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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퇴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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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옹알이 May 31. 2022

초보 미니멀리스트를 꿈꾸며

[퇴사일기#28] 퇴사 후 실천하는 환경 보호와 올바른 소비 습관

 시작은 카메라였습니다. 사고 싶은 카메라가 생겼는데 가격이 비싼 게 이 일의 발단이었지요. 퇴사자 입장에서 백 만원이 넘는 카메라를 무턱대고 구매할 수는 없었습니다. 예전처럼 매달 따박따박 돈이 들어오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진은 제 오래된 취미입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카메라로도 취미 활동 정도는 충분히 이어갈 수 있지만, 사람 욕심이라는게 늘 거기서 그치지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더 높은 성능의 카메라를 보니 자연스레 갖고 싶은 욕망이 일었습니다.


 때문에 '굳이 비싼 카메라를 지금 구매해야 하는가?'에 대해 계속 자문했습니다. 그러다가 앞으로 점점 더 나를 위하지 못할 상황이 많아지면 많아졌지 반대의 상황이 올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가족도 늘 것이고, 양보와 희생으로 책임을 다하다보면 분명 제 욕구를 참아야 하는 날이 많아질 겁니다. 카메라를 사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문제는 자금인데, 그 자금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고민해봤습니다. 그렇게 생각한 방법이 '중고 거래'였습니다. 가지고 있는 물건을 팔면 물건도 정리하고 자금도 마련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곧 이사를 앞둔 시점이라 겸사겸사 이로운 일이라 생각하며 당장 실천에 옮겼습니다. 저의 중고거래는 그렇게 시작 됐습니다.




 회사를 다닐 적에는 매달 들어오는 월급이 있어서, 혹은 '내가 이렇게 고생하는데 이 정도도 못 사나!'하는 보상 심리로 물건을 구매했습니다. 정확히는 '쉽게' 구매했습니다.


 원하는 디자인의 원피스 색을 고르지 못할 때는 그냥 깔별로 샀습니다. 필름 카메라가 있는데도 디자인이 다르다, 기능이 다르다 등 온갖 핑계를 대고는 새로운 필름 카메라를 샀습니다. 6개월만 지나면 중고로 구매할 수 있는 책을 바로 읽지 않으면서도 굳이 새 책으로 샀습니다. 살 것이 없는데도 '배송비 무료'를 위해 굳이 물건을 추가해서 샀습니다.


 어쩔 때는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돈으로 풀겠다는 명목으로 쇼핑을 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이렇게 빡쳤으니 5만원 정도는 써야 기분이 풀리겠어!'라는 식의 소비. 물건을 사고 나면 아주 잠깐은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그런 보상 심리는 중독되기에 충분히 매력적이었습니다.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구매하면 포장을 뜯지 않은 채로 방치하기도 합니다. 한참 후에 '아참, 이런 물건을 샀었지?'하면서 택배 상자를 뜯지만 흥미는 이미 식은지 오래 되었지요. 생각없이 산 물건들은 고대로 집에 쌓이다가 점점 기억 속에서 흐릿해집니다. 그런 물건들은 결국 사용되지 않습니다.


 사실 스스로의 소비 습관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퇴사를 계기로 돌아보게 된 겁니다.


 저는 비싼 물건을 사는 편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니 큰 돈이 나가지 않았고 소비 습관을 돌아볼 계기가 없었습니다. 가계부를 쓰고 있었지만 문제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돈을 많이 쓰는 것만이 잘못된 소비가 아닙니다. 자질구레한 물건을,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공간이 없는데도 물건을! 기분 풀이로 크게 고민하지 않고 사는 것도 잘못된 소비 습관이었습니다.




퇴사 후 변한 저의 <소비 습관>은 이렇습니다.


첫 번째, 쇼핑이 줄었습니다.

