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나를 만나다 中
다락방을 함께 쓴 그녀는 연박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제주다크투어'라는 이름으로 제주 4.3의 흔적을 방문하고 기록하는 투어 중이었다. 제주 곳곳에 흩어진 4.3 유적지를 하나로 잇고 일반인들의 접근성을 높임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도록 하는 것이다. 안산이 4.16을 기억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을 기획하고 있듯이 제주 역시 4.3을 위해 투어상품을 만들고 있었다. 나는 십여 년 전에 '제주민주올레'란 이름으로 비슷한 투어를 한 기억이 있다..
그때 알게 된 곳이 다랑쉬오름인데, 4.3으로 마을 전체가 사라지고 없다고 했던 게 도통 현실적이지 않아서 그 당시에는 잘 이해되지 않았다. 다만 다랑쉬오름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었던 기억이 강렬하다. 그 뒤 4.16을 경험하고 별이 된 아이들의 책상이 교실 한 가득인 모습을 보고서야 4.3을 다시 떠올리며 온 몸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언젠가 내 아이들이 자라면, 아이들과 함께 제주다크투어를 하며, 제주 역사와 우리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그게 또 십 년쯤 지나야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