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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CAEL Jan 26. 2023

실무수습 구하기 전에 나부터 수습하자

자격증만 따면 끝인 줄 알았어요

네이버 웹툰 일렉시드 111화 중




그럴 리가!!!


1차 시험이 끝나면 2차 시험이 기다리고 있고,

2차 시험이 끝나면 합격 통보를 기다리고 있고,

합격 통보를 받으면 이제 실무수습을 구하는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실무수습을 마치면 또 어떤 여정이 기다리고 있을지 아직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이 이야기는 너무나도 현실적인, 막 관세사 시험에 합격하여 실무수습처를 찾고 있는 평범한 취준생의 실화스토리이다.




관세사 시험에 합격하게 되면(보통 10월 중순에 합격자 공개) 실무교육과 실무수습이 기다리고 있다.

합격자 모두는 1달간 교육을 받아야 하며, 5개월간 수습처에서 실무수습을 거쳐야지만 정식 관세사로 관세청에 등록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교육은 모두에게 주어지는 권리이지만, 실무수습을 구하는 것부터는 각개전투의 시작이다.

일반 기업 취준을 하는 것처럼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해서 모집공고를 올리는 법인 및 사무소에 지원하는 방식이다.


나는 2차 시험이 끝나고 짧은 기간이지만 사기업 취준을 했던 터라 어학점수를 포함하여 기타 여러 자격증을 따놓은 상태였고, 기존에 인턴경험과 사기업 경험이 있었기에 초반 자소서는 그리 어렵지 않게 작성했다. 


거하게 합격뽕이 차올랐다. 

스스로에게 큰 자부심을 느꼈고, 머릿속으론 이미 행복회로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열심히, 그리고 재밌게 보냈던 학부시절 덕분에 여러 활동들로 2장을 가득 채운 이력서와 비장한 각오를 담은 자기소개서를 첨부하여 공고가 올라온 몇 개의 법인에 지원했다.

지원한 법인마다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듣기론 수습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는데 다 남 얘기인 것 같다며 한껏 어깨가 치솟았다.

.........;;;;;

하지만 머지않아 그건 내 얘기가 되었다.


1차 서류부터 많은 지원자가 몰려 2차 면접자를 뽑기 힘들었다던 어느 법인에선 열명이 넘는 면접자 중 단 1~2명 만을 뽑았고, 어떤 대표님은 면접시간 동안 80%의 비중으로 본인의 이야기를 하시다가 끝이 났다.

나랑 같은 면접 조에 속한 사람들 중, 발표를 상당히 잘하여 붙을 것 같다고 생각했던 동기가 떨어지고, 무역회사 경력이 있어 이미 실무 지식이 풍부한 동기도 고배를 마셨다.

무엇을 기준으로 평가하는지, 어떤 역량을 필요로 하는지 긴가민가한 수번의 면접을 거치고, 강아지 꼬리가 쳐지듯 치솟았던 어깨도 점점 원상 복귀되었다.




솔직히... 난 자격증만 따면 끝난 건 줄 알았어...

동기들끼리 만나면 하는 단골 멘트다.


자격증만 따면 그 이후는 그냥 무난하게 흘러갈 줄 알았다. 

공부를 하다 보니 시야가 좁아져 자격증 그 자체가 목표가 되었기 때문일까, 사회의 치열함을 애써 무시하고 있었을 수도 있다. 


그렇게 합격 이후 3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아직 집체교육이 시작되지 않아 수습공고가 많이 올라오는 때는 아니지만, 주변의 동기들이 하나둘씩 수습을 구해 벌써 출근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조금씩  조바심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심리인 가 보다.


그럴 때마다 난 수험공부를 할 때 나에게 많은 힘이 되었던 지인의 조언을 떠올린다.

앞으로의 긴 인생을 볼 때, 지금의 한두 달 또는 일이 년의 시간은 별 차이 없어.

나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선배들은 기간의 차이일 뿐이지 수습을 구하는 건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관세사로서 우리의 커리어는 앞으로 수습을 시작하고 약 3년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결정되니 수습을 구하고 그 이후부터가 정말로 중요하단다.

그 때가 되어 정신없이 바빠지게 되면 지금 나의 이 여유를 부러워할 것이다.

내가 여유롭게 브런치를 작성하고 있는 이 순간의 소중함을 그때 가서 다시 발견할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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