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걸음
공직에서 물러나
아우의 이른 죽음 안고
삼십 년을 매일같이
같은 길, 같은 시간
타박타박 걷는다
허리는 굽고
걸음은 느려졌지만
그 발 아래
쌓여 있는 시간들은
결코 가볍지 않다
누워 있는 아내 곁을 지키며
빈자리를 떠난 며느리
멀어진 작은아들
이 모든 고요한 상실 앞에서도
매 끼니의 밥상은
당신 손으로 차려지고
오늘도
무거운 마음 안고
천천히 걷는다
누구에게도 내색하지 않는
당신의 발걸음이
내겐 존경이 되어 다가온다
동네 어르신과 매일 비슷한 시간에 산책길 위에서 만나는 분이 계시는데 연세는 90세가 넘으셨지만
사계절 매일 산책길에서 만날때 인사를 주고 받으며 알게 된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