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주간 오른쪽 어깨의 통증이 수상했다.
요가를 할 때도, 이불을 갤 때에도, 옷을 갈아입을 때에도 통증이 있었다.
근육통이라 생각해 참아보자며 1주일을 방치했다가 못 참겠어서 병원에 갔더니, 석회성건염을 진단받았다.
어깨 쪽 힘줄에 석회가 생겨 통증을 일으키니, 어찌어찌 치료를 하면 된다고 한다.
당장에 통증부위를 주사로 쑤셔대는 시술을 마친 후, 몇 차례 더 시술해야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뒤로 하고,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가는 길.
너덜너덜해진 오른쪽 어깨 대신 왼쪽 어깨에 가방을 둘러메고, 왼쪽 손으로 버스 손잡이를 잡았다. 오른쪽 팔이 무력했다.
병원에서는 주사를 맞았으니 하루동안은 씻지 말란다. 요런자세 조런자세도 기왕이면 하지 말라고 한다. 당분간은 요가와 기타 연습도 쉬는 게 좋겠다고 해서 학원에도 못 가겠다 연락했다.
그렇게 아무것도 못하고 가만히 누워있자니 문득 반항심이 생겼다. ‘이러고 가만히만 있으라는 거야?’
어째 아프지 않을 때보다 움직이고 싶은 욕망이 커졌다. 내 몸이 비록 불완전하여 이것 하면 이렇게 나빠지고, 저것 하면 저렇게 나빠진다 하더라도, 그냥 나자빠져있고 싶지가 않았다. 계속 요가를 하고 싶고 기타를 치고 싶었다. 요리도 하고 싶고, 청소도 빨래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다 했다. 집에서 혼자 요가도 하고 기타도 치고, 요리도 해 먹고, 청소도, 빨래도 다 해버렸다. 주사를 맞아 뻣뻣하게 아려오는 팔이 불편하긴 했지만, 크게 문제없이 잘 해냈다.
사실 어디가 아파서 뭘 못해야 하는 거라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도시의 수많은 회사원들이 터진 디스크를 모시고 출근하는 세상이 아닌가. 세상에 아프지 않고 할 수 있는 게 있기나 할까. 뭐든, 어떻게든, 다 할 수 있다.
우스운 건, 이 통증이 사라질수록 의욕도 다시 사그라든다는 점이다.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을 때보다, 난관이 있을 때 오히려 의욕과 힘이 생기다니. 세상에 이런 심보가.
가만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것 같기도 하다. 누구나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시점은 '불만족스러울 때'이니까. 할 수 없는 것을 더 하고 싶은 게 당연한 욕망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나는 오히려 '만족스러울 때', 다른 변화를 일으킬 줄 아는 사람이고 싶다. 그것이야말로 '진짜 성장'일 테니까.
변화를 일으킬 가장 적절한 시기는 바로, '모든 것이 그럭저럭 괜찮아 보일 때'이다.
- <굿 멘토>, 데이비드 코트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