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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르바나 Apr 03. 2024

봄날 시- 에세이

[봄날의 시]

                                     



2024 봄 엽서-12

-주광일



개나리꽃 활짝

미소 짓는 봄날


촌각을 다투는 중환자가

의사를 찾아 헤메네


환자를 팽개친 의사들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는


개나리꽃 만발한

어처구니없는 봄날

(24.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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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주광일 약력----


1992 <저녁노을 속의 종소리>로 시작활동

시집 <<유형지로부터의 편지>>

가장 문학적인 검사상(한국문협)

서울대 법학박사, 미국 노스웨스턴대 법학석사,

전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 지냄

현재; 변호사(한국, 미국 워싱턴 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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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에세이] 


‘맞장 뜨는’ 사회-봄을 맞으며

-기 청



봄날, 생각만 해도 가슴 설레는 말이다, 얼마나 기다린 봄소식인가?

이 절명(絶命)의 기다림을 견딘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무상의 축복이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자연의 축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호지무화초(胡地無花草)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오랑캐 땅에 꽃과 풀이 없으니. 봄이 왔으나 봄 같지 않다.”

원나라 황제가 사랑하는 후궁 왕소군을 오랑캐(흉노)에 보내고 탄식한다. 왕소군은 낙안(落雁)미인, 기러기가 반해 날개 짓 하는 걸 잊고 땅에 떨어졌다고 해서 그렇게 불렀다. 하지만 왕소군은 결국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이 안타까운 마음을 600여년이 지난 후에 당나라 시인 동방규(東方叫)가 소군원(昭君怨)이란 시로 지어 세상에 알려진 봄날의 슬픈 사연이다.

어찌 왕소군 뿐이랴, 오늘날에도 그와 같은 심정으로 이 봄을 맞는 사람들이 있다.

올해 우리의 4월은 유독 ‘춘래 불사춘’의 심정이다. 두 개의 전쟁이 선량한 시민을 내버려 두지 않는다. 하나는 총선이란 이름의 온갖 범죄자와 의 전쟁, 다른 하나는 생명을 볼모로 한 의사와의 전쟁이다. ‘맞장 뜨다’의 사전적 의미는 서로 우열을 가리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싸운다는 의미다. ‘맞장 뜨는’ 사회는 힘과 힘의 대결이라 위험하다. 출구가 없다. 결국 이 ‘맞장 뜨는’ 시대, 전쟁의 피해자는 애꿎은 시민이다.

우리는 흔히 자유와 정의 인간다움을 으뜸의 가치로 말한다. 그래야 참다운 민주주의가 가능해지는 전제가 된다. 자유와 정의가 삭제된 민주는 허울만 내세우는 구호에 다름 아니다. 이토록 중차대한 가치를 우리는 너무 소홀하게 대접하지는 않은가?

총선이란 이름, 민의의 결집이자 축제가 되어야할 이름이 무색해지는 현실이 아프게 다가온다. 온갖 맞장 뜨는 구호와 허접스런, 인간 전시장 같은 혐오의 장이 되고 있지는 않은가?

마치 국회가 범죄자의 도피처, 현대판 소도(蘇塗)가 되어간다. 소도는 삼한시대 천신에 제사지내는 신성한 곳으로 죄인이 이곳으로 도망을 와도 잡아가지 않았다 한다.

오늘날에도 국회에 입성만 하면, 갖가지 특권으로 방패막이가 되니 기를 쓰고 달려드는 것이 아닌가?

우리의 법이 너무 느슨한 데가 없는가? 재판 중인 자에게 ‘무죄추정의 원칙’을

무제한 인정할 것인가? 이런 정신은 인간중시의 최후의 보루이지만 마치 이를

무죄의 면죄부로 착각하는 어리석은 이가 많다, 우리는 스스로의 정의를 지키기 위해

입법권을 남용하는 자들을 기억해야 한다. 부적격자, 전과자나 중범자에게 국회입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장치가 필요하지는 않은가?

더구나 대통령의 국회해산권이 사라진 지금 국회가 다수란 이름의 횡포로 맞장을 뜨는 현실을 지켜보기만 하면 될 것인가? 장치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깨어있는 시민정신이 나와 나라를 구할 원동력이 된다.

그리고 법원은 정치적 사건에 대해 왜 그리 작아지는지, 자질을 의심치 않을 수 없다. 심지어 기간이 정해진 선거관련 재판도 이 핑계 저 핑계로 미루다, 결심을 앞두고 사직을 하는 이런 비굴한 판사가 있는 한 정의는 요원한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시민의 생명을 지키는 의사 단체가 국가를 상대로 맞장을 뜨는 낯선 풍경도 벌어지고 있다. 이건 시민의 생명권에 대한 위협이며 인간본성에 대한 도전이다.

맞장을 넘어 막가자는 무모한 전쟁선포에 다름 아니다. 물론 그들도 할 말이 있을 것이다. 힘으로 밀어붙이는 권위주의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면 한발씩 물러서서 서로 상처를 덜 주면서 위기를 끝낼 방안을 찾아야 한다. 열린 마음으로 대하면 얼마든지 좋은 방안이 있을 것이다. 지금은 일정한 기간 동안의 휴전이 필요해 보인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모색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맞장 뜨는’ 전쟁이 아니라

우선 시민을 살리고 서로의 상처를 최소화하면서 위기를 넘기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춘래, 불사춘”-봄은 왔지만 따스한 봄의 햇살마저 몰려오는 저 무모한 먹구름이 덮어버릴까 겁난다. (*)

(24.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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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기 청 약력]----------


시인, 문예비평가

197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문단활동

경남대학교 대학원에서 <이육사의 시 연구>로 문학석사

공직을 거쳐 대학 강사, 시사교양신문 편집장 등 지냄

시집으로 <풍란을 곁에 두고><길 위의 잠><안개마을 입구>외

<열락悅樂의 바다> 근간

시론집으로, <행복한 시 읽기> 산문집 <불멸의 새> 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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