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그녀는 인정해야 했다.
자신은 결코 예술적 인간이 아님을. 책을 잘 읽지 않는다, 싫어한다는 말을 당당하게 흩뿌려왔던 나날만큼 그녀의 글은 발목 잡혀있었다.
하등 쓸모없다며 등한시했던 이야기들과 상상들은 실존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소설을 읽는 인간은 1000번을 산다고 한다. 그녀는 몇 번을 살았을까. 그런 생각을 하자니, 제대로 한 번이라도 산다는 것에 안도하는 스스로가 퍽 우스웠다.
잘 나가고 싶은 건 아니지만 없어 보이고 싶지도 않았다. 차라리 힘든 길을 택하자고 그녀는 생각하면서도 당장에 이불을 박차고 침대에서 일어나는 일조차 감당하기 힘들어했다.
새벽녘이면 그녀는 감성에 기대어 글을 자아내곤 했다. 오랫동안 읽지 않은 부족한 인간에게 기댈 곳이라곤 새벽뿐이었다.
낮이면 그녀는 쉴 틈 없이 읽을거리를 찾아 헤매었다. 그러면서도 장편소설을 읽는 일은 완수해 내기가 어려웠는데, 아마도 빨리 성과를 내고 싶은 조급한 마음 때문이리라.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마음을 버리기 전까지는 그 어떤 이야기도 그녀의 내면에서 나오지 못할 것임을. 모든 이야기가 그렇듯 차분히 들어주지 않으면 왜곡된다는 걸 알기에, 쉬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욕심을 내는 것이었다. 다만 로또를 맞은 인간처럼 나도 재능이 제법 있는 건 아닐지 하고.
하지만 아니었다. 그 누구도 단순히 재능만으로 재능을 펼치지 못한다. 자연스럽게 될 것이었다면 벌써 되었겠지.
서른하나에 시작한 꿈놀이에 과거를 다 버리겠다 마음먹었건만, 오히려 아닌 건 아니라고 가진 건 가졌다고 다시 인정하며, 쉬운 길을 택하러 다시 돌아오는 길이다.
내 아직 창작하며 살기에 많이 부족하다고, 그렇지만 그전에 더 많은 다른 것들을 가지고 있다고, 그 지점부터 다시 시작해 보자고, 그렇게 마음먹은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