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utumn Morning Aug 21. 2021

코로나 시대, 글로벌 기업 외노자의 일상

 아침 8시, 졸린 눈을 비비며 기지개를 켜고 먼저 커피 한잔을 내렸다. 오늘은 회의가 많은 날이므로 샤워를 하고 지난주에 장만한 검은색 반팔 티셔츠를 꺼내 입었다. 검은색 민무늬 티셔츠는 편하면서도 무언가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젊은이의 느낌도 주어서 화상 회의할 때 입기에는 제격이다. 물론 순전히 내 생각이지만.


 아침으로 즐겨먹는 커피번을 챙겨서 홈오피스인 내방으로 들어가 노트북을 열었다. 오늘 아침에는 우리 팀 충원에 따른 지원자 인터뷰가 예정되어 있다. 지원자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카메라에 비친 내 얼굴을 보면서 표정을 좀 풀어주고, 이력서를 점검하며 질문사항도 미리 체크해 본다. 싱가포르에 거주 중인 인도 국적의 아저씨인데 탄탄한 이력만큼 문제 해결 및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만족스럽기를 기대해 본다. 마이크로소프트 팀즈 미팅을 열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Good morning. My name is 가을아침. Nice to meet you!


 나는 현재 IT분야의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굳이 글로벌 기업이라 칭하는 이유는 전 세계 약 50여 국가에서 사업을 하고 있으며 전 세계의 직원들과 같이 일하기 때문이다. 우리 팀원들 역시 매우 글로벌해서 남아공, 영국, 인도, 싱가포르 등지로 흩어져 있다. 2년 전 프로젝트를 위해 인도에서 모두 한번 모인 이후로 아직 전체가 한자리에 모인 일은 없다. 한 공간에서 협업을 하는 것이 아니므로 출퇴근 눈치보기, 회식 등 업무 외적인 일들로 받는 스트레스는 별로 없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직장 동료들 간의 끈끈한 그 무엇을 기대하기도 어렵지만.


 더욱이 작년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이후로 대부분의 직원들이 벌써 1년 6개월째 재택근무를 이어오고 있다. 재택근무의 가장 큰 장점은 유연한 시간 사용! 다들 그렇겠지만 재택근무 시 옷차림은 상의만 조금 신경 쓰고 하의는 주로 가장 편한 반바지를 착용한다. 점심시간은 내가 편한 시간으로 지정하고 유튜브 영상을 보거나 낮잠을 자기도 한다. 퇴근 시간에는 가족들을 위해 미리 저녁 식사를  챙기곤 한다. 사무실에 나가지 않으니 편해서 좋긴 하지만 그만큼 직장생활의 재미도 좀 덜한 편이다. 


 매일 좁은 방 안에서 하루 종일 업무에만 집중하다 보면 답답하기도 하고 심심할 때도 있는데 화상회의는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이다. 화상회의를 할 경우 시작은 거의 항상 각국의 코로나 상황에 대한 정보 교환이다. 올림픽이나 테니스, 크리켓 같은 스포츠 경기 역시 좋은 대화 소재이다. 나에게는 너무나 생소한 크리켓이라는 스포츠를 즐기는 인구가 이토록 많을 중이야. 화상회의를 하다 보면, 특히 유럽에 있는 직원들의 경우 고급스러운 책장이나 미술 작품, 멋진 뷰가 실제 배경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한때 그런 배경화면이 좋아 보여서 나도 좁은 방안의 책상 각도를 바꿔가며 열심히 가구 배치를 해보기도 했지만 요즘에는 그냥 흐릿한 배경으로 내 심심한 홈오피스의 모습을 감추곤 한다.


 외국에 살면서 지식노동자로 살아가는 나에게 코로나로 인한 가장 큰 스트레스는 한국으로 휴가를 갈 수 없다는 점이다. 나처럼 30대 중반에서야 외국 생활을 시작한 토종 한국인 아재에게 한국으로의 휴가는 온전한 휴식과 충전의 시간이 되곤 한다. 또한 친구들로부터 직장생활에 대해 들으며 내가 왜 해외취업을 선택했는지 되새겨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작년에 이어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못한 올해에는 이미 상반기를 훌쩍 넘겼음에도 24일의 연차 중 아직 4일밖에 소진하지 못했다. 부디 올 가을부터는 코로나가 잠잠해져서 한국으로의 긴 휴가를 다녀올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작가의 이전글 회사원연봉 3천에서3억으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