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달 Apr 24. 2022

인생에 대한 마지막 수업#1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은 하나도 버릴 게 없다. 말 하나하나가 전부 주옥같았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실 수 있지? 감탄밖에 안 나왔다. 지혜가 샘솟는다란 말이 이런 분에게 걸맞다고 생각된다. 올해 들어 읽은 책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고 마음에 깊은 파문을 일으켰던 책이다. 밀도 있는 인터뷰 었기에 도저히 하나의 글로 담을 수 없어 이 책을 읽으면서 했던 개인적인 상념들을 1 & 2로 나눠서 정리해 본다.


1. 에고이스트어야 성장도 하고 이익도 창출한다

"나는 도덕적이고 이타적인 사람이 아니야. 오히려 에고이스트지. 에고이스트가 아니면 글을 못 써. 글 쓰는 자는 모두 자기 얘기를 하고 싶어 쓰는 거야. 자기 생각에 열을 내는 거지. 어쩌면 독재자 하고 비슷해. 지독하게 에고를 견지하는 이유는, 그래야만 만인의 글이 되기 때문이라네. 남을 위해 에고이스트로 사는 거지"


브라운스톤 저자의 <부의 인문학>에서는 경제적 풍요는 생산자는 각자 본인의 이득을 위해서 일할 때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개개인 모두 돈을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벌 수 있을지 생각하기에 서로 경쟁 구도가 생기게 된다. 경쟁이 없으면 발전이 없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고객들의 발걸음을 확보할 것인지 위해 차별성을 추구한다. 그게 맛이든 디자인이든 뭐든 간에. 타인이 아닌 개인의 성장과 이익을 위해서라면 보다 더 고민하게 되고 창의성을 발휘하게 된다. 이기적이어야 자발적으로 행동에 나서게 된다.


세상이 잘 굴러가는 것도 이타적이어서가 아니다. 그건 개인도 국가도 마찬가지다. 국익이 먼저인 것처럼 개인 스스로의 성장과 이익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내 곳간이 먼저 채워져 있어야 남을 도울 수 있는 것이다. 스스로를 먼저 사랑하는 사람이 상대방을 건강하게 사랑할 수 있는 것처럼, 나의 곳간이 먼저 채워져야만 조직에서 기여할 수 있게 되는 법이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을 통해 내가 얻어가는 게 무엇이고 어떻게 발전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표로 접근할 때 비로소 일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게 된다. 남들한테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일을 통해 내가 뽑아낼 수 있는 게 무엇이고, 어떻게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으로 접근해야만 실력과 전문성을 쌓아갈 수 있게 된다. 일이나 공부에서 만큼은 이기적이어야 한다.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일하는 게 아닌, 내가 이 일을 통해 무엇을 취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라.


2. 언어가 틀에 갇히면 사고도 틀에 갇힌다

언어가 틀에 갇히면 사고도 틀에 갇힌다는 게 무슨 말인가? 평소 나의 언어습관은 어떠한가?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도 말끝을 흐려가면서 이야기하는가? 말에 호흡은 적절한가? 말을 잘하려면 인풋과 아웃풋의 밸런싱이 필요하다. 인풋은 다독이고 아웃풋은 글로 정리하는 것이다. 다독과 기록하는 것을 꾸준히 한다면 시선의 반경이 넓어지고 통합적 사고력도 키우게 된다.


게다가 제2 외국어를 한다면 파파고나 구글 번역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두배의 시간을 공들이지 않고 그 언어로 무엇이든 읽고 그 자리에서 바로 흡수할 수 있다. 영감과 깨달음은 반짝이는 순간에 찾아온다. 어느 세월에 번역기를 돌리고 있을 테인가. 제2외국어 배우는 목적이 다양할 수 있지만 결국 나의 가치를 더 올리는 것이며 사고의 지평을 넓혀가기 위해서다.


3.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운다는 것은 반문에서 시작된다

"자기 머리로 생각한다는 게 무슨 뜻입니까? 누구나 머리는 자기 것이지요. 오히려 다들 제 생각에만 빠져 살지 않습니까? 머리는 자기 것이지만 생각은 남의 것이니 문제지. 중국에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뭔 줄 아나? '선왕께서 말하기를... 이야' 먼저 말한 모델이 있어야 인정을 해줘. 모델 애착이지. 어쩌면 그래서 두 글자 언어, 사자 숙어에서 못 벗어나는 거야. 윗세대의 말만 달달 외우다 끝이 나거든. 내 머리로 생각하면 전혀 다른 앵글이 나와."


좋은 게 좋은 거다라고 생각하면 고인물이 된다. '왜 그럴까?' '문제점이 무엇인가?' 등 스스로 반문하는 것도 있지만 상대방의 이야기를 필터링 없이 있는 그대로 다 받아들이면 내 주관이 없을뿐더러 팔랑귀밖에 안된다. 있는 그대로 흡수하는 게 아니라 필터가 필요하다. 모든 말과 현상과 지식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지 말고 걸러야 한다.


