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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르바나 Oct 20. 2022

가을 여행-채규판/ 류시화 시의 신비주의


[시인과 문예통신] 22. 10. 18(화)



/이 한편의 시 ///



가을 여행-채규판




낯선 거리에서 만난


한 점 따뜻한 약수여


무너져 떠나는 실의의 이쪽에


활줄을 긋는


가을의 조용한 이마여//


우리는 아름다웠다


우리의 즐거움은 끈질겼다//


시간은 휘적휘적 지나가겠지만


분명히 남아있을까//


풋과일의 바람을 걸치고


말없이 많은 말을 지껄이면서 돌아서는


어어이 손을 젓고 등을 보이는


이 거리에서 만난 싱그런 악수//


조용히 달아나는 가을의 이마에


부서져 내리는 해


해의 속살이 잡힌다.




(월간 문학공간 22.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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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규판 시인은


1966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


원광대학교 명예교수/ 한국평론가 문학상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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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편지]



안녕하세요. 00일보 편집국 박0 부국장입니다.


주말에 먹통이 됐던 ‘국민 메신저’ 카카오가 제공하는 서비스들이 사흘째에도 완전히 복구되지 못했습니다. 월요일 출근한 직장인들과 자영업자들은 카카오톡 대용량 파일 전송, 다음 메일, 맵 등의 일부 기능이 돌아오지 않아 불편을 겪었습니다. 카카오 주가는 이날 5.93% 하락하는 등 카카오 계열사 주가가 줄줄이 추락했습니다. 플랫폼이 제공하는 ‘공짜’ 서비스에 익숙했던 사람들은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걸 실감하고 있습니다.


‘디지털정전’에 놀란 정부는 카카오와 네이버와 같은 거대 플랫폼의 독과점과 안보 리스크를 손보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출근길에 “민간 기업에서 운영하는 망이지만, 사실상 국민 입장에서 보면 국가기간통신망과 다름없다”며 강력한 규제를 예고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플랫폼 사업자의 독과점 심사와 제재를 강화하는 한편 대통령실에 사이버안보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고 플랫폼의 안보리스크를 들여다보겠다는 방침입니다.


화재 원인에 대한 조사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화재가 발생한 SK C&C판교데이터센터 CCTV에 지하3층 전기실의 배터리 중 1대에서 불꽃이 튀고 화재가 일어나는 장면이 잡혔습니다. 배터리 1개 화재가 국가를 ‘셧다운’ 위기로 몰아넣을 뻔했다니 아찔할 뿐입니다. 앞으로 민간 기업이 운영하는 데이터센터도 국가기반시설에 준하는 재난관리 규제가 적용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좋은 기업은 성장할수록 세상을 이롭게 합니다. 반면 나쁜 기업은 성장할수록 다른 산업을 고사시키고 사회를 위험에 빠뜨리죠. 사회적 책임과 투자보다 수익만 좇으며 빠르게 몸집을 불리는 데 매몰된 ‘판교식 마인드’에 경종이 울리고 있습니다.


[광화문 7: 30] 10.18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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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공간 22. 9월호 원고


詩가 있는 산문 17 /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류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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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청 (시인 문예비평가)



안개속의 시인, 은둔주의는 아니더라도 독자에게 얼굴을 내길 꺼려하는 시인, 선시(禪詩)나 명상시 보다는 대중적인, 그러면서 뭔가 궁금증을 남기는 시인, 그가 바로 신비주의 계열의 시로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 류시화 시인(본명 안재찬)이다.

두툼한 방석(인세)을 깔고 앉아 명상하는 시인, 인도나 네팔을 제집처럼 자주 드나들며 궁금증을 유발하는 시인을 상상할 수 있는가? 하지만 그런 불가사의를 현실로 만든 우화(寓話)같은 실화가 있다.


독자와의 거리가(물리적인) 멀지만 정신적인 거리가 가까운, 그래서 시집을 출판하면 밀리언셀러를 상식으로 여기는, 거기다 인도 출신 명상가들의 산문집을 다수 번역 출판하여 명상하는 부자 시인, 한국 시단의 현실과는 너무 낯선 풍경이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李昇夏(이승하) 교수는 한 문예지에서 류시화 시인의 시가 독자들에게 폭넓은, 그러면서 지속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첫째 이유는 발간 시점에 있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는 민중문학의 위세가 많이 수그러들었을 때 나왔다. 둘째, 안재찬은 비록 詩壇을 떠났지만 같은 사람인 류시화는 수많은 번역서를 통해 독자를 확보해 두고 있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셋째는 제목을 잘 선택했다는 점이다. 한 개의 문장으로 이루어진 제법 긴 제목은 이전에도 베스트셀러 시집 군을 형성했을 정도였는데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니, 여성 독자와 청소년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제목이었다>




물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전문


평범한 연시(戀詩)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제목에서 풍기는 반어적 역설적 궁금증 외에는. 심오한 명상이나 새로운 깨우침도 없다. 신비주의 시에 신비는 없고 뭔가 말의 꼬투리 잡기놀이처럼 허탈한 느낌마저 든다.

