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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레논 Sep 25. 2023

오이스터는 못 먹고 굴은 먹었다


“오이스터 바 00에서 고객님을 맞이할 날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엄마 생일 날 가려고 예약해둔

레스토랑에서 파는 굴에는 품종이 있었다.

마치 말티즈, 시츄, 슈나우저처럼,

레스토랑에서 시그니처로 밀고있는 굴의 품종 이름은 스텔라 마리스였다. 고상하기도 하지.

비닐봉다리 안에 퉁퉁 불어있는 굴의 모습이 전혀 생각나지 않는 이름이었다.

명망높은 생굴을 안주삼아 스파클링 와인을

마시면서 우리 가족들은 엄마의 생일 저녁을

즐기기만 하면 되었다.

엄마가 생일날 점심에 배탈이 나기 전까지는.


왜 계속 멀쩡하다가 하필이면 생일날 배탈이 날까?

그 위장이 참 야속한 와중에도

생일자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한 거짓말이 술술 나왔다.


굴을 굴 대신 오이스터라고 부르는 레스토랑에서는

6만원이나 하는 예약금 취소마저 안된다는데

엄마에게는 레스토랑 매니저님이 생일자가 배탈났다고 하니까 선심을 쓰면서 수수료 없이 취소해주었다고 둘러댄다.


흥은 식었고 계획은 전부 틀어졌다.

배탈이 난 엄마에게 무엇이 먹고싶냐고 물어보니

죽이란다.


우린 배달앱을 켜서 유명 프랜차이즈 죽집에서

소고기 야채죽과 매생이 굴죽을 시켰다.

2개만 시켜서 반씩 나눠 포장해달라고 햇는데

4명이서 먹기에 충분한 양이었다.


죽이야말로, 양이 아주 적지만 정성과 맛으로

꽉 들어차있는 파인다이닝의 음식과

완벽하게 대척점에 있는 음식 같았다.

생일자최우선주의에 입각하여 시킨 메뉴였지만

죽이라는 것은, 아마 세상에서 생일과 가장 어울리지 않는 음식 중 하나가 아닐까.


우리 가족은 식탁 앞에 둘러앉아 각자의

메뉴를 펼쳐놓고 저녁을 먹기 시작했다.

죽 배달용기의 뚜껑을 열어젖히자

형형한 초록색 매생이 국물에

가지런히 떠있는 6개의 굴.

누가 봐도 그 굴은 오이스터도, 스텔라 마리스도 아니라 굴이다.


그럼에도 그 굴 또한 참 맛이 있어서

매생이와 굴이 가진 약간의 비릿함을

와인 대신 소주와 함께 즐겼다.

그 사이 엄마의 속도 편해졌다.

분리수거를 하려고 배달용기를 닦고 뚜껑을 덮으며

잊지 못할 생일이 지나간다.


“엄마, 생일 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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