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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시 Jan 31. 2019

표선의 주인은 누굴까?

제주에서 나를 만나다 中

와하하 게스트하우스 앞바다에는 자연이 만든 바다 호수가 있다. 바닷물이 들어왔다가 미처 빠지지 못해 머물고 있어 잔잔한 호수처럼 느껴진다. 나는 또 스노클링 채비를 하고 바다로 향했다. 서서 보아도 물 밑이 거울처럼 비치는데, 수많은 고동은 누가 까먹었는지 껍질만 나뒹굴고 있었다. 저 멀리 이름 모를 새들이 물속을 기웃거리는 걸 보니 그들이 쪼아 먹은 게 분명해 보였다. 낮은 곳은 발목 정도 깊은 곳은 허리춤까지 차는 곳으로 많이 깊지 않지만 머리를 박고 볼만한 바다였다.

가끔 큰 파도가 넘실거릴 때면 저 깊은 바다가 날 삼켜버릴 것 같았다. 거친 돌 틈 사이로 물이 철벅거릴 때 시원하기도 하고. 성난 파도가 칠 때면 덜컥 무서워지기도 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수평선이 손 끝에 닿을 듯해서 비현실적으로 느껴져 이게 진짜 제주 바다인가 싶을 때도 있었다. 내가 거친 바다에 가까이 가면 새들은 금세 알아채고 어딘가로 도망가버린다. 새들이 머문 자리에는 어김없이 고동 껍질만 가득했다. 이 새들이 진짜 표선의 주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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