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인간과 점심을 먹었다.
우리는 튀김우동정식과 생맥주 한잔씩이라는 같은 메뉴를 시켰지만
과연 같은 걸 먹었다고 할 수 있을까? 그것들을 대하는 자세가 이렇게나 다른데.
튀김정식에 나온 모듬 튀김은 네 개의 튀김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단호박, 꽈리고추, 맛살, 그리고 왕새우.
‘정식’의 묘미는 우동을 한 젓가락 먹고, 또 튀김 한 입을 먹고
우동과 튀김을 번갈아 가며 나만의 리듬을 타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얼마지나지 않아, 나는 내 맞은 편의 인간이 나와는 조금 다른 리듬을 타고 있다는 걸 알게되었다.
그의 튀김 그릇에는 한 입씩 베어문 흔적이 있는
단호박과 꽈리고추 맛살, 그리고 왕새우가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마치 이빨을 본뜬 것 마냥 각각의 튀김에 이빨 자국이 선명했다.
“치아가 아치형이네?” 그 베어먹힌 튀김을 가리키며 묻자
몇 년 전에 한 치아 교정이 성공적이었다며 뿌듯해한다.
하나의 튀김을 먹고 다음 튀김으로 넘어가는 게 아니라,
모든 튀김을 한입씩 먹으면서 식사의 마지막까지 튀김의 버라이어티함을 유지하는 전략.
‘헐 나보다 한수위다’
다소 일반적인 방식으로 튀김우동정식을 즐기느라
내가 마지막까지 아껴둔 왕새우 튀김을 몇 입에 나눠 먹는동안
“어쩌냐 지겨워서ㅋㅋㅋ”하고 약을 올린다.
사실 나도 지겹지.
근데 지겹다는 생각을 할 뿐 그걸 실행으로 옮기진 못했어.
그렇게 자랑스럽게 이빨자국이 박힌 4개의 튀김을 전시한 채로
우동 흡입을 이어갈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
이토록 지겨움의 주기가 짧은데,
그러니까 새우튀김을 두 입 연속 못 먹을정도로 세상사가 쉽게 지겨워지는데
도대체 같은 회사는 어떻게 수년 째 근속할 수 있는 건지 놀랍기만 하다.
이상한 인간.
그렇게 깨작깨작 다채롭게 즐기면서 먹느라
난 그릇을 싹 비웠는데 그의 접시엔 아직도 튀김이 남아있다.
“안주는 있는데 술이 없네?” 하면서
한 입 잘라놓은 왕새우꼬리에 내 맥주를 뺏어 맛있게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