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엔에프제이 Sep 18. 2024

그동안 고마웠어

너로 인해 참 편안했는데

그동안 고마웠어


아무래도 올가을엔 보내줘야겠어.

그저 편하다는 이유만으로 너무 부려 먹은 거 같아.

사계절을 지나는 동안 배려라곤 전혀 없었던 거 같기도 해.

어쩌면 주인은 이중적인 가면을 쓰고 있었는지 몰라.

무엇이 되었던지 유별난 주인의 마음에 쏙 든다는 건 아마도 특별한 존재임에 틀림이 없을 거야.

그도 그럴 것이

누군가에게 한결같은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더더욱 괜찮은 존재가 아닐까 싶어.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

날씨가 흐릿하더니 주인의 마음도 덩달아 흐려지는지 변덕을 부린 거야.

평소에 비가 올 것만 같은 날에 신던 신발을 외면하고 하필이면 그날.

관심의 변방에서 내내 기다리고 있던 새로 산 플랫슈즈를 신고 나간 거지.

그런데 주인은 적응이 안 되었던지 자꾸만 신경이 쓰였나 봐.

일그러진 표정을 다독이며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발끝에 집중한다는 게 무조건 능사가 아니란 걸 아는 듯했어.

괜찮은 척했더니 자꾸만 더 불편해하더라고.

결국 다시 집으로 돌아왔어.

뾰족한 앞코가 다 벗겨진 정이 든 신발을 신고 나가자마자 한 발 앞서 주인을 안내하던 습관대로 성큼성큼 걸어가는 거야.

뒤따라가던 주인이 그제야 비로소 웃더라고.

뭐든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낯섦이 피곤한 감정에 빨려가지 않게 빠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거 같아.

때에 따라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주인의 구속에서 벗어나 해방의 자유를 누릴 수 있게 잠시만 안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