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시TV
나는 온라인 마케팅 회사에 근무했다. 특히 쇼핑몰의 온라인 광고를 영업하고 운영하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회사에서 근무했다. 수많은 쇼핑몰들의 흥망성쇠를 지켜봤는데 이번 김경수 구속 뉴스를 보니 떠오르는 두 가지가 있다.
어뷰징
하나는 어뷰징이다. 어뷰징은 남용, 오용, 학대 등을 뜻하는 단어인 abuse에서 파생된 단어로 주로 온라인 게임에서 버그, 핵 등의 불법 프로그램, 타인 계정 도용, 다중 계정 접속 등을 통해 부당한 이득을 챙기는 행위를 뜻한다. 어뷰징은 온라인 관련 일을 하는 이들에게는 익숙한 말이다. 광고 중에서는 유입만으로 돈을 벌고 있기에 유입수를 늘리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광고 주 입장에서는 경쟁사가 벌이는 자사에 대한 어뷰징을 차단해야 하고 반대로 내 회사의 검색 결과가 상단에 노출되기 위해 어뷰징을 통해 클릭수를 조작하기도 한다. 온라인 상에서는 어떤 기업들에게는 사실 영업기밀이며 핵심기술이기도 하다.
국정원의 국정농단
또 하나는 국정원의 국정농단이다. 자유 한국당 의원들이 국정원의 국정농단과 김경수와 드루킹을 동일시하며 문재인 정부의 정당성마저 부정하고 나섰다. 국정원은 박정희 때 날개를 달고 박근혜 때까지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검은손 역할을 해오다 들통이 났었다. 국정원이 국민의 세금으로 댓글을 조작하고 클릭수를 조작하여 여론을 오염시켜 망신을 당했는데 이를 드루킹과 다르지 않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나는 드루킹에게는 처음부터 관심이 없었다. 정치일선의 많은 사람들은 그를 익히 알았었고 문제를 예감했었다고 하는데, 나처럼 한참 떨어져 있는 사람들에게는 낯선 듣보잡일 뿐이다. 게다가 처음 문제가 드러났을 때, 그러니깐 더불어민주당의 추미애 대표 시절 고발을 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진술은 수차례 바뀌었고, 그의 진술이 오염되는 과정까지 이미 드러난 상태였기 설마 아무리 보수 재판부라 할지라도 저런 자의 말을 모두 신뢰한다고 할 수 있겠나 싶었다.
그러나 우리가 방심한 사이, SBS의 손혜원 때리기에 매몰되어있을 때. 우리는 당했다. 김경수에 대한 지지 여부를 떠나, 민주당의 잘잘못을 떠나. 드루킹의 진술이 오락가락하고 변호사들을 통해 증거를 인멸하는 과정을 거의 생중계되다시피 했고 김경수가 모든 사실을 부정했고 실제 증거라고 내놓은 메신저 내용이 너무나 빈약해 사실 재판을 왔다 갔다 하게 하는 정도의 피곤함만 줄 거라 생각했지 실제로 구속이 될거라 생각지 못했다.
민주당은 이제야 재판부의 신뢰성을 거론하면서 발등의 불, 아니 이미 타버린 발등을 부여잡아본다. 국민들이 기댈 데가 없다 해야 하나? 최근 손혜원의 방식 "이 구역의 미친 X는 나야" 하면서 정면 돌파하는 정치인을 거의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더 많은 국민들이 환호한 게 아닐까? 정의당, 민주당 할 것 없이 죄다 좀 더 지켜보겠다거나 면밀히 검토해봐야 한다면서 노선을 정하는 것을 미루로 미룬다. 이제 상당히 많은 국민들은 스스로 판단하고 분석하여 노선을 정하기까지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을 보낸다. 그럼에도 정치인들은 이 눈치 저 눈치를 살피다 초가산간을 다 태워버리고 만다.
김경수 구속을 통해 법, 아니 재판부는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을까? 진보의 무기력함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을까? 사실 서민들에게 "법대로 해"라는 말처럼 무서운 말이 없다. 쌍용차 노동자가 그랬고, 416 유가족들이 그랬고, 쫓겨나는 임차인들이 그랬으며, 대부업자들에게 피 말리는 저소득층이 그랬다. 더 넓게 보면 진보 전반에서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한다. 손혜원의 이해충돌도 마찬가지다. 가장 이해충돌 중심에 서 있던 자유한국당 의원들 입에서 이해충돌이라는 말이 먼저 나왔다는 게 놀랍고 또 놀라웠다.
우리는 왜 매번 프레임에 갇히고 덫에 걸리는가. 언젠가는 진심이 통해 사실이 밝혀진들 우리는 매번 왜 고난의 연속이어야 하는가? 법은 또 한 번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법은 우리의 편이 아니고 아는 자들의 편이라고. 우리는 정확한 증거에 입각한 판결을 해주는 지도자가 필요한 게 아니다. 우리보다 먼저 프레임을 만들고 이슈를 끌고 가면서 우리의 시선을 끌어 저들이 감히 덫을 놓지 못하게 하는 리더가 필요한지도 모른다. 당신네들이 보고 듣는 정보가 이미 우리 서민들의 손에도 있다. 정보 다루는 힘이 리더의 자격이 되는 시대는 지나갔다. 우리보다 한발 먼저 시대를, 상황을 읽어달라. 그게 힘들다면 그만 내려들 오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