많으니 참고해 주시길 바란다! 나는 전문 HR 지식이 없고 그저 우리 팀 디자이너들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만들어진 원칙이니, 의견은 댓글로 달아주시면 좋겠다.
1. 온보딩을 돕기 어려운 이유, 그래도 해야 하는 이유.
2. 입사자의 입장에서
3. 그렇다면 어떻게 배려하는 게 좋은가?
4. 내 원칙 9가지
5. 마치며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문서화가 체계적으로 되어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의사결정에 대한 히스토리 문서화가 그렇다. 그래서 그 회사에 오래 있던 사람들이 곧 히스토리일 때가 많다. (정보 불균형)
⏺ 이런 맥락을 모르는 사람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언어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 입사자가 어떤 시도를 해보려고 했을 때, 과거에 협의했던 사항과 중복된 내용이라면 그만큼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가 생길 것이다.
⏺ 레거시나 히스토리를 모두 알고 있는 사람이 한 두 명 밖에 없다면, 그 사람이 없을 때 회사는 너무 크게 휘청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이것 또한 리스크다.
⏺ 초기 팀일수록 HR 인력이 없거나 적을 가능성이 높다.
⏺ HR 인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각 직무에 대한 의사결정 히스토리나 구체적인 프로세스는 결국 직무 담당자가 따로 온보딩을 해주는 것이 당연하긴 하다.
우리 회사는 버티컬 B2B, 대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제품을 만들고 있다.
⏺ 그래서 우리의 '고객'과 '사용자'는 다른 사람들이다.
⏺ 건설 프로젝트 관리를 할 수 있는 제품이기 때문에 너무나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있고, 그만큼 우리 고객과 사용자도 다양할 수밖에 없다.
⏺ 많은 기술이 적용되는 제품이므로, 이런저런 하드웨어와 R&D팀과의 협업을 통한 기술 용어 습득이 필요하다.
⏺ 제품 특성상, 기능 간 강한 종속성 때문에 데이터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 때문에 회사의 업무 프로세스 중 '눈치껏'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이 매우 적다. (경력직이라도 힘들 수밖에 없다ㅠ)
우리 회사에서 디자이너들의 경우에는 사용자뿐만 아니라 고객도 이해하고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 건설을 이해해야 하며, 기능 간 복잡한 연결고리를 함께 알아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가중되는 식이다. 하지만 예전 글에서 한 번 언급했듯이, 이렇게 다양한 지식을 한꺼번에 잘 익히는 것은 어렵고 오래 걸리는 일이다. 그러다 보면 본인의 퍼포먼스 퀄리티가 평소처럼 나오지 않으니 계속 의심할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여기는 나와 맞지 않고 못하겠다'며 포기하기도 쉽다.
보통 회사들은 채용 시 입사 후 3개월 간 '수습 기간'을 두는데, 이는 회사와 입사자가 서로를 평가하는 시간이다. 이 기간 안에 충분히 회사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두지 않는다면 입사자가 좌절하고 이탈할 확률이 높다. 이렇게 배경지식 습득이 매우 어려운 점도 한몫 하지만, 특수한 분야의 제품인 만큼 입사자가 본인의 커리어에 정말 도움이 될지 의심을 품게 되는 순간도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입사자가 이 회사에 입사하게 된 이유에 따라 다를지도 모르겠지만)
B2B 회사에서 디자이너를 채용해 보신 분들은 대부분 공감하실 터인데, B2B는 디자이너들이 잘 살펴보지 않는 데다가 이쪽은 건설이다 보니 정말 정말 지원자가 적다. 그래서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극히 적을 수밖에 없다. 디자이너 두 명 채용하는 데 1년 넘게 걸렸다...
힘들게 채용한 분들이고, 우리를 믿고 입사한 분들이기 때문에
⏺ 입지를 다지면서 원활하게 소통하고 스스로 적응을 잘하고 있다는 만족감을 느끼실 수 있게끔,
⏺ 내게 정보가 몰려있어 커진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게끔,
⏺ 비즈니스 성과를 더 빨리 볼 수 있게끔
온보딩에 더 힘쓸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회사의 히스토리와 문화도 신규 입사자에게는 모두 새로 익혀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서나 다양한 기록들을 읽고 읽고 읽고 또 읽을 수밖에 없다. 일이 바쁘게 돌아가는 곳인 만큼 신규 입사자가 최대한 빨리 적응하기를 바라는 것은 입사자 본인도 회사도 마찬가지기 때문에 마음이 급해지고는 한다.
하지만 다양한 문서를 한꺼번에, 많이, 오래 읽는 일은 상당한 피로도를 유발하고 갑자기 눈이 매우 따가워지면서 1분만이라도 감고 싶어지고 죽을 것 같은데 혹시나 잔다고 오해받아서 이미지 망할까 봐 그러지도 못하고,,, 엉엉 급격하게 집중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학창 시절 영어 단어를 공부할 때와 비슷하다고 생각해보자. 새로운 단어를 한꺼번에 많이 보는 것보다, 특정 단어들을 일정 기간을 두고 자주 보면서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온보딩은 정보를 영단어처럼 암기해서 만사 해결되는 것도 아니니, 그간의 다양한 맥락 등 배경 설명을 충분히 적거나 얘기해서 입사자가 진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온보딩을 돕는 입장의 우리도 따로 내어줄 수 있는 시간은 제한되어있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내가 찾은 방법은 있는 정보들이라도 한 군데에 잘 모아두고, 입사자가 그곳을 자주 드나들고 확인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다.
그럼 왜 '문서'인가?
