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 동안 수고 많았어:)
매일 아침 딸아이가 노란 스쿨버스를 타고 가면, 이제 하루가 시작된다. 집으로 들어와서 아침식사를 마무리하고 오늘 하루의 일정을 체크해본다. 이제 아침이면 제법 쌀쌀해진 공기가 느껴진다. 외투를 걸쳐 입고 스쿨버스 타는 곳으로 나간다. 오늘 아침, 버스가 조금 늦게 왔다. 버스가 멈춰 서고 문이 열리자 시끌벅적 딸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전 정거장에서 탄 친구들이 환영해준다. 원래는 두 명씩 앉는 좌석인데, 잘 모르는 건지 아니면 만난 게 그저 반갑고 신나는 건지 한 자리에 세 명이 무작정 앉는 걸 본다. 그런데 버스는 바로 출발이다. 기사분께서 아마도 못 보신 듯하다. 곧 옆 자리로 옮겨 앉았겠지;; 이따 픽업하러 가서 물어봐야겠다.
스쿨버스에게 늘 감사하다. 아침에 따로 데려다주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도 있지만, 하루를 규칙적으로 시작할 수 있게 해 주어서 고맙다. 그리고 기다리는 마음으로 학교를 간다라는 마음가짐도 좋다. 딸아이의 친구들도 몇 명 같은 버스에 타는 거 같아서 매일 아침이 소풍 가는 기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주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온전한 한 주를 모두 학교에 간 한 주이다. 이제는 제법 킨더 생활에 적응해나가고 있는 거 같다. 금요일마다 학교 안에 있는 도서관에서 책을 보고, 원하는 경우에는 책을 대출해오기도 한다. 지난주 빌려온 두 권의 책을 오늘 반납하고 다시 빌릴 수 있는 날인 거 같다. 스스로 책을 선택하고 빌려온다라는 게 딸에겐 꽤나 신나는 일인 거 같다. 아직 스스로 읽지는 못하지만, 혼자 책장을 넘기며 지그시 책을 보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제법 큰 아이처럼 느껴진다.
오늘은 금요일이라서 내 마음도 한결 가볍다. 금요일은 피자가 나오는 날이라서 급식을 신청해둔 상태라서 오늘 아침에는 분주하게 도시락을 준비할 필요가 없어서 너무 좋다. 간단하게 간식만 챙겨주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을 나선다. 금요일은 애프터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3시 반에 픽업을 간다. 오늘은 엄마가 빨리 픽업을 오는 날이라며 딸아이도 좋아한다. 금요일은 온 가족이 신나는 감사한 날인 거 같다.
오늘이 한국 날짜라는 추석이라는데, 한국사람이 드문 우리 동네에서는 추석 분위기를 느끼기 힘들다. 다만, 내일 한글학교에 가게 되면, 추석행사도 있고, 한복을 입고 등교하는 날이라서 추석 분위기가 한껏 날 거 같다. 이 곳에 와서 한글학교를 다니기 시작했는데, 딸아이가 무척 좋아한다. 아직 한글을 읽을 줄은 모르지만, 한글 공부보다는 한국문화체험에 더 큰 재미를 느끼는 거 같다. 삼일절에는 태극기를 배워와서 집에서도 데이케어에서도 태극기를 그리고 설명해주는 게 기특했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라나고 있지만, 한국인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한글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행히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 친구들과 친척들을 좋아해서 기회가 되면 되도록 한국에도 자주 방문하려고 한다.
정신없이 또 한 주가 지나갔다. 하루가 참 짧다는 생각이 든다. 해도 점점 짧아질 텐데, 지금 이 계절이 이 곳에선 가장 아름답고 소중하다는 걸 알기에 더 간직하고 기록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