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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알라 Jul 16. 2020

비건? 나도 한번 해볼까?

고기와 멀어지다.


처음엔 별 생각이 없었다. 고기파보다 생선파였던 나는 가끔가다가 맛있는 삼겹살과 치킨을 먹는 정도? 항생제를 맞은 소와 돼지들을 먹으면 내 건강에도 안 좋은 영향이 있겠지 그냥 그렇게 생각(만)하는 정도?


그런데 어느 날 핸드폰을 하던 중 우연히 어떤 글을 읽게 되었는데 그 글이 뇌리에 딱 박혀버렸다.

"그러나 나는 알고 말았다. 평생 새끼 낳는 일만 반복하면서 정작 자신의 새끼들과 교감할 시간은 조금도 허락되지 않는 어미 돼지들이 몸을 움직일 수조차 없는 감금 틀 안에 갇힌 채 거기서 용변을 보고 그 위에서 잠이 든다는 것을. 그저 인간이 먹기 좋은 고기가 서둘러 될 수 있도록 새끼 돼지들은 성기가 거세되고 이빨이 뽑히고 꼬리가 잘린다는 것을... 자연 상태에서 연간 삼십여 개의 알을 낳는 것이 정상인 닭들이 한 해에 강제적으로 낳는 알은 삼백여 개라는 것을. 살아남은 병아리들은 성장촉진제 때문에 아직 병아리의 얼굴이면서 몸은 닭만큼 커진다는 것을. 소들은 절대 티브이에 나오는 우유 광고에서처럼 초원을 유유자적 누비며 키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오로지 우유와 고기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물건으로 참혹한 환경에서 사육되고 잔인하게 도살된다는 것을.”


우리가 소비하는 소와 돼지, 닭 등 동물들의 삶이 존중되지 않고 비참하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내가 그 사실들을 지금껏 (그저 알고만 있고) 행동으로 옮긴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것이 엄청나게 무섭게, 그리고 무겁게 다가왔다. 그러면서 ‘이젠 고기를 더 이상 먹지 않겠어!’하는 다짐과 함께 비건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다가 ‘아무튼, 비건’이라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축산업이 지구 환경 파괴의 주범이라는 것, 미국에서는 매년 팔리는 모든 항생제의 70% 이상이 가축에게로 간다는 것, 우유는 우리 인간의 뼈의 성장을 위한 것이 아니라 송아지를 위한 성장촉진제라는 것, 단백질을 고기로부터 얻는다는 우리가 굳게 믿고 있는 정보는 사실은 거대한 마케팅 회사와 축산업의 음모라는 것. 어째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고기와 멀어지고 싶은 마음이 점점 더 커져만 가던 어느 날, 엄마가 스테이크용 소고기를 사 오셨다.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별로 먹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근데 엄마가 사 오셨으니까.. 아까우니까 그냥 뭐 한 번 먹어나 볼까- 했다. 빨간 고기를 팬에 굽고 먹기 좋게 칼질을 하고. 괜찮을 줄 알았던 나는 한 입 먹자마자 금세 비린 내와 고깃덩어리의 질감을 이기지 못하고 남은 고기를 모두 버렸다.

빨간 고기가 다량의 항생제를 맞으며 곧 도살장에 끌려가 소고기가 될 운명에 처한 소로 보이기 시작했달까.

먹기 좋게 칼질을 할 때 내가 부처 샾에 있는 도살자처럼 내 자신이 잔인하게 느껴졌달까.

이런 복합적이고 불편한 마음과 함께 나는 고기와 더 멀어지기로 결심했다.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고기를 먹을 때 동물이 보이기 시작한다면 그것은 비건에 가까워지는 첫걸음이라고.

이렇게 나는 비건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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