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광인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레논 Oct 22. 2023

[웹소설] 광인들 - 3화


#10월의 어느 토요일 아침, 관악산 앞 단풍구경 셔틀버스 정류장 앞




"와 여기 금광이다 금광!"


사과폰과 우주폰의 판매통계가 조작처럼 느껴질정도로, 이 곳에서는 모두가 우주폰을 자랑스럽게 쓰고있다. 그리고 또 놀라운 건, 모두가 어디서 맞춘 것처럼 우주폰을 가죽 지갑케이스에 넣어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스마폰에 연결된 지갑 부분이 사진을 찍을 때도 밑으로 훌렁- 전화를 받을 때도 얼굴 쪽으로 훌렁- 하며 마치 스마트폰에 원래부터 달려있었던 날개처럼 보였다.


"진짜 여긴 찐이 너무 많아요!" 아재들이 풍겨오는 진한 아재 바이브에 민 씨는 거의 감격한 표정이다.


단풍철의 관악산, 그곳은 사실상 아재만을 엄선해 놓은 거대한 모델 에이전씨였다.


산 중턱까지 올라가서 한 막걸리 전집 앞에 광파리스 제작팀 사람들이 자리를 잡았다. 등산을 마치고 적당히 알딸딸해서 기분좋은 아재들을 포섭하려는 전략이었다.


신입 카피라이터 민 씨, 그리고 그녀의 사수 진 씨, 그리고 휴가에서 돌아온 팀장 형 씨까지. 각자의 가방에 사과폰 수십대씩 이고지고 오느라 얼굴이 말이 아니다.


민씨는 굵은 명조체로 "우주 라이크 우주폰"이 인쇄 된 현수막을 적당한 나무 두개 사이에 건다.  


“뭐여 이번에 새로 나온다는 우주폰 공짜로 주는거여?” 아재들이 미끼를 물었다. 걸려들었다.


"지금 쓰고 계신 우주폰을 반납하시면 신형 '사과폰'을 공짜로 드려요."


“에잉 난 사과폰을 못써. 그거 자판이 이상해-“ 이건 또 처음들어보는 소비자 의견이다.


검지 손가락 하나로 천지인 자판을 요란하게 두드리며 그는 갑자기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한다.  


“아 잠깐만 우리 집사람이랑 상의 좀 해볼게. 애들이 우주폰 갖고싶다고 했던 거 같애서.”


막대기와 점 몇개가 불쑥 불쑥 올라오면서 글자가 하나씩 완성되어가는 세종대왕님의 혁신적 기술을 쓰면서 아재들은 두 개의 엄지를 사용해서 보내는 엠쥐세대들을 아무도 모르게 앞서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아 이거 애들 주시면 안되고 선생님이 쓰신다는 조건으로 드리는 건데...” 형 씨가 초를 친다.


“사과폰도 앱 깔면 천지인 돼요!” 민씨가 외치지만 첫번째로 미끼를 물었던 아재는 손사레를 치며 떠난다.




막걸리에 거나하게 취한 아저씨 무리들이 접근한다. 그들의 술냄새로부터 그들이 무엇을 먹었는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해물파전, 두부김치, 보쌈... 이 냄새들이 훅 끼쳐오자 진 씨는 광파리스를 때려치고 머리 깎고 산 속으로 들어가려던 계획을 떠올리며 산의 한참 위쪽을 바라본다. 혹시 지금 당장 들어갈 수 있는 암자가 있나 하고.


“사과폰 전용으로 나온 가죽 지갑 케이스도 드려요~”


조상무의 지시로 특별히 제작해온 케이스들도 좌판에 펼쳤다. 지갑케이스와 천지인 자판, 아재들에겐 그 둘이 너무나도 중요한 문제였다.


”나때는 광팔이들이 이렇게 편하게 일 안했거든, 옛날에는 우주폰광고에 효리랑 상우 나오고 그랬잖아- 이 자들은 이제 모델로 아재들을 꽁으로 써 날로먹어 아주!"


"아잇 젊은 친구들 폰팔이들 해보겠다고 왔는데 잔말말고 좀 해주자고"


무리 중 아재 한 명이 하겠다고 나서자 우루루 따라나선다. 월척이다.


”드시는 음식 사진 뭐 여기 근처 나무 사진 많이 찍으셔서 최소 10장 이상씩 올려주셔야 돼요~“


분명 매주 등산을 다니는듯한데 배가 상당히 나와있는 것으로 보아 막걸리집에서 언제나 등산으로 소모한 칼로리 그 이상을 꼭 섭취하는 아재들이다.


”이거 당근시장에 중고로 팔아버려야지 에잇~몇십만원은 족히 받을거아녀 야하하“


"어르신, 이거 서약하셨잖아요 되팔이 안하기루"


"넝담~을 다큐로 받구그래 알만한 친구가"


"아무튼 이야~ 횡재했네 횡재했어 내가 열심히 진짜 예술적으로 찍어볼게!"


"아녀 너무 열심히 막 잘 찍으려고 하지마세요 그냥 하던대로 하세요"  


'"여기 이 친구한테 '#아재들이사과할게' 해시태그 어떻게하시는지 저기 민씨한테가서 꼭 배우시고 숙지하시고 내려가세요"


"해씨택이 뭐여~?"


지금까지 이런 캠페인은 없었다. 이 캠페인은 대박을 칠 것인가, 커리어를 종 칠 것인가.









매거진의 이전글 [웹소설] 광인들 - 2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