4. 귀야말로 얼굴의 지문이다

"이목구비 중에서 귀가 가장 복잡하고 특이하다네. 눈 코 입은 성형 수술하면 다 똑같아지잖아. 귀는 그렇게 할 수가 없어. 1억 명이 다 모양이 달라. 평소엔 잘 안 보이고 거저 달려 있는 것 같지만, 귀야말로 얼굴의 지문이라고 나는 생각해"

경청함의 중요성은 많이 들었지만 귀가 얼굴의 지문이라는 건 처음 들었다. '내 말이 내 침묵보다 가치 있기를' 말을 좋아한다. 이 말에 다른 뜻은 경청함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상대방의 말을 중간에 끊지 않고 끝까지 듣는 게 경청함이다. 그리고 올바른 자세는 상대방의 말을 온전히 집중하는 것이다. 간혹 몸과 생각이 한 곳에 있지 않을 때가 있다. 만약 당신이 딴생각하지 않고 온전히 상대방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 때 말하는 사람은 상대방의 진정성을 느낄 것이다. 내 말이 앞서는 게 아닌 상대방에게 온전히 귀담아 집중할 때 그 사람은 존중받는 다고 느낄 것이다.


5. Gather vs. Transfer

"영국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이 그랬지. 인간은 세 가지 부류가 있다네. (1) 개미처럼 땅만 보고 달리는 부류는 땅만 보고 가면서 눈앞의 먹이를 주워 먹는 현실적인 사람들이야. (2) 거미 부류는 허공에 거미줄을 치고 재수 없는 놈이 걸려들기를 기다리지. 뜬구름 잡고 추상적인 이야기를 하는 학자들이 대표적이야. 마지막이 (3) 꿀벌이네. 개미는 있는 것 먹고, 거미는 얻어걸린 것 먹지만, 꿀벌은 화분으로 꽃가루를 옮기고 스스로의 힘으로 꿀을 만들어. 개미와 거미는 있는 걸 gathering 하지만, 벌은 화분을 transfer 하는 거야. 그게 창조야"


꿀벌 존재 그 자체가 유익한 이유는 스스로 생산한 것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꿀을 자기 혼자만 먹을 수 있는 것이라면 그 존재 가치가 지금처럼 유익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스스로 생산한 것을 남들한테도 유익함을 가져다 주기에 꿀벌의 가치를 높게 사는 것이다. 차홍 헤어디자이너도 본인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공유하였기에 오늘날 그녀의 이름은 유명한 브랜드를 넘어서 트렌드 선도자가 되었다. 꿀벌 같은 사람이란 공유를 통해 유익함을 가져다주는 사람이다. 혼자가 아닌 함께 더불어 성장하는 것을 추구한다. Transfer의 다른 의미는 공유라고 생각한다. Sharing is Caring이라는 말처럼, 그동안 실전 경험을 통해 터득한 스킬과 보유한 지식을 공유하면 언젠가는 부메랑처럼 유익함이 내게 돌아온다. 공유하는 과정은 스스로 비워내는 것이다.


비워내야지만 정화된 것으로 채워갈 수 있게 된다. 무엇을 보고 듣고 읽는지에 따라 고유의 아우라와 매력이 생기게 된다. 제 각자 자기만의 무드가 있다. '저 사람은 뭔가 달라. 매력적이야' 느끼는 건 그 사람은 꾸준히 무형의 가치를 쌓아가고 있음을 방증한다. 무엇 하나를 보더라도 단순히 보는 게 아니라 관찰하고, 좋아하는 일에는 deep dive 하는 경향이 있다.


6. 때로는 살아봐야만 배울 수 있는 것이 있다

"아버지 집에서 지냈으면 편하게 살았을 텐데, 굳이 집을 떠나 고생하고 돌아온 탕자처럼... 어차피 집으로 돌아올 운명일지라도, 떠나기 전의 탕자와 돌아온 후의 탕자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네. 그렇게 제 몸을 던져 짹 달아야, 잘났거나 못났거나 진짜 자기가 되는 거지. 알겠나? 인간은 자신의 자유의지로 수만 가지 희비극을 다 겪어야 만족하는 존재라네 "


백날 책으로 읽어도 어떤 것은 직접 겪어봐야만 깨닫게 되는 것들이 있다. 나의 첫 직장은 칼같이 5시에 퇴근에 워라벨이 잘 지켜진 곳이었다. 잘 다니다가 커리어에 대한 욕심으로 처음으로 이직하게 되었을 때, 그곳이 얼마나 힘든 곳인지 머리로는 알면서도 합격 그 순간에는 거절하지 못한다. 주변 사람들의 만류는 귀에 들어오지 않고 최종 합격이란 Offer letter 받게 되면 갈 수밖에 없게 된다. 현 직장을 다녀보니 전 직장에서 누렸던 워라벨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직접 겪어보니 피부로 와닿게 되었다. 인간은 제 아무리 귀에 피가 나도록 들어도 직접 경험해야만 깨우친다. 책과 경험의 차이는 존재한다. 글로 접하는 것과 현장 속에서 배움의 차원과 깊이는 다르다.



작가의 이전글 가치 있는 하루를 살기 위해 기억해야 할 것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