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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정 Jan 10. 2020

어쩌다 보니 여기, 뉴욕.

#1 Just Landed.


‘두터운 점퍼를 입은 사람과 민소매 차림의 사람이 함께 앉아있는, 캔디를 든 꼬마들과 마리화나 냄새를 풍기는 인간들이 공존하는, 쥐새끼와 비둘기와 고고한 애완견과 할리우드 스타와 여행객과 소매치기와 거렁뱅이가 한데 뭉쳐 돌아다니다 연기처럼 사라지는, 뉴욕 뉴욕 뉴욕.’

                                                                       -20180417



New york.

어쩌다 보니 뉴욕이었다.


중국을 경유해 스무시간 가까이 두통과 싸우며 도착한 뉴욕에서 제일 처음 만난 사람은 흑인 여성 공항직원이었다. 그녀는 비행기에서 내린 이방인들을 ‘그린카드’와 ‘여행비자’의 기준으로 나누고 있었다. 밤 열두시가 지난 시각인데도 공항은 사람들로 붐볐다. 30대 여성, 혼자 입국, 장기 왕복 티켓이라는 최악의 조건을 가진 나는 입국심사대 앞에 가까워질 수록 긴장했다.


“왜 왔나?”

“두 달이나? 직업이 뭔가? 혼자인가? 돈은 얼마나 있나?”


쏟아지는 질문에 우물쭈물 여행과 사진촬영을 핑계로 댔다. 생에 첫 뉴욕여행에 들뜬 여자처럼 입꼬리를 한껏 부자연스럽게 올린 채. 비자 회사에서는 절대 ‘애인을 만나러 간다’는 말을 하지 말라고 했다. 자칫하면 미국에서 불법으로 거주하며 완전히 눌러앉아 버릴 계획으로 본다고. 30대의 싱글 여성에게 가장 날카로운 입국심사 잣대를 들이댄다는 건 이미 인터넷에 만연한 정설이었다.


“Welcome to newyork city!”


서구사회나 미국, 뉴욕 생활에 대해 한 번도 꿈 꿔 본 적 없다. 오히려 좋아하지 않는 이유를 밤 세워 말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이길 하나의 이유로 나는, 왔다.


그 이유가 게이트 앞에서 양 팔을 번쩍 들고 나에게 뛰어왔다. 자정즈음 비행기에서 내렸지만 이미 새벽 두 시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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