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면서 비를 혐오하게 될 줄이야
나는 비를 꽤 좋아하는 편이다. 우선 빗소리를 들으면 감상에 빠질 수 있었다. 비만 오면 인기 차트에 등장하는 장마 친화형 가수인 헤이즈부터, 이상하게 비만 오면 생각나는 파전까지 가끔씩 더운 여름을 식혀주는 비는 나에게 반가운 존재였다.
하지만 올해부터, 비가 정말 너무도 싫어졌다
1) 습한 날씨
날씨가 습해지니 빨래가 절대 마르지 않는다. 건조기가 없는 나는 뽀송뽀송하게 빨래를 널어두고도 퀴퀴한 냄새가 나는 것을 막지 못해 화가 났다. 그리고 무거운 빗방울에 몸을 숨기기 위해 바선생과 날파리가 내 자취방을 침범하기 시작했다.
2) 강화된 ‘집콕’
안 그래도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는데, 혼자서 기분을 전환하려고 러닝이라도 할라치면 비가 몰아쳤다. 덕분에 퇴사 후 러닝 크루에 다시 들어가 꾸준히 러닝을 하겠다던 나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3) 결정적으로, 해도 해도 너무 많이 온다
한 달이 넘는 기간 내내 계속된 장마와 몰아치는 태풍은 나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물에 잠기게 만들었다. 뉴스는 비가 와서 잠긴 지역들의 피해 소식과, 태풍으로 부러지고 깨진 전국 각지의 시설물의 영상 보도가 넘쳐난다.
하지만, 이런 기형적인 장마와 태풍의 원인은 바로 ‘우리’다
국립기상과학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강수량이 증가하는 원인은 지구 온난화에 따라 북서태평양고기압이 확장되면서 습한 공기가 늘고, 인도양 해수면이 온도가 상승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뿐만 아니라 인도, 네팔, 방글라데시 등 남아시아에서 엄청난 피해를 입히고 있는 ‘홍수’가, 5500만 명의 수재민을 발생시킨 중국 남부지방의 폭우가 이를 증명한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 증세가 앞으로 더 심각해진다는 것이다. 기상청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일부 중부지역과 남부지역을 제외하고 2041년에서 2050년 사이에 아열대 기후로 바뀌게 된다고 한다.
바꾸기엔 이미 늦었다
이미 오염이 많이 진행된 지구가 미래에 상황이 호전되는 것을 막는 것은 어렵다고 한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1) 지구를 떠나거나, 2) 오염이 되는 속도를 늦추는 두 가지 방법이 있을 것이다. 첫 번째 방법을 제시한 일론 머스크가 요즘 많이 노력하고 있는 것 같지만.... 일론 머스크만 믿고 있을 순 없다. 따라서 오염이 되는 속도를 최대한 늦추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나는 그리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기후 변화로 인해 직접적으로 피해를 보니 이 상황을 막기 위한 해결책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원래 대개의 사람은 자신과 상관없는 일에는 신경을 쓰지 않다가 그 일이 자신에게 영향을 끼치면 그때서야 항아리의 뚫린 구멍을 고치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이미 항아리의 구멍은 뚫렸다. 하지만 항아리의 구멍의 크기가 더 커지는 것을 막을 수는 있다. 나부터 이 항아리의 구멍을 막는 일에 동참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빗소리를 들으며 쓰는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