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돌이 조금 지난 아기를 키우면서
지금 2돌을 조금 넘긴 아들을 키우면서 이전에도 아기가 이뻤지만 지금은 아기와 말을 할 수 있고 내 말을 알아듣고 반응해주는 아이의 모습들을 보며 행복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시기가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대략 19개월까지는 아이가 배고프면 무조건 울었었는데, 제가 한결같이 아기한테 “배고프면 울지 말고 우유주세요 하는 거야” 라고 했었어요. 사실 교육을 시키려는 것보다는 원래 아기 우는 소리를 좀 괴로워하는 제 성향이 컸었던거 같아요. 아기 엄마지만… 저는 아기 우는 소리를 오래 들으면 많이 힘들했었어요.
그런데 아기가 커가면서 언어도 발달하면서 드디어 제 말을 알아듣기 시작하더라구요! 처음에는 “주세요” 말하는 게 어려웠는지 제가 주세요 손짓을 알려주니까 우유 먹고 싶을 때 그 손짓을 잘하더라구요. 제 아이가 하는 스타일의 그 손짓이 너무 귀여워서 남편한테 뭔가를 부탁할 때 제가 그 손짓을 하거나 그 손짓을 해달라고 요청을 받기도 했었어요. 애교 섞인 목소리로 제가 그 손짓으로 부탁을 하면 기꺼이 해주었었죠.
그러더니 몇 달이 지나니까 자연스럽게 우유나 먹을 거를 달라고 할 때 더 이상 손짓을 하지 않고 드디어 말을 하더라구요! “우유 주세요” “까까 주세요”
이제 아기가 뭔가를 원하는 것이 있을 때 울지 않고 이제 말을 하니까 정말 육아가 난이도가 한단계 내려간 느낌이였습니다. 이전에는 아기가 울면(돌때부터) “왜 울어. 엄마한테 원하는걸 말을 해”(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아기가 말을 못하는 시기였으니 그렇게 얘기하는 엄마가 미웠을 수도 있었을 거 같다는 생각은 드네요) 이 말을 수백번은 했었어요.
이제는 지금까지 수도 없이 했었던 그 말을 안 해도 아기가 알아서 요구사항을 말로 하니까 참 좋더라구요. 물론 “싫어, 아니야” 이런 단어는 참 빨리 배우는 거 같아요.
“밥 먹을까?” 하면 “아니야 바나나”라고 말을 하거나 어린이집 끝나고 아기를 데리고 나와서 집에 가려고 “아빠 보러갈까?” 하니까 밖에서 놀고 싶다는 걸 표현하려고 “아빠 아니야” 라고 하고, “그럼 할아버지 보러갈까?”하니 “할비 아니야” 이렇게 말을 하더라구요.
하루하루 보면 아이의 언어 실력이 향상되는 걸 잘 느끼지 못했지만, 길게 4달전과 비교해보면 “아이가 말하고 듣는 능력이 향상되고 있구나”라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그리고 제일 놀랐던건 언어 뿐만 아니라 어른이 하는 행동들도 빠르게 습득한다는 거에요.
그래서 평소에 제가 하는 말투나 행동에 더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내가 하던 사소한 습관도 아이는 스폰지처럼 습득해서 배운다는 걸 보면서 무서움까지 느꼈으니까요.(이런것까지 안배워도 되는데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으니까요)
제가 양치질을 할 때 전동칫솔을 사용하는데, 양치질을 할 때 얼굴을 살짝살짝 돌리는 습관이 있더라구요. 아이가 아니였으면 지금까지도 전혀 몰랐을거에요. 보통 제가 양치질을 하면 아이가 화장실로 와서 자기도 치카치카를 하겠다고 해요. 그런데 어느 날 저를 보면서 치카치카를 하는데 머리를 살짝살짝 움직이면서 하더라구요. 지금 절 보니까 그렇게 하고 있었던거죠.
그리고 최근에 아기한테 감동을 받았던건 사건이 있었는데, 보통 제가 아기를 재울 때 뽀뽀를 해주고 “코코코”라고 하면서 제 코와 아기코를 부비부비 하는걸 많이 했었어요. 그런데 왠걸 2-3달 전만 해도 내가 뽀뽀를 하면 피하던 아이가 요즘 뽀뽀를 해주면 좋아하더니 그날은 제가 해주기 전에 이미 아이가 먼저 제 뺨에 뽀뽀를 하더니 “코코코” 하면서 제 코에 자기 코를 부비부비 하더라구요. 어찌나 이쁘던지. 육아를 할 때 힘들었던 걸 그 순간에 아이가 다 녹여버리고 말았어요.
그 밖에도 아이가 어른의 행동을 그렇게나 빨리 습득한다는 걸 여러 방면에서 느낄 수 있었어요. 할아버지가 여름에 발로 선풍기를 키고 껐었는데, 아이도 똑같이 발로 선풍기를 키고 끄는 모습이 얼마나 웃기던지. 세세한 몸짓도 할아버지를 잘 따라하더라구요.
이렇게 워낙 아이가 이것저것 흡수를 하고 성장하니까 지금 이 순간의 모습이 오래 가지 않는다는 걸 느꼈어요. 키도 많이 자랄 때는 한달에 1cm가 크는데, 몇 주만 지나고 봐도 그새 커 있더라구요. 아이가 이제는 아기 모습 보다는 어린이 모습이 보이는 걸 보고 잠깐은 신생아때의 모습, 좀 더 어렸을 때의 모습이 그리울 때도 있었어요. 지금이 싫어서 그렇기보다는 지금보다는 어렸던 그때의 귀여웠던 모습(그때만의 매력)이 생각이 나서 가끔은 그립더라구요.
그래서 하루 하루 당장 오늘부터 우리 아이한테 한번이라도 더 안아주고, 한번이라도 더 말을 걸어주고, 한번이라도 더 눈맞춤을 해주고…이렇게 아이가 있는 지금 이 순간에 조금이라도 더 아이한테 신경을 써줘야겠다 라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