킨더를 시작한 후 주중과 주말에 집에 있는 시간이 거의 없는 아이에게
오늘 아침, 하루가 시작되자마자 딸아이가 오늘은 무엇을 하는 날인지를 묻는다.
"오늘은 학교 가는 날이지."
딸아이의 한 숨 섞인 대답은 도대체 집에서는 언제 노느냐는 질문으로 되돌아왔다. 지난 주말, 토요일에는 한글학교와 교회 행사로 바빴고, 어제 또한 교회와 모임으로 저녁이 다 되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주중에는 애프터까지 하고 오느라고 집에 오면 저녁식사를 하고 씻고 잘 준비를 하느라고 바쁘다.
이해가 되면서도, 그래도 아침에 학교에 갈 준비를 해야 했기 때문에 난처한 상황이었다. 일단 오늘 조금은 일찍 일어난 딸에게 짧은 자유시간을 주었다. 퍼즐을 맞추겠다며 분주하다. 퍼즐은 최소 30분은 걸릴 텐데, 이를 어쩌나. 씻고 나온 아빠가 그러면 오늘은 학교 안 간다고 선생님에게 연락하겠다고 하자, 바로 방에서 나온다. 학교는 가야 한다면서.
저렇게 금방 나올 거면서 나한테는 왜 그렇게 칭얼되었던걸까? 생각해보면 나도 어렸을 때 엄마에게는 칭얼거리고 떼쓰는 딸이었던 거 같다. 그렇게 조금이라도 풀 대상이 필요했던 걸까? 그래도 딸이 나에게 그렇게 하소연하면 듣는 나는 이해가 되면서도 조금 더 놀아주고 싶은 마음에 시간을 보내다 보면, 다음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경우가 빈번했다. 이건 내가 컨트롤해야 하는 영역인 거 같은데, 그게 잘 안된다. 지난 주말 아침에도 같은 상황이 반복되었다. 집에서 노는 걸 그렇게 좋아하는 친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거의 집에서 놀 시간이 없다 보니, 토요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학교에 안 가는 날이라면서 방 안에서 장난감을 다 꺼내면서 신나게 놀기 시작한다. 그래, 학교가 아니니깐 좀 더 놀게 해 주어야겠다. 그런데 10분, 20분 시간이 더 흐르고, 허겁지겁 다들 조급한 마음으로 집에서 출발해야 했다. 시작은 여유롭게 웃으며 놀았지만, 마지막을 서로 얼굴을 찌푸리며 끝났다. 그 누구를 위한 시간도 아니었던 거 같은 허무한 마음이 들었던 아침. 출발해야 하는 시간은 명확히 정하고 5분 전에는 마음을 정리하고 떠날 준비를 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간의 규칙을 정할 필요가 있는 거 같다. 특히 시간에 대한 부분이 그렇다. 놀이나 동영상 시청 등 아이가 스스로 끝을 내기 힘든 영역들에 대해서 내가 더 확실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주고 서로를 이해하면서 함께 지켜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아이가 컬 수록 느낀다.
집에서 언제 노느냐고 묻는 아이가 스쿨버스가 올 시간이 되자마자 혼자 집을 뛰어 나가려고 준비 중이다. 뛰어가는 뒷모습에서 그래도 하루에 대한 설렘과 신나는 기분이 느껴져서 다행이다. 스쿨버스에서 친한 친구가 반갑게 딸아이를 맞이해준다. 감사하다. 이렇게 또 하루 소풍을 시작하는 딸아이에게 힘찬 응원을 보낸다. 이따 집에 좀 일찍 돌아와서 퍼즐 꼭 같이 맞추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