 예전에는 퇴근길에 늘 택배를 찾는 것이 일상이었는데 퇴사 후에는 택배를 찾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쓸 수 있는 돈이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애초에 쇼핑 앱에 접속하는 행위 자체가 줄었습니다. 쇼핑으로 스트레스를 푼다는 명목이 사라진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쇼핑이 줄어드니 죄책감도 줄었습니다. 택 조차 떼지 않고 걸어둔 옷을 발견하거나 있는 줄 모르고 중복해서 물건을 구매한 사실을 알았을 때, 나도 모르게 얼굴을 붉히며 남편에게 이런저런 변명을 늘어놓았습니다.


 지금은 우리 집에 어떤 물건이 있고 없는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편입니다. 기분에 따라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의해 물건을 구매하는 현명한 소비자가 되고 있습니다.


두 번째, 필요 없는 물건을 정리하게 됐습니다.

 시작은 새 카메라를 사기 위해서였지만 이 일을 계기로 스스로가 너무 많은 물건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세어보니 카메라만 10대 넘게 가지고 있었습니다. 정작 쓰는 카메라는 정해져있었는데 어느 순간 '사용'이 아닌 '수집'을 목적으로 카메라를 구입하고 있었습니다.


 세상 모든 물건에는 쓰임새가 있습니다. 내 집에서는 어디에 쳐박혀 있는지도 몰랐던 물건이 누군가의 손에서는 필요에 의해 사용되는 것이 훨씬 가치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사용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물건을 정리하며 보람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하나 둘 필요없는 물건을 정리하며 애초에 덜 사야 정리할 일도 줄어든다는 진득한 진리(?)를 깨달았습니다. 중고 거래는 쏠쏠한 수입과 함께 미니멀리스트를 향한 꿈에 한걸음 다가가는 실천이 되었습니다.


세 번째, 물건을 살 때 한번 더 생각합니다.

 정말로 필요한 물건인지 한번 더 고민하고, 조금만 활용을 달리하면 사용할 수 있는 범위가 확대되는 물건은 최대한 활용하고자 노력합니다.


 예를 들어, 집에 있는 오븐이 전자레인지 기능도 있다면 전자렌지를 따로 구입할 필요가 없습니다. 가지고 있는 물건의 쓰임과 기능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이 결심을 실천하는 시작입니다.  


 오늘 친구에게 선물을 하기 위해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들어가보니 '쓸데 없는 선물'이라는 탭이 있었습니다. 재미 삼아 쓸모 없는 물건을 선물하는 것이 유행인가 봅니다. 저도 재밌는 선물을 주고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요즘의 저는 친구에게 필요한 것이 없냐는 질문을 먼저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쓸데 없는 선물'이 정말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마지막으로 환경에 대한 얘길 하고 싶습니다. 사실 퇴사 전까지는 환경 보호를 실천하는 삶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회사 생활로 내면의 에너지가 고갈되어 나를 돌아볼 여력이 없었고, 스트레스를 해소해야 회사 생활을 지속할 수 있다는 변명으로 소비를 스트레스 풀이 수단으로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퇴사 후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서 환경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제 소비 습관을 돌아보며 문제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환경 보호에 동참하기 위한 생활 속 작은 실천을 해나가면서, 과거 제 소비 습관이 환경에 얼마나 악영향을 미쳤는지 깨달았습니다.


 쉽게 만들고, 쉽게 팔고, 쉽게 구매하고, 쉽게 버립니다. 물론 다른 문제와 이익 관계도 얽혀 있는 문제지만, 저처럼 '쉬운 소비'를 가볍게 생각하는 인식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물건을 샀을 때 그 물건이 쓰임과 수명을 다해 버려지는 것보다 취향이나 기분에 따라 바꾸는 세상입니다. '쉬운 소비'는 환경을 파괴하고 지구가 감당해야 할 몫을 늘리고 있습니다.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해 아무런 편의를 취하지 않는 생활은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나부터 필요한 것만 필요한 만큼 사서 쓰임을 다할 때까지 사용하는 것을 생활화한다면 지구가 감당할 몫을 조금은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렇게 한 걸음씩 애쓰다보면 환경 보호와 더불어 미니멀리스트의 꿈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요? 오늘도 초보 미니멀리스트를 꿈꾸며 올바른 소비 습관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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