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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CAEL May 21. 2023

매운맛 컨설팅

우당탕탕 심사 일지

어느 날 오후, 본부장님께서 한창 정신없이 일하고 있는 나와 동기를 찾아오셨다.

-"자네들 다음 주에 일정 있나?"

-"아뇨! 없습니다, 본부장님!"

-"그래? 그럼 기획심사 하나 나가야 하니깐 준비하자"

-"?? 넵 알겠습니다!!"


대답은 꼬박꼬박 잘했지만 본부장님이 돌아가시고 난 후, 기획심사라는 낯선 단어 앞에서 동기와 서로 흔들리는 눈빛을 교환했다. 

지금 하고 있는 고생을 그때 알 수 있었더라면... 우린 그날 일정이 있었다고 말을 했었야 했다...




일정한 주기에 따라 정기적으로 세관의 심사를 받는 정기심사와는 다르게 기획 심사는 세관에서 살펴봐야 할 이슈가 있는 경우 수시로 나오게 된다. 따라서 정기심사는 텀을 길게 가져가면서 자료를 준비할 시간이 많지만 기획 심사의 경우, 충분한 자료준비와 분석을 바탕으로 기업이 필요한 컨설팅을 제공하기까지의 시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우리에게도 기업에게 당장 필요한 자료를 요청하고 분석할 시간이 일주일 밖에 없었고, 일복은 꼭 이럴 때 잭팟을 터트려 쳐내야 할 다른 일들이 쌓여만 갔다.


결국, 내가 선택한 길은 극한의 야근이었다.

그것은 워라밸 따위는 지나가는 강아지한테나 준 고행의 행군으로, 주말 출근은 물론이고 매일 8시 반에 출근하여 밤 12시까지 모니터를 쳐다봐야 했기에 뻑뻑한 눈을 달랠 인공눈물을 하루종일 끼고 살아야 했다. 




그렇게 어찌어찌 자료를 갖추어 심사 대상 기업으로 출근을 시작했다.

두근두근 떨리는 심정으로 임한 첫 심사였다.

세관 심사팀에서 요구하는 자료에 우리의 논리력을 더해 회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이 마치 변호사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면서 꽤나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일주일 동안 우리는 서울의 사무실이 아닌, 심사 대상 기업에서 상주하며 새벽 3시에 집에 오는 날들을 반복했다. 점심은 간단히 김밥으로 때우는 날도 있었고, 그때그때 요구하는 세관 제출 자료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 결과 우리의 방어는 나름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고, 아직 예정된 심사 종료일까지는 일주일이 더 남았다.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던 일주일이었다. 심사는 체력전이라는 것도 알았고, 컨설팅이 단순히 말만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확실하게 배웠다. 그리고 고된 노동과 누적된 피로를 배움의 대가로 치러야 했기에 난 2주 만에 갖게 된 주말 휴일을 온전히 회복에 바쳐야 했다.

아직 나에게는 일주일의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준비를 잘해서 첫 심사의 마무리까지 잘 마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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