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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기록 Aug 30. 2019

"엄마가 너무 보고 싶었어"

Kindergarten 첫날, 딸이 울음을 터뜨리며 내게 안겼다

힘들었을 거야. 새롭고 낯선 환경 속에서 긴장된 하루였을 거야. 데이케어보단 더 규칙도 많을 거고, 배워야 하는 것들도 많았을 거야. 그래도 즐거운 하루였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떨리는 맘으로 딸아이를 픽업하러 갔다. 월요일에서 목요일까지는 After-School 프로그램을 신청해서 좀 늦게 픽업을 한다. 어제는 첫날이라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After-School 프로그램 중간에 픽업을 갔다. 분명히 잘 놀고 있었을 텐데, 나를 보자마자 갑자기 서럽게 울기 시작한다. 


엄마가 너무 보고 싶었어


이런 반응은 예상치 못했다. 마음이 아프면서도 이해가 되었다. 얼마나 긴 하루였을까?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서 준비하고 스쿨버스를 타고 등교를 하고, 혼자서 너무 많은 것을 해야만 하는 시간들이었을 것이다. 힘들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이를 픽업하기 전에 잠깐 마트에 들러서 풍선을 사서 갔다. 차 안에 헬륨가스로 찬 큰 유니콘 풍선을 놔두었다. 울음을 멈추며 다시 웃기 시작한다. 풍선을 들고뛰어다닌다.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 중 하나이다. 


그런데... 풍선을 그만 놓쳐 버렸다. 하늘 높이 날아가는 풍선을 보며 아이는 더 울기 시작한다. 

아뿔싸. 날아가는 풍선을 잡으려고 뛰어도 보았지만, 오늘 산 풍선은 제법 큰 사이즈였다. 헬륨가스로 든든하게 배를 채운 풍선을 하늘 높이 날아가버렸다. 


이를 어쩌지. 딸아이를 달래 봐야 한다. 학교 위를 날아가는 풍선을 이제 하늘 높이 날아가서 아이가 학교에 있을 때 아이를 지켜줄 거라고 이야기해본다. 믿을지 안 믿을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첫날 슬펐던 감정들을 갖고 하늘로 날아가 주는 거라고 이야기해주었다. 그러니깐, 우리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가자고 제안했다. 다시 울음을 그치고 차 안에 올라탔다. 다음 코스는 아이스크림 집이다. 가장 좋아하는 레드 라즈베리 맛으로 아이스크림을 먹겠다면서 조금은 진정이 된 듯하다.


궁금했다. 오늘 하루가 아이에게 어떤 하루였을지. 어떤 의미였을지. 아이스크림 집에서 아이와 같은 반 친구와 엄마를 만났다. 오늘 하루가 어땠는지 친구 엄마에게 물어보니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이들에겐 조금은 벅찬 하루였을 거 같다. 더는 묻지 않기로 한다. 그냥 오늘 하루 모든 일정을 소화한 딸아이에게 잘했다고만 해줘야지. 


처음은 원래 다 그렇게 낯설고 어려운 거야. 엄마도 그랬어. 그래도 적응되고 하면, 훨씬 나아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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