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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정문 Nov 04. 2023

금요일 저녁엔 순살 치킨을 시켜 먹어요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중 어느 고기를 가장 좋아하느냐 물으면, 나는 망설임 없이 닭고기라고 답한다. 닭은 질리지도 질기지도 않으며, 부드럽고 심지어 저렴하기까지 하다. 그러다 보니 닭볶음탕, 찜닭, 닭갈비, 닭특수부위까지 가리지 않고 즐기는 편이지만, 가장 좋아하는 것은 역시 치킨이다.

특히나, 요즘엔 닭다리살 100% 순살 치킨에 푹 빠져있다. 퍽퍽하지 않고 육즙이 차르르 흘러내리며, 심지어 뼈를 버릴 필요가 없는 용이함까지 갖춘 최최상급의 치킨으로, 순살만 파는 치킨집이 나왔다고 하니, 그 인기는 비단 나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닌가 보다.

하지만 독립하기 전까지만 해도 엄마 아빠가 있는 집에서 치킨을 먹는 건 흔한 일은 아니었다. 외식을 하면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먹거나 백숙을 먹지, 굳이 치킨을 먹지 않을뿐더러, 본가는 치킨이 쉽게 배달 오지 않는 단독주택이었기 때문.

그런데, 견우군(함께 살고 있는 남자친구)도 집에서 치킨을 시켜 먹는 일이 그리 많지 않았다고 한다. 어릴 적에 집에서 치킨을 먹고 싶다고 이야기하면, 어머니께선 일단 밥을 먹고 먹으라고 하시면서 밥을 다 먹고 나서야 치킨을 시켜주셨다고. 그러다 보니 집에서만큼은 치킨을 각 잡고 먹은 일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일지, 우린 배달음식을 시켜 먹을 때면 주로 치킨을 먹었다. 프랜차이즈의 기본 후라이드 치킨은 물론이요, 새로운 시도를 기피하는 ‘안전제일주의’ 임에도 신메뉴를 부지런히 시켜 먹고는 ‘세상에 이런 맛이 가능다니!’하며 감동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치킨이란 것이 결코 몸에 좋은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데에 있었다. 기름에 튀긴 음식, 맵짠의 자극적인 양념. 거기다 매번 당연하다는 듯 곁들이는 맥주까지. 몸에 좋을 게 없다.

결국 건강검진에서 만성 위염 및 체중 증가 등을 진단받은 우리는 치킨을 끊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의식을 가지게 되었고, 대책 마련을 위한 비상대책회의에 돌입하게 되었다.

“먹는 것이 유일한 삶의 행복이요 낙인 우리에게, 치킨을 금지하면 득 보다 실이 많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치킨은 건강에도, 가정 경제에도 큰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치킨을 아예 금지할 순 없습니다! 내부 반발이 거셀 겁니다! 길어지는 야근과 출장에 겨우 버티는 중이라고요!”

“...”

그렇게 우리는 기나긴 회의를 거쳤고, 마침내 극적 합의에 이르렀다. 그것은 일주일에 한 번, 금요일을 치킨데이로 공표하고, 그날만 치킨을 배달시켜 먹는 것이다. 대신, 평일에는 열심히 집밥을 해 먹고, 운동을 열심히 하며 지내야 한다는 규칙도 함께 가결되었다.

치킨데이를 선포한 후, 어쩐지 금요일의 의미가 더욱 깊어졌다. 금요일은 쉬이 오지 않는다. 월요병과 왜화요일병, 이제겨우수요일병, 아직도목요일병을 넘어서야 드디어금요일이 온다. 고된 일주일을 꼬박 열심히 살아야 주어지는 보상이 금요일 저녁인 것이다.

금요일 저녁에 우린 어느 때보다 신뢰가 가득한 눈빛을 나누며, 닭다리살 100% 순살 치킨을 시킨다. 매일매일 열심히 집 밥을 해 먹은 보상. 일주일을 꼬박 잘 살아온 우리를 향한 셀프 칭찬이다.

먹고 싶을 때 언제든 시켜 먹을 수 있었던 치킨보다도 일주일을 꼬박 열심히 살아내고 먹는 치킨이 더욱 꿀맛인 건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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