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띠 브랜드 마케터의 닭회사 입사
1981년생 닭띠 브랜드 마케터.
정말 웃기는 우연이지만, 닭띠인 제가 닭회사에서 인생의 3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는 필연이라고 혼자 씩 웃으면서 스스로에게 입사 첫 날부터 계속 주문을 걸고 있지요.
미국계 경영컨설팅회사에서 인터브랜드, 현대카드 그리고 스톤브랜드커뮤니케이션즈를 통해 브랜드와 마케팅을 평생 업이라 생각하고 살았는데요. 2018년 10월 말 또 다른 큰 결심을 했습니다.
사업을 해보고 싶었던 거죠. F&B와 열혈 취미인 볼링을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오픈하고 싶었어요.
주위의 많은 분들이 말리시기도 하고, 멋있다고 부러워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의지로만은 절대 될 수 없는게 사업이라는 점. 최소 비용을 알아보니 필요한 자금만 약 30억원이었지요. 저는 신중히 덤벼보고 싶었습니다. 사업이라는 인생3막의 관문에 울림있는 파장은 시행착오로 나올 거라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지요. 아직 38살이라는 나이를 핑계 삼아 경험을 좀 더 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운 좋게도 고민의 주변에는 늘 좋은 조력자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우선 퇴사생이 된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닮고 싶은 공간을 머리와 가슴 속에 담고 오는 일이었습니다. 태평양 같이 이해심 넓은 아내의 마음을 건너 미국 LA에 위치한 Highland Park Bowl을 찾아 갔습니다. 1927년의 레트로 스타일의 볼링장과 바, 화덕피자 등 퀄리티 있는 F&B를 함께 할 수 있는 현존 최고의 Eatertainment Place 였는데요. 미래의 사업을 구상하는 데 참으로 큰 영감과 감흥을 준 곳이었습니다.
오래된 볼링장의 전통성을 Raw & Chic 라는 컨셉으로 재해석한 곳이었고요. 현재 LA에서 가장 핫한 볼링펍으로 가족, 연인, 친구들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끊기지 않는 곳이었습니다. 언젠가 이런 장소를 만들어 선보여야지라는 굳은 다짐을 하며 열심히 공을 굴리고 왔다는 것으로 마무리 하고요.
퇴사생이 되기 직전 제 인생에 큰 지지자가 되주신 분을 만났습니다. 스톤에서 프로젝트를 통해서 만난 닭회사, 치킨 프랜차이즈의 대표님이시고요. 바로 길을 걷다 냄새만 맡아도 오늘 치맥각이다! 라고 외쳤던 보드람치킨의 김태범 대표님입니다. 인터브랜드 시절 그리고 신촌에서 친구들과 자주 먹었던 바로 그 치킨인데요. 많은 분들이 추억하고 지금도 좋아하는 치킨 브랜드입니다.
김태범 대표님과는 2016년 광화문 한 공터에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프로젝트로 만나게 되었어요. 당시는 어떤 공간을 어디에 만들지 부터 함께 고민하며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지요. 물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수많은 해결과제를 안고 일하고 있습니다.
퇴사 고민이 깊어지고 있던 2018년 여름의 어느 날 대표님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조심스럽게 꺼낸 제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시고 매력도는 크나 그만큼 리스크가 크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아무래도 부담이 큰 장치가 들어가는 사업이라 굉장히 신중해야 했으니까요. 이야기 도중 계속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순히 돈이 많이 든다는 리스크가 아니야, 어떻게 지속가능하게 제대로 운영할지에 대한 성공과 실패의 경험이 없다는 것이 현재 내가 가진 가장 큰 리스크이지...... 그 때 대표님께서 제안을 하나 하셨습니다. 자신과 함께 광화문 공간 완성 및 운영 그리고 보드람치킨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서 만들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사업을 준비해 보는 것이 어떨지 말입니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대표님과의 만남은 필연을 가장한 우연인가? 이렇게 때마침 내가 필요로 했던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조력자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물론 대표님도 브랜딩 업계에서 산전수전 겪은 부족한 닭띠 브랜드 마케터의 도움을 받고 싶은 부분도 있으셨겠지요. 하지만 대화 중 알게된 인생 선배님의 철학을 듣고 퇴사 준비생의 마음은 꿈틀 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당신은 사업으로 성공할 재목이야, 세상에는 주거니 받거니는 있어도 받거니 주거니는 없어." 이 말씀을 하시면서 제가 사업가로서 성공하기 위해서 주실 여러가지 지원을 우선 약조 하셨습니다. 그리고 저를 사업 기획가이자, 브랜드 마케터로서 꼭 유명한 인물로 만들겠다라는 의지를 여러차례 확인 했습니다. 그리고 그 의지를 보증하는 금전적인 대우도 약속하셨고요. 다른 회사 입사 제안이나, 3차례 이직을 통해서 일단 회사는 입사 예정자로부터 받을 것을 생각하고, 그 다음 우리는 이런 걸 줄 수 있어라는 이야기를 주로 들어왔는데요. 뒤바뀐 대화 순서는 제게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런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돈은 어떡해야 벌 수 있는 것인지 알아?"
참 막연하지만, 너무나 답이 궁금한 질문이었는데요. 답은 이랬습니다.
"다른 사람을 돈 벌게 해줘야지 바로 내가 돈을 버는 거야."
순간 무언가가 내 뒤통수를 후려치는 듯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프랜차이즈 사업 모델에서 비롯된 답이라 생각이 들지만, 짧은 내 인생을 돌아보더라도 제가 가진 인생 모토 '다른 사람을 성공시키는 리더'와도 일맥상통한 점이 있었어요. 지금까지 저의 성장과 발전과도 상관관계가 높아서 더욱 더 와 닿았던 것 같네요. 사업은 결국 고객, 투자자 및 이해 관계자와의 반복적인 상호 신뢰가 생겨야 성공하는 것이고, 그 신뢰는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부분이 생겨야 더욱 굳건해 진다는 것이죠.
그 후 1달여 고민 끝에 보드람씨앤알 그리고 제이브릿지(광화문 프로젝트의 신설 법인)와 함께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저만의 때가 오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인생 3막의 진앙지는 이제 광화문입니다. 3막의 문 앞에서 문의 구분이 만든 경계의 의미를 존중하고 나의 등장이 만들어 낼 공간의 파장을 준비합니다. <진심의 공간 - 김현진 에세이>
신중하게 그리고 겸손하게 시작하려 합니다. 그리고 울림있게 퍼질 그 파장을 기다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