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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D Mar 22. 2023

우당탕탕 디자인 팀 생존기

소란스럽지만 다정한 100일을 보내며

Anne: 저 곧 100일이에요.

Mihee: 남자친구랑 100일?

Anne: ?

100일 회고를 준비하며 라운지에서 나눈 대화


최근 다니고 있는 곳에서 100일 즈음이 되어 회고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글을 쓰기 전, 디자인 팀 리드 Peter와의 1-on-1에서 입사 100일은 입사일로부터 일자로 100일째되는 날을 의미하는 건지, 100일째 출근일을 의미하는 건지 물었습니다. ‘100’은 대략적인 수치이고 입사 후 3개월의 경험이 중요하다고 하시더군요.


그동안의 3개월을 돌이켜보면 처음 한 달은 회고가 아니라 회개 글을 써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느낌이었고, 두 번째 달부터 정신없이 달리며 이곳저곳에 부딪히다 세 번째 달로 들어서야 조금씩 팀이 되어 움직인다는 느낌이었으니, 100일 회고란 3개월에 걸쳐 기승전결로 완성된 ‘온보딩 여정’이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그 누구보다 소란스러운 적응 과정을 겪었다고 생각하는데요. 회사 기술 블로그에 올라가는 글을 이렇게 솔직하게 써도 되나 싶지만 제 경험이 누군가에겐 위안을, 또 다른 누군가에겐 궁금했던 조직의 문화를 엿볼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에이전시에서 B2B 인하우스로

저는 STCLab의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입사했고 이전에는 에이전시에서 UI/UX 디자이너로 일했습니다.


업무 환경이 많이 다른데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일하는 건 어떠냐는 질문을 종종 받곤 합니다. 팀에 합류하기 전에는 막연히 협업 방식(Work-Flow) 정도가 다를 거라고 생각했어요. 합류하고 나니 Work-Flow 뿐만 아니라 디자인 프로세스 또한 제가 익숙했던 방식과는 달랐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를 풀어보자면, 전직장 에이전시에서 Figma를 사용했을 때는 공동 작업과 CSS 코드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에 집중해 협업했기 때문에 Component 제작 경험은 부족했어요. 반면 저희 팀은 Figma를 사용한다면 Component 활용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초반엔 서로 당황했던 것 같아요.


Peter: Figma 다룰 줄 안다고 하시지 않았나요…?

Anne: 음, 할 줄은 아는데(그리는 것) Component를 만드는 정도로 협력한 경우는 많지 않아서요…

긴장감이 감도는 1-on-1 현장


또 다른 프로세스는 디자인을 결정하는 방식이었는데요. 에이전시에서는 가능한 많은 시안을 준비해 소거 과정을 거쳐 하나의 최종본을 선택하는 방식이었는데, STCLab에서는 목적에 맞는 디자인 1개면 충분했습니다.


이전 방식은 최종 작업물에 대한 결정과 판단을 더 큰 결정권을 가진 사람에게 맡기는 것에 가까웠다면, 지금은 디자이너가 단 1개의 시안만 전달하기 때문에 명확한 근거로 디자인해야 하고 더 많은 책임을 가진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차이는 노력으로 좁힐 수 있습니다.

디자인 프로세스 외에도 처음 써보는 Jira와 Slack, 스프린트 개발 방식 등 새로운 Work-Flow가 저를 맞이했는데요. 상상하던 것과 실제 경험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차이가 어렵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제품에 집중해서 일하는 환경을 원했기 때문에 현재 잘 적응해 만족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좋은 과정이 좋은 결과로

Welcome, Kali!

디자인 팀은 새 동료에게 맞춤형 미니가이드(플레이북)를 만들어 드리고 있습니다.


저의 공식적인 온보딩 기간이 끝날 즈음, 영상 디자이너 Kali가 합류할 예정이었어요. Kali만을 위한 미니가이드를 직전 입사자인 제가 담당하게 되었죠. 겸사겸사 온보딩하면서 느낀 점을 바탕으로 미니가이드에 추가되면 좋을 내용들을 준비했습니다.


미니가이드 작업 예상 시간은 1시간 정도였는데 추가로 준비한 부분에 4~5시간 이상이 소요됐어요. 당장 급한 업무가 있는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에 작업 후 팀에 공유할 생각으로 조금은 독단적으로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작업 전 상황을 자세히 공유받으면 좋겠다는 피드백을 받았어요.


처음에 저는 업무상 문제가 발생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해 피드백을 이해하지 못했는데요. 더 자세히 이야기해보니, 미니가이드는 작업량이 적어 디자인 팀 스케쥴 보드에 올리지 않고 진행한 것이었는데 작업이 예상보다 볼륨이 생겼다면 이 이슈를 팀에 공유해야 유동적인 전체 일정에 대응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어쩌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일이었지만 이 일을 계기로 Soo와 ‘협업과 책임’에 대해 깊게 이야기 나누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꽤 한몸인가요?

프로덕트 디자이너 Soo는 “우린 한몸이 되어야해요”라는 농담을 던지곤 합니다.


큰 Work-Flow부터 사소한 부분까지도 함께 이해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이야기하며 노력하는 것을 보며, Sync라는 결과를 위해 이해가 어려운 부분을 계속 맞춰나가는 과정이 디자인 팀의 대표적인 문화라고 느꼈어요. 좋은 결과 앞에는 좋은 과정이 있기에 디자인 팀은 팀과 개인을 위한 Sync와 소통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개인의 성장을 지지하는 팀 문화

STCLab 디자인 팀은 프로덕트, 콘텐츠, 영상 등 다양한 직무로 구성되어 있으며 위에서 소개한 것처럼 우리의 Core Value는 ‘공유 문화’입니다.


R&D 센터에 소속되어 있는 디자인 팀은 프로덕트 및 목적 중심의 조직 체제에서 각자의 이슈를 알리고 함께 고민할 뿐 아니라 디자인에 대한 생각도 함께 나누고 있어요. 제품에 대한 강한 애정과 디자인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찬 사람들이 많고, 매주 Design Weekly를 통해 개인의 성장을 도모하는 활동도 진행합니다. 작년 하반기부터 Design Weekly에서 Surffy 브랜딩을 진행했고 최근에는 브랜드 컬러에 대한 정의가 마무리되어 곧 제품과 콘텐츠에서 새로운 규칙으로 적용될 예정입니다.


팀 전체와 별개로 디자인 팀 리드 Peter와 매주 1-on-1을 진행하는데, 그렇게 자주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하냐고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서로에게 진솔한 피드백을 하기도 하고,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어떤 디자이너가 될 것인지? 어떤 것을 강화하고 준비해야 하는지 등을 이야기합니다.


경험을 나누며 저의 도전을 지지해주는 동료와 문화 덕분에 소란스럽지만 다정한 100일을 보내며 어엿한 서퍼가 된 거 같습니다.




ps. 이렇게 장점 많은 디자인 팀을 부러워하고, 자리를 노리는 분들이 회사 내에 몇 분 계신데요. 포트폴리오를 지참 후 지원 바랍니다! (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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