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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 매거진 Sep 12. 2020

남들은 잘 모르지만 내가 좋아하는 서비스! (2)

어쩌다 기획자 매거진

Q. 자기만 좋아하던 가수가 갑자기 유명해지면 좋기도 하지만 아쉽기도 하죠. 남들 알려주기는 어쩐지 아까운, 자기만 알고 싶은 앱/웹 서비스가 있나요?


마음을 보듬어 주는 앱, '마보'


나는 애초에 외골수적인 성격이 좀 있다. 남들이 다 하는 건 '무언가 문제가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편이고, 심심할 때는 앱스토어에 들어가서 랭킹 1위부터 10위를 보는 게 아니라, 새로 나온 앱들만 익스플로링 한다. 요즘에는 어떤 새로운 서비스가 올라왔으려나라는 마음으로, 스토어를 살펴보면 생각보다 재미있다.


세상에는 별의별 서비스가 다 있고, 소비자들의 니즈를 해결해 주기 위한 창의적인 시도들이 있다. 흥미로운 제목이 있으면 설명을 보고, 관심이 있으면 다운로드를 누른다. 손가락 하나로 편하게 남들이 고생해서 만든 서비스를 무료로 누릴 수 있는 시대에 사는 건 축복이다. 물론 10개의 서비스를 다운로드하면 내 휴대폰에 한 달 이상 남는 서비스는 1개도 채 되지 않는다.



나는 너무나 불규칙적인 사람이라, 규칙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위해 항상 노력하는 게으른 인간이다. 취침 습관, 숙면, 좋은 식사, 운동, 독서, 꾸준한 일기 쓰기. 뭐 이런 사소한 것들이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든다고 믿고 있다. 아주 작은 것들이 모여 큰 물줄기를 틀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나는 라이프스타일, 루틴과 관련된 앱들을 수백 가지로 다운로드해 보았고, 그중에서 내 휴대폰에 남은 앱은 고작 5개에 불과하다. Habit, Habitfy, Routinery, TeuxDeux, 마보. 오늘은 이 중에서 마보에 대한 짤막한 글을 남겨보려고 한다.


마보. 마음보기의 줄임말이다. 귀여운 이름이다. 처음에는 어감이 이상했는데, 계속 마보, 마보 하다 보니까 익숙해졌다. 유사한 서비스로는 실리콘밸리의 핫한 명상가들이 사용한다는 Calm이 있다. Calm도 사용해 보았지만, 아무래도 한국 사람이라 언어적으로 익숙하지 않아 백퍼센트 즐기기 어렵더라. Calm에 대한 간단한 소개는 아래와 같다.


캄(Calm)은 수면, 명상 그리고 휴식 앱 부문 글로벌 1위 앱으로 세계 명상 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웰니스 브랜드다.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세상을 보다 더 행복하고 건강하게 만들자’는 미션으로 두 명의 CEO인 마이클 액트 스미스(Michael Acton Smith) 와 알렉스 튜(Alex Tew)가 공동 설립했다. 10억 달러(1조 1190억 원)의 기업가치를 가진 유니콘 기업으로 2019년 ‘애플에서 선정한 올해의 앱’에 이름을 올렸다. 캄 앱은 수백 시간에 달하는 독창적인 콘텐츠로 사용자들이 현대의 가장 중요한 문제인 정신 건강을 다루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출처:앱스토리)

https://news.appstory.co.kr/startup12802


마보를 처음 알게 된 건 대학교 시절이었다. 워낙 마음이 힘들 때라, 어떻게든 방법이 없을까라고 찾아다니던 와중 명상을 알게 되었고, 명상 책을 여러 가지 읽었다. 베트남 출신 틱낫한 스님의 '상생'부터 시작해서, 스티브 잡스가 좋아했던 스즈키 순류 스님의 '선심 초심'을 읽었다. 마음이 편해지고,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명상이라는 행위에 매력을 갖게 되었고, 그 뒤로 명상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 앱을 찾았다. 귀여운 이름의 마보.



이 서비스는 되게 단순하다. 궁금하셔서 다운로드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어느 유려한 서비스들처럼 UI/UX가 직관적이라거나, 팬시 한 디자인으로 치장되어 있지도 않다. 새로운 (기대하지 못한) 서비스가 있는 것도 아니고, 창의적인 마케팅으로 입방아에 오르락내리락 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아주 겸손하고 귀여운 캐릭터들이 여기저기 뛰놀고 있는 느낌이랄까. 앱을 실행하면, 각각의 상황에 따라 내가 듣고 싶은 명상 (약 10분~15분 정도의 명상 오디오)을 선택하여 시작한 수 있다. 깔끔하다. 그게 전부다. 앱을 켜고, 상황을 찾고, 듣자. 아주 직관적이면서 단순한 인터페이스. 내 마음이 어떤가에 따라서 정할 수 있는 콘텐츠들을 누르고, 가만히 들으면서 조용히 기다리면 된다. 팬시(fancy) 하지 않지만, 겸손한 서비스.



명상을 끝내면 나와 함께 명상을 하며 마음을 챙기고 있는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 세상에서 나 혼자 외롭게 떨어져 있는 느낌이 들 때, 마보 앱을 켜고 가만히 불을 끄고, 오디오를 10분간 들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그리고 그 과정을 지난 뒤,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을 체크하고, 소통할 수 있는 '온라인 명상 커뮤니티'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기쁜 일. 언택트로 인해 모두가 멀어지는 시점, 명상을 통해 서로 얼굴도 모르지만 연결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재미있는 서비스 구성이.



마보 덕분에 나는 129일을 출석했고, 127회의 명상을 시도했으며, 1,121분을 가만히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데 사용할 수 있었다. 언제라도 해지해도,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마음이 있다. 마보에서 함께하고, 나만의 시간을 늘려나가는 것을 기록하는 것은 또 하나의 기쁨이다. 마보는 '마음 챙김'이라는 아주 간단한 명상 활동을 모두가 할 수 있도록 보조하고, 이 과정에서 서로를 연결하며, 스스로 기록하고 앞으로 나아가게끔 돕는다.


남의 지갑을 여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 특히 서비스로. '이 서비스 좋아'라며, 서비스에 돈을 내는 구매하는 경험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유튜브 프리미엄, 넷플릭스와 음원 스트리밍을 제외하고 내가 돈 주고 사용하는 서비스가 또 있을까. 그들과 함께 당당하게 돈 받고 있는 서비스가 마보다. 가성비 좋은 투자라고 생각하며 필요할 때마다 구독하고 있고.




'무언가 나만 아는 서비스'와 관련해 글을 써보려고 마음먹고, 어떤 서비스를 소개해야 할까 많이 망설이면서 글을 썼다가, 지웠다가를 반복했다. 기획적으로 탁월한 서비스를 뽑아야 할까, 아니면 UI/UX가 훌륭한, 사람들의 리텐션을 확보할 수 있는, 뭐 여러 종류의 기준을 세웠다. 그러다가, 다시 스스로 질문을 던졌다. '내게 가장 의미 있었던 서비스가 뭐지?'라고. 마보였다. 화려하지 않고, 겸손한 서비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생활에 도움을 주는 서비스. 투자를 많이 받고, 기획적으로 훌륭하고, 팬시해보이는 서비스들도 좋지만. 결국 좋은 서비스는 '내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글을 적어본다. 좋은 서비스는 '




글쓴이 비즈카페

직무는 비밀 / 2년차

까페를 좋아하고,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습니다. 비즈니스랑 까페를 조합하니 비즈까페가 되더군요. 중고나라 같은 이름이지만, 아무쪼록 사랑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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