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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기록 Feb 09. 2019

나이가 들수록 흐릿해져 가는 거 같은 기분이 든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 선명해질 줄 알았는데

새로운 곳으로 이사 온 지 반년이 되어 간다. 이제 제법 적응이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할 때 즈음, 다음 해에 살 집을 또 찾아 나서야 한다는 숙제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은 다운타운에 위치하여 학교도 가깝고 주변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에 비해 렌트비가 너무 비싸서, 애초 이사 올 때부터 한 해 동안 이곳에 살면서 적응하고 장기적으로 살 집으로 이사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문제는 장기적으로 살 집을 아직 못 찾았을뿐더러, 우리가 언제까지 이 곳에 있을 지도 확신을 못하겠다는 거. 그리고 곧 정규 교육과정이 시작하는 딸의 학군도 고려해야 했기에, 생각보다 많은 구름이 우리 결정 앞에 놓여있어서 주저하고 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 왜 이렇게 앞으로의 시간들에 대한 확신 없이 살아가고 있는 거지?' 내가 그토록 꿈꾸던 순간들과 유사한 환경에 놓여있는 거 같은 지금의 나에게는 가슴 뛰는 두근거림보다는 앞으로의 일들에 대한 걱정들과 염려로 어디로 가야 할지 방황하고 있는 거 같다. 


신나고 싶었는데. 철들지 않는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철이 든 것도 아니면서 젊은 에너지만 빠져나가고 있는 듯하다. 한국이었다면 달랐을까? 무언가 도전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생각을 나누면서 성장하고 있었을까? 내가 기억하는 나의 20대 후반은 열정과 도전이었다. 나의 타이틀을 내가 만들어나가고 싶었다. 그 수많은 도전 중에 하나는 유학 준비였고, 현재 유학을 나와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계속 불안하다. 공부를 마칠 수 있을까라는 부담감과 함께, 졸업 후 취업 걱정까지. 20대 땐 나만 생각하면 됐다. 그저 나만 열심히 살고, 더 신나게 살아보고, 도전하고, 그렇게 살아가면 그게 참 좋았다.


30대 후반에 접어든 지금. 나는 생각해야 할 게 너무 많아진 듯하다. 그나마 외국이라서 사람들과의 접촉이 많지 않아서, 최대한 단순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지금에도. 나는 머리가 너무 복잡하다. 우리 딸이 살아갈 미래는 어떠할지, 좋은 친구들을 만나고, 좋은 시간을 보내야 할 텐데... 남편 또한 직장에서 잘 적응하고 성장할 수 있어야 할 텐데. 우리는 미국에 언제까지 있게 될 것이며, 한국에는 언제 돌아갈 것인지. 정말 돌어가고 싶은 건지. 그렇다면 어디에 살아야 할 것 인지. 걱정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진다.


STOP! 자, 일단 멈추자. 나에겐 너무 감사한 20대의 열정이 있었고, 지금은 좀 에너지가 줄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나에겐 소중한 가족들과 함께 하고 있는 오늘이 있으니. 얼마 전 ccm을 듣다가, "행복을 연습하겠소"라는 구절을 들었는데, 며칠 내내 그 말이 내 머릿속에 맴돌았다. 행복은 그저 주어지는 게 아니라, 우리가 연습하고 만들어가야 하는 것인 거 같다. 


뿌옇게만 보이는 앞길을. 걱정하지 말고. 몽환적이라고 철없이 생각하고, 그래도 꿈꾸는 법을 다시 상기시켜보자. 꿈 많던 20대. 꿈꾸기를 멈춰버린듯한 30대. 어쩌면 꿈을 꾸지 않아서 뿌옇게 앞길이 보이지 않는 것일 수도. 그러면 다시 꿈꿔보자. 선명한 앞길을 바라는 건 아니다. 신나는 하루를 꿈꿔보고 싶다. 신나는 발걸음. 두근거리는 하루. 그렇게 다시 시작해보고 싶다. 마음만은 20대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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