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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의 맛을 아는 그대에게

01_따뜻한 집밥 같은 파스타를 만드는 푸드메이커를 소개해요


WECOOK에는 식당 공간을 공유해서 사용하는

공유식당'이 있습니다.


음식을 만들어 판매하려면 일단 가게부터 차려야 하는 외식 창업자의 현실적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마련한 WECOOK의 공유경제형 서비스 중 하나입니다.


푸드메이커 '조(Joe)'가 사용한 WECOOK 공유식당의 모습


오늘은 그 중에서도 단골 손님이 가장 많기로 유명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조의 식탁'을 소개합니다.


'조의식탁'을 운영하는 푸드메이커 '조(Joe)'


**'조의 식탁'의 푸드메이커 조는 현재 WECOOK에서의 인큐베이팅 과정을 끝마치고 자신만의 공간을 오픈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습니다(ㅜㅠ) 하지만 인터뷰 시점에 맞춰 현재형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조의 식탁'은 푸드메이커 조가 운영하는 곳으로, 파스타와 리조또를 만들어 팔고 있습니다. 두툼하고 묵직한 뚝배기에 파스타와 리조또를 듬뿍 담아내는 그. 화려한 플레이팅보다 먹음직스럽고, 푸짐함이 돋보입니다. 파스타 한 그릇이 꼭 국밥처럼 든든합니다. 그는 왜 이런 음식을 만들까요.



푸드메이커 조(Joe)가 차려내는 ‘조의식탁'

파스타와 리조또를 파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이미 많죠.


하지만 ‘조'가 만드는 파스타와 리조또는 세상 하나 뿐입니다.


세상 가장 맛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의 가치가 담긴 요리는 세상 하나 뿐이라는 의미랄까요. 마치 엄마의 집밥처럼.




방황의 맛을 아는 푸드메이커, 조(Joe)

조는 방황의 맛을 좀 아는 푸드메이커 입니다. 그래서 그의 요리는 좀 더 따뜻하고 푸근합니다. 방황하며 배고팠던 시절의 마음을 잊지 않고, 요리에 담아내기 때문입니다.


‘이탈리안 노마딕(Italian Nomadic, 방랑객)’


‘조의 식탁'의 간판에는 조그맣게 부제가 붙어 있습니다. 여기에 그가 겪은 방황의 시간이 담겨 있습니다.



“처음에는 일식으로 요리를 시작했는데, 이탈리안으로 분야를 바꾸게 됐어요. 다시 새로운 분야를 시도한다는 건 쉽지 않았어요. 주변의 셰프님들도 다들 저를 말렸고요. 하지만 당시 저는 20대 초반이었고, 그만큼 하고 싶은 게 많았어요. 결국 ‘할 거면 제대로 하자'는 마음으로 이탈리아 유학을 준비했고, 일사천리로 떠나게 됐죠.




언어 장벽이나 문화적 차이 때문에 겪는 어려움이 상당히 컸어요. 그러면서 제 모든 계획이 틀어졌어요. 비싼 학비 내고 학교에 등록했는데, 언어를 모르니 수업은 알아듣지도 못하고 그냥 시간만 보냈어요.


시간은 시간대로, 돈은 돈대로 낭비하는 것 같아 너무 괴로웠습니다.


결국 학교를 정리했어요. 그리고 학교를 떠나 3개월 동안 이탈리아에서 방랑 생활을 했어요. 학교를 나와 보니 막상 제가 가진 돈이 얼마 없더군요. 일단 있는 돈으로 생활하기는 했는데, 그 돈도 점점 떨어졌어요. 나중에 보니 비행기표 살 돈까지 제가 다 썼더라고요. 그 때 정말 헝그리하게 지냈어요."


현지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부터 다시 시작했어요. 일단 내가 셰프인지 뭔지 설명을 못하니까, 아르바이트부터 한 거죠. 그렇게 일하다가 얼마 뒤 잘렸어요. 말을 못 알아들어서(웃음).”


조(Joe)를 상징하는 물건을 꼽아달라고 했더니, 그는 불에 그을린 파스타용 젓가락과 손때 묻은 팬을 골랐다.


“그런데 또 방황한 시간들이 지금의 조의 식탁을 만든 것 같아요. 그 때의 마음이 지금 제 요리에도 담겨 있거든요. 배고팠던 시절에 ‘뭐라도 푸짐하게 먹고 싶다'고 자주 생각했었는데, 그걸 모티브 삼아 최대한 음식을 푸짐하게 담아드리려고 해요.”



조(Joe)만의 ‘한국식 파스타'의 탄생


어머니도 맛있게 드실 수 있는 파스타를
만들고 싶었어요


조의식탁의 시그니처 메뉴는 ‘한국식 파스타와 리조또'입니다. 갑자기 그가 ‘퓨전'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요.



“어머니는 이탈리안 셰프 아들을 두셨음에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 파스타를 훨씬 늦게 드셔보셨어요. 제가 집에서 요리를 안 하니까. 그러다 어느 날 토마토 소스 파스타를 해 드렸는데, 그 맛이 낯선지 많이 안 드시더군요.”


“한국적인 입맛을 가진 우리 어머니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파스타를 만들어야겠다, 생각했어요. 크림소스에 된장도 넣어보고, 토마토 파스타를 찌개처럼 ‘스튜' 형태로 만들어봤어요. 그랬더니 어머니가 정말 맛있게 드시더라고요.


