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그때 내가 궁금했던 것들.
[국제학교 보내는 엄마가 이야기를 시작하기까지]
호찌민에 온 지 4년 반이다. 2018년 여름, 남편은 기내용 캐리어 하나를 들고 3일 출장을 다녀오더니, 조금 더 큰 가방과 함께 일주일, 그 후로 다시 한 달을 머물다 서울로 돌아왔다. 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현지 파견 발령이 났고, 몇 개월 뒤인 2019년 1월. 나는 두 딸과, 30톤 이삿짐과 함께 남편을 뒤따라 왔다.
남편이 파견 발령을 받았을 때 두 딸의 나이는 7살과 4살이었다. 당시 나는 별 탈없이 직장에 다니고 있었고, 무엇보다도 둘째가 어렵게 합격한 훌륭한 기관에 잘 적응해 비로소 숨통이 트인 상황이었다. 배불뚝이로 뒤뚱뒤뚱 출근하고 출산 후 워킹맘으로 여기까지. 내가 어떻게 버텼는데 정년 보장되는 직장을 버리고 남편을 따라가야 한다니 반갑기보다 억울한 마음이 앞섰다. 게다가 하고많은 곳들 중에 왜 하필 베트남이냐. 쉽지 않은 퇴사 결정을 내리고, 해외이사 준비부터 원격으로 집 알아보기, 아이들 학교 찾기, 병원 검진 등 결혼 준비 또는 출산 준비에 버금가는 막막한 미션들을 바쁘게 처리했다.
제일 집중력을 요했던 분야는 역시나 아이들 학교 문제였다. 초록창에서 카페를 찾고, 회원수많은 대표 카페 두어 개에 가입을 하고, 끝없이 게시글을 읽어나가면서 즐겨찾기를 추가했다. 인가받은 국제학교 몇 군데를 추리고, 각 학교 홈페이지에 방문해서 장단점들을 적어나갔다. 며칠 집중해서 조사하다 보니 대략 후보군이 정해졌고, 남편 회사와 학교의 위치를 고려한 주거지 후보까지 정리가 가능했다. 입학서류들을 다운로드하여 작성하고 나면, 방문 또는 온라인으로 학교 투어와 영어 레벨 테스트를 신청할 수 있다. 머리 좀 아프고 눈이 따갑지만 시간 들이면 누구나 할 수 있다. 결국 결혼식도 치르고, 출산 가방도 쌌던 것처럼.
호찌민에는 굉장히 많은 교민들이 살고 있고, 국제학교 어디를 가나 한국 아이들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카페의 질문글과 댓글들로 해소되지 않는 정보들이 여전히 많다. 호찌민 입성 전,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하루에 열두 번씩 들락이던 카페에는 입성 후 자주 들어갈 필요성을 잃게 된다. 입성 후 가끔 재미로 들어가서 이런저런 글들을 클릭해 보면, 사실과 다르거나 두세 줄의 댓글이 아쉬울 때가 있다. 내가 4년 전 가졌던 궁금증들과 직접 마주했던 시행착오들, 그리고 국제학교 일상 이모저모를 돌이켜 적어두면, 나처럼 고민이 많고 미리 계획 세우지 않으면 불안한 엄마들에게 작은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이 내 브런치 글쓰기의 시작이다.
학교 투어 신청법이나 아파트 정보처럼 이미 충분한 가이드가 제시된 키워드는 차치하고, 국제학교 보내는 엄마의 영어 실력은 실질적으로 어디까지 요구되는지, 학교 생활은 어느 선까지 참여해야 하는지, 아이들 외국친구들 어떻게 만들어줘야 하는지, 초등학생 학원 선택지는 얼마나 넓고 딥한지부터 국제학교에서의 성교육, 위생관념의 차이, 선생님께 선물하기와 같이 막상 닥치면 고민되는 이슈들을 골라 의견을 적어볼 생각이다. 코로나 시국에 한국에서 지내며 수학했던 한 학기의 기록은 이곳 국제학교 생활과의 비교 자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필자는 호찌민 내 국제학교에 햇수로 5년 차 재학 중인 두 딸의 엄마이며, 전지적 내 딸들 엄마 시점인 걸 미리 밝힌다. 멘탈이 그다지 튼튼하지 못하므로 의견이 잘못되었다고는 비판하지 마시고, 정보 부분에서 틀린 점이 있다면 가차 없이 지적해 달라. 누군가 초등, 유치원 자녀와 함께 호찌민에 살러 와 국제학교에 보내야 할 때에, 필자의 글이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동안의 일기장을 펼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