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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블 Jul 02. 2022

왜 자꾸 돈이 벌리는 것일까

단지 운이 좋았다고 하기에는

주식투자를 하는 동안 나는 참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특히 그 운은 주식투자 초반에 몰려왔다. 처음으로 한 투자가 수차례 하한가를 맞으면서 쓴맛을 봤다. 그래서 시총이 작고 변동성이 큰 주식들의 위험성을 알게 됐다. 주식 투자하는 동안 무모하고 위험한 투자를 하지 않았던 것은 투자 처음에 이런 경험을 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예방주사를 맞은 격이랄까. 그리고 또 하나의 운은 그 이후 코로나 이전까지 주식계좌가 마이너스가 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계속해서 수익이 증가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지만 최소한 본전을 까먹진 않았다. 그러다 보니 주식이 세간에 퍼진 인식과 달리 그리 위험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이후 10년 이상의 기간 동안 쭉 주식투자를 해오게 된 것 같다.


나의 첫 투자는 연속 하한가를 맞으며 위기에 빠졌다. 그때 그냥 그렇게 손실을 본채 주식투자를 중단했다면 난 아마 그 이후로 평생 주식투자를 안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남들처럼 주식투자는 위험해서 절대 할 짓이 못된다고 말하고 다녔겠지. 그런데 감사하게도 멋모르고 시작해서 연속 하한가에 허우적대던 나의 첫 주식투자는 그 해 결국 플러스로 마감을 했다. 영문도 모르게 말이다.


워낙 오래전이라 어떤 종목을 사고팔았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다만 매년 투자 성과를 기록해놓은 게 있어서 그것으로 확인을 해봤는데 첫 해 수익률이 5% 정도 나왔다. 총 투자금액은 1,000만 원에 수익금이 약 50만 원이었다. 500만 원 투자금으로 연속 하한가를 맞았던 당시의 나는 이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500만 원을 더 투자했다. 본전만 찾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는 50만 원의 수익을 냈다. 그래서 나는 조금만 더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이듬해에도 주식투자를 이어갔다.


이 당시 나는 여전히 멋모르고 투자하는 풋내기였고(물론 지금이라고 고수라는 건 아니지만), 내가 주식으로 돈을 버는 건 운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돈이 벌리다 보니 '조금만 더 벌어보자', '이러다가 수익이 크게 날지 누가 아느냐'하는 심정으로 투자를 했다. 그런데 그게 정말로 그 이후로도 돈이 벌렸다. 이후 몇 년간 쭉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주식투자 2년 차의 나는 투자금을 3,000만 원으로 늘렸다. 무려, 원금이 3배로 커진 것이다. 수익이 나다 보니 간덩이 부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해 계좌잔고는 3,200만 원으로 마무리지었다. 기존 50만 원 수익에서 150만 원이 추가되었으니 이번에도 약 5%의 수익이 난 것이었다. 누적 수익금 200만 원은 나에게 더 큰 안정감을 주었고 3년 차에는 투자 원금을 5,000만 원으로 늘렸다. 그리고 그 해 말 잔고는 약 5,700만 원이었고 수익금은 700만 원으로 늘어났다. 그 해 500만 원 수익이 난 것이므로 3년 차의 연 수익률은 약 10%였다. 그리고 그 이듬해가 2015년이었고 그 해의 투자 원금은 8,000만 원, 연말 계좌잔고는 9,000만 원이었다. 4년 동안 주식으로 1,000만 원을 벌었다.


물론 엄청난 수익률은 아니다. 그래도 매년 은행이자 이상의 수익을 냈다. 그래서 이 무렵의 나는 주식투자 신봉자가 됐다. 지금도 역시 그렇다. 나처럼 주식을 잘 모르는 사람도 주식으로 수익을 내니 말이다. 참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첫해 수익을 냈다는 것이 무엇보다 운이 좋았단 점이라 생각한다. 수익금이 있으니 이 정도는 없어져도 본전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편해졌다. 그래서 감정적으로 크게 동요하지 않았고 그래서 투자금도 더 늘릴 수 있었다. 그러한 마음의 여유가 도움이 된 건지 수익이 늘어나고 그 늘어난 수익만큼 투자금을 늘리고 그러면 거기서 더 큰 수익을 얻게 되는 선순환이 이루어졌다.


이 기간 동안의 수익이 운을 제외하고는 딱히 설명할 방법이 없다. 대략 2011년부터 2015년인데, 이 당시 코스피지수를 보면 1800~2100 범위의 박스권에 있었다. 즉, 시장 상승기에 운 좋게 올라 탄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기업분석을 잘한 것도 아닌 것이 지금도 할 줄 모르는 기업 분석을 저 시절에 할 수 있었을 리가 없다. 다만, 지금 돌이켜봤을 때 내가 남들과 좀 달랐던 것은 마인드 하나뿐이다.


앞에서도 설명했지만 난 매년 수익이 나는 상태였고 그건 나로 하여금 여유로운 마인드를 갖게 해 줬다. 주식을 시작하고 연속 하한가를 맞은 시점의 나의 마인드는 어땠을까. 수익이 날 때의 마인드와는 극과 극이었다고 할 수 있다. 돈을 잃고 있을 때는 그 돈을 되찾고 싶어서 늘 주식 생각뿐이었다. 조급하고 불안했다. 어떻게든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주식 거래 횟수도 늘었다. 일에 집중도 잘 되지 않았다. 하지만, 수익이 나는 동안은 마인드 컨트롤하는 것이 훨씬 수월했다. 격렬한 감정에 휩싸여 조급한 선택을 하는 일도 없었다. 주식을 자주 확인하지도 않았다. 원래 하고 싶은 대로 돈을 묻어놓고 내 할 일 하면서 가끔 잔고를 확인하는 투자 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주변 다른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비현실적이고 급진적인 투자 목표를 갖지도 않았다. 그냥 연 수익률이 은행 이자보다 많이 나오면 성공이라 생각했다. 연 10% 수익률이면 엄청난 것이라 생각했다. 투자금을 급격히 늘리지도 않았다. 내가 경험한 시장의 변동성과 현재 내가 벌어들인 수익을 고려해서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투자금을 늘려갔다. 반면, 당시 주변에서 주식 얘기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고수익을 추구했다. 종목을 하나 잘 골라서 단기간에 100% 이상의 수익을 내고 싶어 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고 주변에 주식한다는 사람 중에 수익 중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나뿐이었다.(어쩌면 다들 수익이 나는 것을 숨기고 있던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내가 주식으로 수익을 낸 비결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고 다른 사람들과 차이나는 점이라고 하자면 이와 같은 투자마인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큰 욕심을 부리지 않아서 무리한 투자를 하지 않았고, 가만히 앉아서 번 돈이다 보니 작은 수익에도 감사했다. 게다가 은행이자보다도 많이 벌다니, 난 정말이지 주식투자가 너무 좋았다. 


그렇게 몇 년 동안 계속 수익이 났다. 크고 작은 부침이 있었지만 주식은 어김없이 다시 올랐고 나는 급기야는 주식은 그냥 계속 오르는 것이고 참 쉬운 것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그런 반면 아직 혼이 나 보질 않았기 때문에 이러는 거지 이렇게 안일하게 지내다가 언젠가 크게 혼쭐이 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마음 한켠에 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이런 기분 좋은 행보는 이후에도 한동안 계속됐다.


2017년 그가 등장하기 전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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