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여전 말고 인생역전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을 소리내어 읽어본다. 팔백십사만오천육십 분의 일. 맑은 날 걸어가다가 난데없이 벼락을 맞고 얼마 못 걸어가서 또 벼락을 맞을 확률. 더 와닿게 설명하자면, 검은색 쌀이 한 톨 들어있는 쌀포대에 손을 넣어 쌀알을 하나 집었을 때 그것이 검은색일 확률.
“난 당연히 안 될 걸 알아서 안 해.”
매주 진지하게 로또를 구매하고 당첨을 기대하는 나를 보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슷한 반응이었다. 차라리 주식을 해라 청약을 들어라. 귀가 얇디 얇은 대한민국의 평범한 직장인답게 남들이 한다는 건 또 이것저것 다 해봤다. 주식으로는 몇 백만원을 벌어도 봤다가 지금은 꽤 많은 돈이 물려있고, 대출을 영혼까지 땡겨서 언젠간 부동산 갭투자라도 해야하나 고민 중이다. 코인 붐이 불었을 때는 팀 사람들과 함께 초단위로 일희일비하다가 결국 대폭락을 정면으로 맞아 황급히 ‘전량매도’ 버튼을 눌러 겨우 2만원을 벌고 코인거래소 어플을 지웠다. 재밌는 사실은 내가 우리 팀에서 수익률이 1등이었다는 거다. 앞으로 세상이 또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었다. 웬만한 재테크로는 나의 인생은 여전할 것이라는 걸.
그래서 나는 로또 사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인생여전 말고 인생역전. 세상에서 가장 손실 위험이 크지만 반대로 가장 큰 돈을 벌 수 있는 재테크, 로또에 매주 소정의 금액을 지난 6년간이나 투자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검은색 쌀 한 톨을 찾아 서늘한 쌀포대에 손을 집어넣는 상상을 할수록 실감되는 그 아찔하게 낮은 확률에 마음이 약해지지만, 그럴 때마다 마음을 다잡게 되는 마법의 문구를 되새긴다. 로또에 당첨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로또를 사는 사람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