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월간기록 Aug 30. 2019

"엄마가 너무 보고 싶었어"

Kindergarten 첫날, 딸이 울음을 터뜨리며 내게 안겼다

힘들었을 거야. 새롭고 낯선 환경 속에서 긴장된 하루였을 거야. 데이케어보단 더 규칙도 많을 거고, 배워야 하는 것들도 많았을 거야. 그래도 즐거운 하루였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떨리는 맘으로 딸아이를 픽업하러 갔다. 월요일에서 목요일까지는 After-School 프로그램을 신청해서 좀 늦게 픽업을 한다. 어제는 첫날이라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After-School 프로그램 중간에 픽업을 갔다. 분명히 잘 놀고 있었을 텐데, 나를 보자마자 갑자기 서럽게 울기 시작한다. 


엄마가 너무 보고 싶었어


이런 반응은 예상치 못했다. 마음이 아프면서도 이해가 되었다. 얼마나 긴 하루였을까?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서 준비하고 스쿨버스를 타고 등교를 하고, 혼자서 너무 많은 것을 해야만 하는 시간들이었을 것이다. 힘들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이를 픽업하기 전에 잠깐 마트에 들러서 풍선을 사서 갔다. 차 안에 헬륨가스로 찬 큰 유니콘 풍선을 놔두었다. 울음을 멈추며 다시 웃기 시작한다. 풍선을 들고뛰어다닌다.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 중 하나이다. 


그런데... 풍선을 그만 놓쳐 버렸다. 하늘 높이 날아가는 풍선을 보며 아이는 더 울기 시작한다. 

아뿔싸. 날아가는 풍선을 잡으려고 뛰어도 보았지만, 오늘 산 풍선은 제법 큰 사이즈였다. 헬륨가스로 든든하게 배를 채운 풍선을 하늘 높이 날아가버렸다. 


이를 어쩌지. 딸아이를 달래 봐야 한다. 학교 위를 날아가는 풍선을 이제 하늘 높이 날아가서 아이가 학교에 있을 때 아이를 지켜줄 거라고 이야기해본다. 믿을지 안 믿을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첫날 슬펐던 감정들을 갖고 하늘로 날아가 주는 거라고 이야기해주었다. 그러니깐, 우리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가자고 제안했다. 다시 울음을 그치고 차 안에 올라탔다. 다음 코스는 아이스크림 집이다. 가장 좋아하는 레드 라즈베리 맛으로 아이스크림을 먹겠다면서 조금은 진정이 된 듯하다.


궁금했다. 오늘 하루가 아이에게 어떤 하루였을지. 어떤 의미였을지. 아이스크림 집에서 아이와 같은 반 친구와 엄마를 만났다. 오늘 하루가 어땠는지 친구 엄마에게 물어보니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이들에겐 조금은 벅찬 하루였을 거 같다. 더는 묻지 않기로 한다. 그냥 오늘 하루 모든 일정을 소화한 딸아이에게 잘했다고만 해줘야지. 


처음은 원래 다 그렇게 낯설고 어려운 거야. 엄마도 그랬어. 그래도 적응되고 하면, 훨씬 나아질 거야. 

매거진의 이전글 First day of Kindergarten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