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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루 Mar 12. 2023

3월의 꽃샘추위

목련의 처지를 상상하며

마당의 목련이 만개할 즈음엔

꼭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었다.

알 수 없는 존재의 미움을 단단히 산 게지.

아니면 지독히 삐뚜름한 사랑을 받아 망가지는 중이거나.


매년 반복되는, 지극히 짧은 화양연화의 순간마다

목련 잎이 구겨져 나뒹구는 모습을 미리 걱정한다.

자연은 그저 거기에 있고 그저 지나가는 것이겠으나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건

이야기를 사랑하는 이들의 천성이므로.


이내

굳은 허리를 두드리며

빗질로 쓸어낼 내 걱정을 하는 건

삶에 발바닥이 닿을 때.


나처럼 날고 걷기를 반복하는 이들이여,

궂은 날씨에도 무탈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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