이 시를 시로 만드는 것은 관점의 새로움 때문이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처럼 상대의 존재에 대한 인식이 예사롭지 않다.


너와 나의 관계를 상대로서보다 하나의 동일체로 보는 것이다. 그래서 내면의 은밀한 꿈을 공유할 수 있는 일체감을 통해 외로움을 극복하려 한다. 하지만 그것은 생각이 지어낸 착각에 다름 아닌 것이다. 감수성이 예민한 독자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해도 성숙한 독자에게는 실망과 아쉬움을 남길 뿐이다.

류시화 시의 신비주의란 도대체 어떤 것인가? 그의 대표작 한편을 보기로 한다.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살고 싶다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사랑하고 싶다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 위해


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사랑하고 싶다/



우리에게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만큼 사랑하지 않았을 뿐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그렇게 살고 싶다



혼자 있으면


그 혼자 있음이 금방 들켜 버리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목숨을 다해 사랑하고 싶다


달새는 달만 생각한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전문

출전; 류시화 시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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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류시화 약력


59년 충북 옥천 출생(본명; 안재찬)


경희대학교 국문과 졸업. 1980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80~82 시운동 동인으로 활동


83~90 작품활동 중단, 구도의 길을 걷기 시작(이 기간 동안 명상서적 번역작업


<성자가된 청소부>,<장자, 도를 말하다>,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등


40여권 번역.


88 요가난다 명상센터 등 미국 캘리포니아의 여러 명상센터들 체험


89 두 차례에 걸쳐 인도여행. 오쇼 라즈니쉬 명상센터 생활.


91 명상구도 에세이 집 <삶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들>


94 태국, 스리랑카, 인도, 네팔, 히말라야 여행.


96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여행기<하늘호수로 떠난 여행>


99 자연에 대한 잠언시집 <민들레를 사랑하는 법> 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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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가풍-전설적 모티브를 차용한 신비주의


진정한 求道의 명상시로 승화되지 못한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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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제목만 보면 호기심을 유발한다.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에 관한 전설적 모티브를 통해 절절한 사랑을 노래한다. 서술형어미 ‘-싶다‘가 반복되면서 간절한 기원의 어조로 되어있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실존 여부와 무관하게 그들처럼 ’하나가 되어 살고 싶다‘는 그의 염원에 독자는 무한한 동정과 공감을 보낸다. 여기서도 두 대상의 일체화라는 합일을 통해 절절한 사랑을 성취하려는 것이다.


‘비목(比目)은 당나라 시인 노조린의 시에 나오는 물고기를 말한다. 전설적 모티브를 차용한 것이다.

“우리에게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만큼 사랑하지 않았을 뿐”에서 과거의 후회를 전제로 더욱 절절한 사랑을 염원한다. “혼자 있으면/ 그 혼자 있음이 금방 들켜 버리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에서 대상과의 거리를 무화함으로서 완전한 합일을 꿈꾼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 얼마나 이기주의 발상인가, 숨도 쉴 수 없는 자유의 박탈을 통해 얼마나 행복할 것인가?


이 작품 또한 앞의 시 <그대가 곁에 있어도-->처럼 사춘기 막 사랑에 눈 뜨는 철부지가 아니라면 한갓 백일몽같은 비현실성에 실망할지 모른다. 한 문예지에서 시집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을 “저급함도 역겨움도 모르는 ‘외눈박이’독자들에게나 매혹적인 시집이 될 것이라 혹평을 하기도 했다.

사실 류시화 시의 문학적 평가에 대해서는 부정과 긍정의 격차가 심한 경우에 해당한다.


“안재찬은 사회적·역사적 상상력이 지배하던 1980년대에 신비주의적 세계관을 수정하지 않아 문단으로부터 ‘외계인’이라는 공격을 받았다. 안재찬은 시운동 동인지를 통해 50여 편의 詩를 발표한 후 <詩人은 전쟁이 나도 다락방에서 사랑의 詩를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고별사를 남기고 83년부터 詩作(시작)을 중단했다.”

그의 시를 달갑지 않게 보는 문단의 시각과 달리 류시화 시는 여전히 서점에서 잘 팔리는 책으로 대접받고 있다. 그 비결이 뭔가? 하고 독자들에게 질문을 했더니 대답은 한결같았다고 한다. “나도 그것이 알고 싶다”고.


류시화 시의 특징은 평범한 자연물( 나무 물고기 새 나비 들풀 등)을 소재로 물아일체(物我一體)의 우주적 관점으로 바라본다. 단순한 자연물이 아닌 인격을 지닌 대상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영감(靈感)과 상상력을 통한 예리한 감각과 은유를 통해 궁금증을 유발한다. 거기에다 사랑의 마법을 곁들인 마술사의 신비주의도 구사한다. 이는 구도의 여행에서 얻은 영향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설익은 과일처럼 미완의 아쉬움도 갖고 있다. 내면의 성찰을 통한 절제와 궁극에 이르는 진정한 구도(求道)의 명상시로 승화되지 못한 아쉬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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