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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엔에프제이 Oct 01. 2024

까짓것 좀 아프면 어때

나는 나로 충분한걸

까짓것 좀 아프면 어때


구월의 어느 날

얄미운 불청객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어

평온한 일상을 송두리째 빼앗긴 억울함에 대한 위로랄까

삶이 익어가는 과정의 일부인 것을 인정하는 차원이랄까

더 깊어질 신음과 마주해야 할 자신감 상실이랄까

몰라 모르겠어, 그렇게 난

열한 시간 사십 분 동안

하늘의 감금 상태였어


안경을 바꿔

시집 한 권을 읽었어

영화 한 편을 보고 있는데

고요한 틈새에 스멀스멀 신호를 보내는 거야

통증을 재우려고 눈을 감았지

잠들지 못한 시간을 원망하지 않겠다는 다짐은 한숨으로 채워지고

아침인 듯하여 창문을 열었더니 아직도

바다 위 구름 동산을 지나는 중인가 봐

가끔 난기류를 만날 때마다

긴장한 세포는 불안을 불러오고

하는 일도 없는데

주는 밥을 또 먹었어

배가 부르니 감성까지 충만해진 듯

시작 노트를 끄적거렸지

집중이 되지 않은 걸 보니

생각의 길이 막힌 모양이야


홀쭉해진 마음의 태도가 안쓰러웠어

지름신이 강림하던 그때가 그리워질 줄 몰랐어

유독 강한 자기애가 다시 살아나는 날

별거 아닌 인생이 마음 놓고 웃게 되는 날

올까, 그날이

미세한 통증까지 삼켜버릴 설렘이 머문 곳

공항을 빠져나온 캐리어 바퀴의 행복한 비명

까짓것 좀 아프면 어때, 나는 나로 충분한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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