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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흑백필름 Sep 16. 2023

재미있게 사업하는 법

그런 건 없는 거 알고 계시죠?

재미있게 사업하는 법은 나도 모른다. 

다만 사업은 마라톤처럼 장기전이고 재미있지 않으면 성공할 때까지 지속하기 힘들다. 오래전에 읽은 책 중에 스티브 도나휴의 [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이 기억에 남는다. 저자는 인생은 정상을 정복하는 등산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지루한 일상이 반복되는 사막에 가깝다고 묘사했다. 비즈니스 역시 마찬가지다. 매출 100억 달성!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정신없이 자기 자신을 채찍질하며 달려야 하는 등산이라기보다는 매일매일 멤버들과 함께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지루한 문제들을 뚜벅뚜벅 해결해나가는 사막 여행하기에 가깝다고 본다.


그럼 어떻게 해야 사막 같은 비즈니스 여행을 재미있게 항해할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점은 '태도'가 아닐까. 사막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볼 수만 있다면. 만약 평생의 꿈이 사막을 걷는 거라는 마음으로 사막을 걷을 수 있다면. 아니면 어차피 사막 건너편에도 사막만이 존재한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사막의 모래알이나 바람을 즐길 수 있다면.


비즈니스 현장에서 매일매일 예상 가능한 문제와 예상 밖의 문제가 끊임없이 속출할 때 여름방학 때 방바닥에 배를 깔고 퀴즈문제를 풀던 어린 시절처럼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그 문제를 바라보고 흥미로운 도전과제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우리에게 닥치는 문제는 더 이상 하기 싫은 숙제가 아닐 것이다. 고객의 컴플레인, 제품의 하자, 배송 사고, 멤버 간의 트러블, 거래처와의 신뢰 위반, 경쟁사의 반칙, 예상 불가능한 시장 변동성 등 수많은 문제들을 문제 그 자체로 객관화시키고 한 문제 한 문제 힘을 모아 흥미롭게 풀 수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풀 수 있는 문제와, 우리가 풀 수 없는 문제, 그리고 굳이 풀 필요가 없는 문제들로 나눠서 풀 수 있는 문제에 에너지를 집중해 나가 마침내 한 문제 한 문제 풀어나갈 때의 성취감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관계' 역시 재미있게 사업할 때 중요한 요소다. 비즈니스가 사막 여행하기라면 여행에서 '여행지'만큼이나 중요한 게, 어쩌면 여행지보다 더 중요한 게 '누구'와 함께 여행을 하느냐 일 것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가능성을 가지고 열린 마음으로 떠나는 혼자 여행하기이거나, 내면의 충만함을 느끼고 싶어서 떠나는 혼자만의 여행이 아니라면 우리는 결국 '누구'와 함께 여행을 떠난다. 


삿포로의 숲길에서 눈의 절경을 보거나, 몽골 초원의 게르에서 황홀한 별무리를 볼 때,  혹은 베니스 운하를 곤돌라로 여행하다가 감미로운 야상곡을 들거나 뉴욕 센트럴 파크에서 상쾌한 가을바람과 함께 바이올린 연주 소리를 드는 순간을 마주칠 때, 우리는 이 경이로운 감정을 공유하고 싶어서 바로 옆자리의 동행에게 공감의 눈빛을 보낸다.

비즈니스 현장에서 예측 가능하거나, 불가능했던 문제들을 차근차근 풀어나가고 우리가 불가능할 거 같았던 목표들을 하나씩 정복해 나가는 그 놀라운 순간을 '과연 누구와 함께 할 것인가' 이것 역시 즐겁게 사업하기에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하기 때문에 채용에 있어 능력만큼이나 신중하게 봐야 하는 게 그의 가치관과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것이다. 피를 철철  흘리는 경쟁을 즐기며 무소불위의 태도로 전진하는 에너지 넘치는 멤버를 선호하는 조직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어떻게 승리할 것인가에 방점을 찍지 않고 어떻게 재미있게 사업할 것인가에 방점을 찍는 순간 우리의 구성원은 반드시 선해야 하며, 타인을 배려하고, 공감 능력이 있어야 한다. 때론 내부에서 경쟁이 일어나기도 하고 갈등이 유발되기 하고, 가끔 무례한 행동을 하기도 하겠지만 큰 맥락에서 실수는 반성할 줄 알고, 함께 나아간다는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개인의 큰 이익보다 공동의 이익이 더 가치 있다는 점을 아는 이를 압도적으로 선호한다.


마지막으로 '보람' 역시 재미있게 사업하기에 없어서는 안 될 요소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최선을 다해 멋진 제품을 기획해, 매우 완성도 높게 제품을 만들고, 다양한 툴을 활용해 그 제품을 매력적으로 소개해 고객들의 선택을 받을 때, 그리고 정성스레 제품을 포장하고 와우라는 외침이 나올 정도로 친절하게 서비스를 했을 때 이 모든 활동으로 인해 고객의 삶에 의미 있는 가치를 반드시 부여해야 한다. 세상에 있으나 마나 한 제품, 잠깐의 눈속임으로 고객의 호주머니를 갈취하는 행동, 조금 사용하자마다 하자가 드러나는 제품, 조금 인기가 있다고 자만하여 무례하게 서비스를 하는 경우, 수없이 많은 결핍들이 '보람'을 갉아먹을 수 있다. 만약 그렇다면 왜 우리가 일해야 하는가 의문이 들 것이다. 여행 막바지 우연히 올려본 밤하늘의 별빛이 그날 하루를 멋지게 마감해주듯이 우리의 비즈니스 여행도 '보람'이라는 별빛으로 매일매일을 멋지게 완성해야 할 것이다. 이 세상이 좀 더 나아지는데 기여할 것. 우리의 제품이 탄생하기 전과 탄생한 이후의 인류의 가치 총량을 따졌을 때 반드시 플러스가 되게 할 것. 그래서 하루를 열심히 보내고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갈 때 '오늘 하루도 꽤 보람찬 괜찮은 하루였어'라는 충만감을 느끼는 것. 그 힘으로 매일 반복되는 사막 여행을 특별한 여행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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