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Instagram)에 지쳐버렸다

SNS, 참을 수 없는 가벼움 | 관심 혹은 노동, 연결의 환상

by 순주씨

나는 인스타(Instagram)에 지쳐버렸다.


끊임없이 올라오는 인스타 스토리, 그리고 수많은 게시물들. 여행 후기부터 책소개, 자기계발 조언, 잔망루피가 춤추는 영상, 별별 웃긴 이야기. 나는 일상속에서 습관처럼 인스타 속의 시각 컨텐츠, 이목을 끌고 약간의 공감을 할만한 정도로만 요약된 짧은 글귀들을 스캔하곤 했다.


그리고 하루가 별 것도 없이 바빠진다. 맛있는 걸 먹어도 스토리에 올리고, 아름다운 풍경을 봐도, 웃긴 일이 생겨도, 친구들이랑 좋은 시간을 보내도, 하여간 뭔가 재밌거나 만족스러울 때면 인스타 스토리에 업로드하는게 내게 일종의 습관이 되어있었다. 먹으랴, 스토리 올리랴, 여행하랴, 스토리 올리랴 정신이 없다.


처음엔 '자주 못보는 지인들과 이렇게라도 소통해야지', '내 일상의 조각조각을 추억으로 모아놔야지'라는 생각으로 인스타를 시작했다.

근데 최근에는 인스타에서 하는 모든 행위들이 의미없고 부질없다고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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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자주 못보는 지인들과 이렇게라도 소통해야지' 라는 생각에 대해.

서른에 접어든, 점차 사회생활에 찌들어가고있는 내 기준으로는 이제 '자주 본다'라는 의미는 반년~1년에 한번만 봐도 자주 보는 사람으로 느껴진다. 사실 '자주 보는 관계'보다는 '의미있는 관계'가 정확한 표현같다.

나로서는 1년에 한번 보더라도 편안하고 진솔한 소통이 가능한 사람이 의미있는 관계다.

그렇다면 1년에 한번 조차 보지 않을 지인들과 서로의 인스타 스토리를 본다는 것이 '소통'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업로드된 사진 한장 보고 '잘 먹고 잘 놀고 잘지내고 있나보구나.'하고 마는게 소통일까?

난 이건 소통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내가 원하는 소통은 아니었던거다.


내가 인스타 스토리를 강박적으로 올렸던 심리에 대해.

나는 인플루언서도 아니며, 비공개 계정으로 지인 200명 내외의 인스타 계정을 갖고 있었다.

즉, 나는 인스타를 하는 것에 그 어떤 금전적인 목표나, 홍보 등의 비즈니스적인 목표도 있지 않았다.

근데 내가 '스토리를 올리는 심리'는 무엇이었을까.

'나 이렇게 잘 살고 있어'라고 보여주기 위함이었던 것 같다. 나 건강하게 성실하게 매일매일 즐겁게 잘 살고 있어.

그걸 왜 보여주려고 했을까. 사실 불안했던거다. 사실 '나 잘 살고 있어'가 아니라 '나 잘 살고 있는걸까?'였다.


그리고 '내 일상의 조각조각을 추억으로 모아놔야지'라는 생각에 대해.

이 생각에 대한 나의 결론은, 인스타에 내 일상을 추억으로 모으는 순간마다 사실 난 현재에 온전히 존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진 몇장 찍어 스토리를 올리고, 하이라이트를 만들고 아카이빙을 하는 건 그냥 인스타 서버에 내 데이터를 저장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맛있는 것을 먹으면 맛있는 것을 먹는 순간의 충만감에 집중하면 된다. 여행을 하면 여행하는 시간속에서 충분하게 보고 듣고 느끼면 된다. 하지만 사진을 찍어서 인스타에 공유하는 순간 흐름이 끊긴다. 현재의 순간에 온전히 몰입하지 못하게 된다. 돌이켜보면 그랬다.

현존하지 못하는 상태면서 그것을 추억으로 삼는다는게 무슨 의미일까.

추억은 현존하는 감각과 더불어 그 속에서의 감정의 역동이 내 몸과 기억속 깊은 곳에 자리하게 되는 것이지, 사진 데이터 저장한다고 그게 진정한 의미의 추억이 되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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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를 자기 자신에게 적합하고 적절한 용도로 사용하는 현명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스스로를 돌아봤을 때 내 방식은 그닥 현명하지 못했다.

인스타를 하는 동안 정작 나 자신을 소외시켜버렸고 현재의 삶에 충분히 몰입하지 못했다.


또한, 인스타를 통해 공유되는 정보들은 대개 가볍다. 인스타라는 SNS가 가진 특성이기도 하다. 아니, 모든 SNS가 가진 특성일 것이다. SNS 통해 전달되는 정보의 양은 방대하고, 얕다. 이렇게 습득하는 정보들은 의미있게 쌓이지 않고 그저 소비되고 휘발된다. 그렇다, 남는게 없다.

그리고 그 얕고 가볍고 방대한 정보들을 별 생각없이 소비하는동안에 눈은 피로해지고, 뇌는 지치기 마련이다. 하루동안의 한정된 에너지를 허튼데 낭비함으로써 정작 내가 집중해야할 일들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게 된다. 우습게도, 휴대폰 압수까지 하며 야자했던 고등학생까지가 가장 집중력이 좋았던 것같다. 내 집중력은 스마트폰과 SNS에 무너지기 시작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인스타를 통한 연결은 일종의 환상같다. 내가 바라는 의미있는 연결, 소통과는 거리가 멀었다.

일련의 경험으로 축적되는 생각과 느낌을 나누는 것이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잘 살고 있어'라고 증명하는 듯한 사진 한장의 결과가 아니라 삶의 과정속에서 어떤 것을 느끼고 배우고 있는지, 어떤 어려움이 있고 어떻게 극복해나가고 있는지. 이런 이야기들은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해야만 나눌 수 있다. 그 속에서 서로의 생각과 감정, 온기를 나누는 것이 내가 바라는 형태의, 현실의 소통이고 연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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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본 행복에 관한 말중에 가장 뇌리에 박힌 말이 있다.

행복은 현재에 사는 것,

현재에 산다는 것은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것,

그리고 현재의 지층을 쌓아올리는 것.


맞아. 이게 행복이지. 휘발되지 않는 행복. 내 안에 차곡차곡 쌓이는 행복.


진정 행복하게 살기위해, 현재를 온전히 살기위해,

나의 책임을 충실히 수행하기위해, 그리고 내 현재의 지층을 정성을 다해 쌓기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다.

그 일환으로 이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인스타는 앞으로 뒷전으로 미뤄두려고 한다.

뒷전으로 미루면 안되는 '현재'에 온전히 집중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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