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나를 만나다 中
첫날 찾은 곳은 동복리의 한적한 마을이다. 검은 해변이 인상적이고 회국수를 처음 만든 집이 있어 몇 번의 제주여행에서 이미 방문한 적 있었는데 이번에는 2년 만이다. 예전에는 없었는데 골목골목 돌아다녀보니 집집마다 태양광 발전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2017년에 환경부가 동복리를 친환경 에너지타운으로 선정했고 마을에 태양광 발전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키 작은 집 지붕마다 설치된 태양광 패널 사이사이 골목길에는 허리 굽은 할머니들이 바삐 가시는 모습들만 간간이 보여 낯설지만 푸근해 보였다.
동복리는 유난히 조용한 마을이었다. 요란한 가게도 번쩍이는 간판도 없어 해가 지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이 되었다. 그날 밤 머물게 될 게하는 '연이네 다락방'이었다. 동복리와 잘 어울리는 얌전한 게하였다. 오밀조밀 귀여운 만화 원피스의 피규어들이 가장 먼저 나를 반겼고, 좁다란 골목 같은 복도를 지나 하룻밤 머물 방을 만날 수 있었다. 게하 이름에 맞춰 다락방을 택했다. 허리를 구부려야 겨우 걸어 들어가는 좁다란 계단, 가로로 긴 창문과 한 뼘 화장대가 작은 방을 채웠다. 침대마저도 아담한 사이즈였다. 낮은 벽에 낮지만 넓은 창이 잠자는 내내 고민들 들어주는 것 같은 방이다. 이곳은 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오고 갔을까? 그리고 얼마나 많은 고민들을 덜어내고 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