내가 문서화를 선택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
① 정리하는 사람에게 글이 도움이 된다. 글로 먼저 적다 보면 어떤 걸 먼저 말해야 할지 등의 순서나 내용이 자연스럽게 정리된다.
② 입사자가 자주 확인하기 편하다. 즉,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말해야 할 일이 확실히 줄어들어 서로의 시간과 에너지가 덜 낭비된다.
이런 내용을 포함해 내가 문서를 작성할 때 지켜보려고 했던 원칙을 소개해보겠다.
1. '정리가 되어있지 않은 것'보다 '전달할 내용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다.
해당 정보가 필요한지 결정하는 건 입사자라고 생각하고 만드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fact를 나열하는 것보다도 우리가 어떤 일을 겪었고 어떻게 해결해 왔는지, 각자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 등등 다양한 배경을 설명하는 게 더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런 기억은 모두 회사에 오래 있던 사람들의 머릿속에만 있을 가능성이 높으니, 내게는 너무 기초적인 것 같은 정보들도 일단은 다 던져두자. 입사자 본인이 읽으면서 알아서 거르게 하는 게 좋다. (사전에 이 문서는 그런 의도로 작성되었다고 언급도 해주면 Best다�)
2. 그래서 암묵적인 룰이나 합의한 사항에 대한 배경 설명을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눈치껏 알아서 배워라 X)
물론 그중 중요한 것들 위주로 다운로드하되, 추후 입사자와 주기적인 1on1을 통해 내가 미처 기억하지 못해서 알려주지 못한 것들을 물어보고 답을 얻어가실 수 있게끔 도와야 한다. 그러다 보면 어려운 얘기가 오고 가는 회의 참관 중에도 입사자가 어디선가 들어본 단어를 캐치하고 회의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빨리 생길 것이다.
3. 팀이 달성하고자 하는 것, 집중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줘야 한다.
이에 따라 입사자가 행동양식을 어떻게 선택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자세한 힌트를 먼저 주는 것이다. 또 현재 회사나 팀이 우선적으로 맡고 있는 일 등, 전체적인 우선순위를 알려주는 것도 회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4. 본인이나 회사가 입사자에게 기대하는 바를 알려줘야 한다.
입사자를 채용할 때 어떤 걸 기대하는지 이미 전달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입사자에게 너무 형식적이거나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다. 이제 같은 팀, 같은 편이니까 좀 더 알아두면 좋을 배경 지식이 있다면 추가로 설명해 주자. 당신을 채용할 때 이런 이력을 인상 깊게 봤고 그래서 이런 점을 기대하고 있다 등등.
5. 본인이 무슨 일부터 해야 할지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회사나 팀의 우선순위에 따라 해야 할 일이 있을 것이다. 그 중 본인이 해야 할 일은 어디쯤에 있는지 파악할 수 있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내가 맡을 일이 얼마나 회사에 중요한 일인지, 어떤 목표에 필요한 일인지, 언제쯤부터 언제까지 하면 될지 감을 미리 잡아두고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6. 정보가 많겠지만 꼭 한 군데 모여있어야 한다. 입사자가 그것만 ★즐겨찾기★ 하면 되도록 안내한다.
위에서 잠시 언급한 방법이다. 이런저런 정보를 모두 모으고 적고 하다 보면 정보나 정보를 담은 링크가 엄청 많아질 수밖에 없다.
7. 문서를 전달할 때 입사자에게 '구두'로, 간단하게라도 설명한다.
영상통화든 대면이든 상관은 없을 것 같다. 함께 문서를 보며 내가 이 문서를 작성한 목적, 문서의 성격, 이 문서를 내비게이팅하는 법 등을 간단하게라도 설명해 주면 된다. 그냥 일을 할 때에도 문서만 띡 던져주고 '알아서 보라'는 식의 전달 방법보다는, 준비해둔 문서를 함께 훑어보면서 간단하게 어떤 내용이 있는지 직접 말로도 설명하는 게 전달력이 훨씬 좋다.
8. 문서의 엄청난(?) 양에 압도될 수 있다. 당장 모든 걸 기억할 필요가 없다는 걸 충분히 알려주자.
그래서 즐겨찾기로 정보를 다시, 자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기억이 가물가물 할 때는 다시 이 페이지를 보면 된다는 말 한 마디면 충분하다.
9. 문서화가 끝났다고 온보딩이 끝난 건 아니니까. 궁금한 게 생기자마자 언제든 다시 찾아보거나 물어볼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 하고, 그 장벽이 낮아야 한다.
나는 수습 기간이 종료된 뒤에도 각 셀원들과 요일을 정해 15분 정도의 1on1을 진행하고 있다. 이제 수습이 아니라고 해서 정보 불균형이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1on1도 할 말은 많지만 이건 나중에 써보도록 하고... 나중에 생긴 질문들은 어떤 것이든 대면이나 slack으로 적극적으로 물어볼 수 있도록 안내하고, 1on1에서는 '이런 걸 물어봐도 될까' 고민되는 것들도 물어볼 수 있도록 안전한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동료들을 맞이하며 작성했던 문서로 회사에 적응하는 시기에 바이블처럼 잘 사용했다는 피드백을 들어서, 그걸 바탕으로 노션 템플릿을 만들어 봤다. 난 HR 직군이 아니지만 문서를 만들어가며 동료의 온보딩 경험을 디자인한다는 생각이 들어 오묘했던 기억이 난다.
만약 처음부터 직접 작성하는 게 힘들다면, 이 템플릿을 참고해 보시라...
https://ctee.kr/item/store/104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