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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기록 Feb 22. 2019

무엇을 해야 할지 아직도 고민인 삼십 대 후반에게

20대 때의 그 고민을 지금까지 하고 있을 줄은 나는 미처 몰랐다

나의 직업은 아직도 학생. 하지만 평범하지는 않은, 스터디 맘이다. 수업을 들으며 아기를 키울 땐 정말 그 시간이 어떻게 흘러간 지 모르겠다. 수업시간에만 데이케어에 보내거나 시터에게 맡겼기 때문에 온전히 나와 함께 과제를 하고, 시간을 보낸 듯하다. 그렇기 때문에 정신없이 들었던 수업은 그때 그때 임시처방에 가까웠던 거 같다. 진지한 고민과 투자를 할 시간이 나에겐 허락되지 않았으며, 시간이 있다고 해도 내가 그렇게까지 심도 있게 공부를 할 수 있었을까는 여전히 물음표이지만.


그리고, 이제 학교와도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왔다. 논문만 쓰고 졸업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힘든 하루하루가 이어지고 있다. 망망대해에 혼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 헤엄쳐보지만 뭔가 잡히지 않는 막막함이 가장 힘든 거 같다. 졸업도 힘들어 보이는데, 오늘 오전엔 또 졸업을 하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의 시작이다. 과연 지금 해야 하는 고민인가 싶지만, 그렇게 고민해서 돌아오는 결과는 허무함. 헛헛하지만, 이게 현실. 쉽지 않다. 엄마로서 나의 커리어를 꿈꾸고 살아간다는 것이. 밸런스를 유지하며 걸어가야 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어느 것 하나 깊게 파 볼 수 없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는 것을. 


딸아이가 다니고 있는 데이케어는 학교 관련된 사람들만 보낼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학교에서 패컬티 잡을 갖고 있거나 스텝으로 일하고 계신다. 최근 딸과 친하게 지내는 친구의 엄마를 보며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 특히 세 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는 것도 존경스럽지만, 학교 패컬티로 자신의 커리어를 갖고 있다는 점. 그런데 아마 이 곳에 와서 세 명을 다 낳았는지, 테뉴어 받는 기간이 9년 정도 걸리신 거 같았다. 출산 시 일 년씩 더 연장된다고는 들었지만, 그래도 긴 기간 동안 얼마나 많은 생각과 고민들이 있었을지 짐작되었다. 그리고 얼마 전 우연히 만났던 분은 테뉴어를 받으신 후 더 커리어를 쌓으신 후 아이를 낳으신 거 같았다. 그래서 또래 친구들 엄마보다는 나이가 좀 있어 보이셨다.


공부에는 때가 있다. 이제 그 말의 의미를 조금은 알 거 같다. 나이가 좀 들어서 공부를 하려니 도무지 집중력과 체력이 예전만 하지 못하다. 치열하게 살아본 순간이 있는가? 나는 무언가에 집중하고 몰두하여 달려본 적이 없는 거 같다. 그래도 다양하게 많은 것을 경험하며 살아가고 싶었다. 느리지만 그래도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고 싶었다. 그런데 뒤늦게 시작한 박사과정이 나에게 많은 생각과 고민을 던져주고 있다. 엄마로서 어떻게 나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지. 한국에 있었더라도 계속 비슷한 고민을 했겠지만, 외국에서 그리고 지금 있는 이 곳에서 어떤 커리어를 구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고민이 많을 땐. 잠시 생각을 멈추자. 나에게 주어진 지금 이 시간에 대해서 생각하고 즐길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할 수 있기를. 그렇게 담담히 한 걸음, 한 걸음 걸어 나갈 수 있기를. 


오늘 하루도 차지만 하얀 공기가 참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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