그렇게 한국의 전통 소스 ‘장’을 쓴 토속적인 파스타와 국밥 같은 스튜 파스타를 만들게 됐고, 그에 어울리는 그릇까지 더해 ‘뚝배기 파스타'가 완성됐어요.


조(Joe)의 시그니처 메뉴 중 하나인 '된장크림 뚝배기 파스타'



파스타도 집밥처럼 푸짐할 수 있다


조의 음식을 받아들 때 ‘맛있겠다'라는 생각과 함께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푸짐하다'입니다. 뚝배기파스타 면과 소스 밑에는 밥이 깔려 있고, 스튜 파스타를 시켜도 작은 공기에다 밥을 함께 줍니다.



“제가 요리를 하면서 다이닝(고급 코스요리)도 해봤고 여러 분야를 경험해봤지만, 결국 제 철학은 ‘밥다운 밥, 푸짐한 한 끼를 만들자'라는 게 결론이에요.


저는 아무리 좋은 음식도 배불리 먹지 못 하면 아쉽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이탈리아에 있을 때 워낙 배고픈 생활을 오래 했다 보니, 이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어요. 저는 플레이팅에 너무 힘 쏟지 않아요. 다소 험블해 보이더라도 푸짐하게 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단 하나의 가치, ‘먹는 사람’

한국 사람 입맛에 딱 맞는 파스타와 리조또를 만들고, 푸짐하게 제공한다는 것. 그 과정과 가치는 모두 그의 요리 철학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제가 요리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손님 뿐이에요. 제 음식을 드시는 분이 가장 중요하죠.”


“제 요리가 누군가에게는 약이 될 수도 있고, 세상 가장 소중한 한 끼가 될 수도 있다는 걸 깨달은 적이 있어요.


제가 성당에서 주기적으로 봉사활동을 가는데, 그 곳에서 중고등학생 또래쯤 되어 보이는 아이들을 만났어요. 그런데 이야기를 나눠보니 살면서 파스타를 한 번도 못 먹어 봤대요. 요즘 초등학생들도 친구들끼리 파스타 먹잖아요. 정말 놀랐죠. 그래서 그 날 제가 파스타를 해줬는데, 그 친구들이 정말 행복해하면서 맛있게 먹는 거예요. 그 때 느꼈어요. 먹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내 음식이 세상 가장 소중한 음식이 될 수도 있구나. 최선을 다해 만들어야겠다.”



푸드메이커 ‘조' 이전에, 사람 ‘조용기’


취향

#국밥 #힙합 #스트릿 #험블 #자유로움



탕, 국밥, 국물요리들을 좋아해요. 조의 식탁에도 국물(스튜) 요리가 많은데, 제 취향이 반영된 거예요. 옷은 ‘스트릿 스타일'을 좋아하고 그렇게 입는데, 주변 사람들은 제게 ‘동묘 스타일'이라고 하더라고요. (웃음) 또 옛날 가수들의 정통 힙합을 좋아해요. 2PAK이나 에미넴. 옛날 사람이니까.


기본적으로 저는 자유로운 사람이에요. 꾸미는 걸 좋아하지 않고, 험블하지만 진심을 다하는 사람.



푸드메이커 조(Joe)의 가치

조가 WECOOK과 함께 한 지도 벌써 3개월이 다 됐습니다. 공유식당에서의 운영 경험을 기반으로 이제 진짜 새출발을 준비하고 있는 그. WECOOK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과 앞으로 음식을 통해 어떤 가치를 지켜나가고자 하는지 물었습니다.


“레스토랑에 소속돼서 일하다가 처음 제 가게를 차리려고 했을 때 너무 두려웠는데, 그 때 WECOOK을 만났어요. 이 곳에서 메뉴개발과 공유식당을 운영해본 경험이 그 두려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공유식당 운영 기간 동안) 단골손님들이 많은 편이었고 그 중에도 외국인 손님들이 많았어요. 특히 정말 하루도 빠짐 없이 제 음식을 먹으러 오는 중국 분이 계셨는데, 그 분이 음식을 다 먹고 가면서 ‘마시써요!’라고 서툴게 이야기 해주면, 그게 너무 기쁘더라고요.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식재료, 요리, 서비스 모든 측면에서 ‘퍼주는 푸드메이커'가 되고 싶어요. 이윤에 너무 얽매이기보다 그저 잘 차린 한 끼를 제공하고 싶습니다. 잘 되더라도, 변치 않는 철학과 맛의 퀄리티를 유지하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자유롭게 얽매이지 않으며 살고 싶어요. 늘 겸손함을 유지하면서.”







푸메의 단골집•_•

‘어제의 카레'라는 카레집을 추천합니다.


가게는 테이블 3개 정도 들어갈 크기로 상당히 좁은데, 그 곳 사장님(푸드메이커)의 카레에 대한 자부심과 철학이 엄청나요. 가게 구석구석 그 분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고, 카레도 정말 좋은 재료로 정성스럽게 끓이십니다. 그런 철학이 존경스러워서 자주 가다가 지금은 친해졌어요.


추천메뉴는 계절메뉴인 ‘카레소바'. 정말 맛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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