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삶. 가능할까?
회사를 다닐 때만 해도,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절대적으로 나쁘다고 생각했다. 매 순간 긴장하고, 만성 위염을 유발하고, 두통을 오게 하며, 우울감을 주는 회사와 회사사람들이 무작정 밉고 싫었다.
가능하다면 당장 집에 콕 박혀 글 쓰고, 요가하며, 아무런 스트레스받지 않는 삶을 살고 싶었다. 그게 행복한 일이라고 여겼다.
퇴사 반년이 지난 지금, 나에게 스트레스란 무엇일까?
퇴사 후, 집에 콕 박혀 글만 쓰고, 요가만 하고, 사람도 별로 만나지 않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런다고 스트레스가 없으랴. 오히려 별 것 아닌 것들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며, 스트레스는 생겼다.
집에 나타난 날파리에 열받고, 청소를 해야 한다는 사실에 짜증이 나고, 월세방 임대료를 가지고 집주인과 이야기하는 것이 불편해 스트레스가 생겼다.
심지어는 아무것도 안 하고 드러누워 유튜브를 틀고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킬링'당한 '타임' 때문에 좌절해서 스트레스를 받았다.
아- 살아간다는 일은, 단지 숨만 쉬어도 어쩔 수 없이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었다.
'살아가는 것만으로 이렇게 힘들어도 될까.', '그럼 당장 죽는 게 제일 편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여러 번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죽고 싶진 않았다.
그러다 든 생각.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좋은 건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어디에서 스트레스를 받는지 예민하게 반응했던 거 아닐까. 내가 집중하는 것이 커지게 되어있다는데, 나는 '스트레스'에 집중했었다. 그러니 고작 설거지 하나 하는 일조차 힘겹게 느껴질 밖에.
그래서 나는 '스트레스'라는 걸 잊고, 나에게 중요한 것들(해야 할 것들)을 생각했다. 아침에 일어나 모닝페이지 쓰기, 책 읽기, 소설 쓰기, 설거지하기, 청소하기, 공부하기, 쓰레기 버리러 가기 등등...
그리고, 그것들을 할 땐, '하기 싫다'라는 생각이 들기 전에 그냥 했다. 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점점 그 생각이 커져서, 나도 모르게 소파에 드러누워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테니까.
하기 싫었던 일이 하고 싶어지는 그딴 타이밍은 나타나지 않는다. 나는 그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해야 한다는 걸 알 때, '그냥 했다'.
하루하루가 쌓이자, 습관처럼 그냥 그렇게 살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스트레스'라는 생각, '하기 싫다'는 생각을 언제 했었나 싶을 정도로 사라졌다.(아! 이래서 J들이 그렇게 계획을 짜는 것인가?)
오- 그렇다면, 이 상태로 다시 회사를 다시 다닌다면 어떨까?
...역시 지금보다는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기는 하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 사람만큼 힘든 것도 없으니까.
다만, 이젠 그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는 있을 것 같다. '당연히 일이란 게 뜻대로 안 되는 거지.' 하며 스트레스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것도 같다.
지금의 나라면, '나에게 이 일이 어떻게 내 인생에서 중요한 게 되는지'를 명확히 알고 있을 테니까.
그래서 이제는 뭐든지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지. 뭐, 그건 그렇고. 지금 내가 해야 할 중요한 게 뭐더라?
당신이 어디로 가든, 그곳에 200킬로그램짜리 '똥 덩어리'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괜찮다.
중요한 건 똥 덩어리에서 도망치는 게 아니다.
당신이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똥 덩어리를 찾는 게 중요하다.
- <신경 끄기의 기술>, 마크맨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